용 줄다리기로 풍년 기원…‘옥천 강줄 당기기’ 무형문화재 지정

윗마을 이기면 풍년, 역대 전적 백전백승 비결은 ‘비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옥천 교평리 강줄 당기기’. 옥천군 제공

용 줄다리기(줄당기기)로 풍년을 기원하는 ‘옥천 교평리 강줄 당기기’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충북도와 옥천군은 ‘옥천 교평리 강줄 당기기’를 무형문화재 30호로 지정·고시했다고 15일 밝혔다. ‘옥천 교평리 강줄 당기기’는 풍년을 기원하는 농경 공동체 행사로 정월 대보름 때마다 진행됐다. ‘옥천 교평리 강줄 당기기’를 계승한 옥천군 청산면 교평리 강줄 당기기 보존회는 무형문화재 보유단체로 지정됐다.

‘옥천 교평리 강줄 당기기’는 줄을 만들고, 당기고, 태우는 과정이 이어지는데, 줄은 곧 용이다.

옥천 교평리 주민 등이 ‘강줄 드리기’를 하고 있다. 옥천군 제공

정월 대보름 아침 주민들은 볏짚을 모아 용 모양 강줄을 만드는 ‘강줄 드리기’부터 시작한다. 전엔 청산 향교 앞 홍살문에 새끼 줄을 걸어 강줄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마을회관 앞에 기둥을 세우고 강줄을 만든다. 용 처럼 강하고 튼튼한 줄이어서 ‘강줄’이라고 부른다. 전엔 짚으로 용 머리를 만든 뒤 짚을 꼰 줄 50m 정도로 용 몸통을 이었지만, 요즘은 용 머리는 생략한다.

해 질 무렵 청산향교 앞 홍살문에 용줄을 놓고 마을 고사를 지낸다. 고사 뒤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나눠 줄다리기를 진행한다. 모두 세 번을 하는데 윗마을이 이기면 풍년이 드는 풍습이 있다. 이수정 옥천군 문화유산팀 주무관은 “마을 주민들이 온 힘을 다해 줄다리기를 하는데 세 번째 판에선 윗마을이 이기곤 해 역대 전적은 백전백승이다. 마을만의 비법이 있다”고 귀띔했다.

옥천 교평리 주민 등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옥천 교평리 강줄 당기기’의 하나로 줄다리를 한 줄을 태우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고 있다.옥천군 제공

줄다리기를 마치면 마을 주민들이 줄을 이고 3㎞ 떨어진 청산교까지 이동해 다리 고사를 지내고, 이어 보청천 변에 강줄을 말아 놓고 마지막 고사를 지낸 뒤 똬리 모양의 용을 태우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한다. 고사, 다리밟기, 줄태우기(달집태우기)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다.

충북도 문화재위원회는 대동 놀이, 고사를 통한 공동체 신앙, 주민 참여, 줄 제작 전형 보존 등을 높게 평가했다. 황규철 옥천군수는 “‘옥천 교평리 강줄 당기기’의 가치를 주민 등과 공유하고, 제대로 전승될 수 있게 힘쓰겠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