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 자리에서 '1도움+홈런' 다 보여줬다…베르너 "2주 뒤 홈경기 기대된다"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손흥민 대체자로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티모 베르너가 나쁘지 않은 데뷔전을 펼쳤다.
베르너는 15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토트넘 소속 첫 경기를 펼쳤다.
베르너의 출발은 선발이었다.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RB 라이프치히를 떠나 토트넘에 합류한 베르너는 팀 훈련 소화 닷새 만에 출전 기회를 부여받았다.
베르너가 원하던 그림이었다. 라이프치히에서 그라운드를 밟은 기회가 없었다. 전반기 동안 분데스리가 8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그마저도 선발은 2회에 불과하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4경기 모두 교체 투입이었다. 전반기 총 14경기에서 고작 250분을 뛰었고 2골에 머물렀다.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린 베르너는 임대 이적으로 활로를 찾기로 했다. 다행히 토트넘이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한 달가량 손흥민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출전으로 뛸 수 없게 되면서 왼쪽 윙포워드는 물론 스트라이커로도 뛸 줄 아는 베르너를 택했다.
선발 미션은 토트넘이 베르너에게 기대하는 바를 잘 보여준 부분이다. 베르너는 예상대로 손흥민의 자리를 대체했다. 4-2-3-1 포메이션의 왼쪽 공격을 책임지면서 히샤를리송, 브레넌 존슨과 함께 최전방 공격진을 구축했다.
경기 흐름도 베르너가 역량을 보여줘야 하는 것으로 흘러갔다. 경기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선제골을 뽑아냈다. 킥오프 3분 만에 라스무스 회이룬이 마커스 래시포드를 거쳐 받은 볼을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해 첫 골을 뽑아냈다.
이른 시간에 실점한 토트넘은 반격에 나섰다. 머지않아 동점골을 뽑아냈다. 전반 19분 히샤를리송이 페드로 포로의 크로스를 머리로 방향을 바꿔 1-1을 만들었다.
토트넘은 계속 따라붙어야 하는 양상이었다. 전반이 끝나기 전 이번에는 회이룬의 패스를 래시포드가 다시 앞서가는 골로 연결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2-1로 리드를 잡았다.
후반 들어 베르너가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토트넘의 공격을 책임졌다. 후반 시작과 함께 왼쪽에서 볼을 잡은 베르너는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들을 끌어들였다. 자신을 보게 만든 뒤 문전으로 침투하는 로드리고 벤탄쿠르에게 절묘한 패스를 연결했다. 이 볼을 받은 벤탄쿠르가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2-2가 됐다.
골을 넣은 벤탄쿠르는 골 세리머니를 하며 베르너부터 찾았다. 베르너의 데뷔전과 첫 어시스트를 반기는 행동이었다. 라이프치히에서 제대로 된 경기를 뛰지 못해 안겼던 우려를 첫 경기 만에 씻어내는 도움이었다.
베르너는 2-2가 유지되던 후반 35분 교체됐다. 1개의 도움을 챙긴 베르너는 앙제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악수하며 준수한 데뷔전을 마쳤다. 축구 통계 사이트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베르너의 데뷔전 기록은 35번의 패스르 시도해 32번 연결시켜 91%의 높은 성공률을 보여줬다. 기회 창출도 한 차례에 달했고, 공격수임에도 리커버리가 4회나 있었다.
준수해 보이지만 손흥민처럼 득점을 기대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아쉬움도 남겼다. 이날 베르너는 5개의 슈팅을 시도하며 의욕을 보였다. 그런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골문을 향해 날아간 건 찾아볼 수 없었다. 2개는 상대 수비 맞았고, 3번은 골대를 훌쩍 넘겼다.
특히 손흥민이라면 오른발로 감아차 골을 만들어냈을 위치에서 똑같이 시도한 슈팅이 관중석 멀찍이 날아가면서 탄식을 불렀다. 슈팅에 자신감이 떨어졌는지 후반에는 넓은 공간에서 동료들을 활용한 공격을 펼치는 데 무게를 기울였다. 수비수를 가볍게 제치고 크로스를 올리면서 윙어의 움직임에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베르너의 약점을 너무 잘 보여줬다. 베르너는 요새 결정력이 훌륭하지 않다. 프로 초기 라이프치히에서 뛴 4시즌 동안 159경기에서 95골을 기록하며 분데스리가를 정복하기도 했는데 첼시 이적 이후 득점력이 뚝 떨어졌다.
오죽하면 첼시 시절엔 손흥민에게 배워란 조언도 있었다. 영국 매체들은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데뷔 시즌에 전혀 감동적이지 않았다. 2015-16시즌 리그 4골에 그쳤지만, 다음 시즌부터 2배가 넘는 득점력을 보였다. 손흥민이 처음에 왔을 때, 로베르토 솔다도처럼 비싼 계륵이 될 우려가 있었다. 어려웠지만 끝내 회복했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데뷔 시즌에 전혀 감동적이지 않았다. 2015-16시즌 리그 4골에 그쳤지만, 다음 시즌부터 2배가 넘는 득점력을 보였다“라고 보도했다.
아직도 손흥민과 차이가 보이는 건 토트넘 입장에서 답답할 대목이었다. 손흥민은 토트넘 전력의 모든 것이다. 전반기 치른 총 21경기에서 12골 5도움을 기록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득점과 공격포인트 순위에 있어 모두 공동 3위에 올라있다. 토트넘의 공격을 책임지는 에이스의 지표를 자랑한다.
어디에 놓아도 정상급 활약을 펼쳤다. 개막 초기에는 제 포지션인 왼쪽 미드필더에 배치돼 이타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그러다 히샤를리송이 결정력에 문제를 보이자 스트라이커로 보직을 옮겨 놀라운 퍼포먼스를 과시했다. 최전방 공격수로 본격적으로 뛴 9월 번리전 해트트릭을 시작으로 아스널전 멀티골, 리버풀전 득점까지 빼어난 기량으로 이달의 선수상을 확보했다.
이런 카드가 사라졌으니 토트넘은 아시안컵 차출에 따른 대안 마련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의 성적에 따라 토트넘은 손흥민이 잠시 떠난 사이 최대 6경기를 펼쳐야 한다. 번리전을 시작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브렌트포드전까지가 한국 대표팀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일정과 맞물린다.
클린스만호가 16강에 올라 우승을 향해 정진할 경우 에버턴(2월 4일),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2월 11일)전도 손흥민이 복귀하기 어렵다. 한국이 만약 아시안컵 결승에 오르면 2월 18일 예정된 울버햄튼 원더러스전도 못 뛴다고 봐야 한다. 한국의 성적에 따라 다르지만 손흥민이 원하는대로 우승할 경우 2월 25일 첼시전에나 다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최근 "손흥민의 대표팀 차출은 우리에게 큰 손실이다. 준비해야 한다. 시즌 내내 우리는 중요한 선수들 없이 경기 치르는 것에 대처해야 했다"고 말했다. 영국 '풋볼런던'도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하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에게 '우승을 축하하기 위한' 휴가를 준다면 토트넘 복귀 첫 경기는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리는 첼시와 경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택한 게 베르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쉬움을 삼켜봤기에 우려는 따르지만 현재 결정할 최고의 카드이기도 했다. 영국 언론 '풋볼런던'은 "최소한 토트넘 팬들은 베르너의 자질을 상기할 필요가 없다. 토트넘은 그동안 베르너와 8번 만나 2골 3도움을 허용했다"며 "라이프치히 1기 시절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난 토트넘을 상대로 골을 넣어 16강 1차전 승리를 안겼던 베르너였다. 첼시 소속으로도 토트넘을 프리미어리그와 잉글랜드 풋볼리그(EFL)컵에서 상대해 1골 2도움을 기록했다"고 과거 당해봤기에 아는 기량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베르너도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부활을 다짐했다. 앞서 첼시에서 두 시즌 동안 89경기에서 23골을 남긴 베르너는 실패 꼬리표가 아직도 붙어있다. 친정으로 돌아가 뛴 시간이 있는데도 지워지지 않았다. 토트넘에서 아쉬운 기억을 지워야 한다. 입단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내 모습을 봤다면 스피드가 얼마나 위협적인 요소인지 알 것이다. 토트넘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팀에 잘 적응하는 게 먼저"라며 "1년 6개월 전에 프리미어리그를 떠났지만 토트넘은 계속해서 관심있게 바라봤다. 첼시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이제는 토트넘에서도 같은 우승을 바랄 것"이라고 강한 각오를 피력했다.
토트넘과 의지를 불태우는 베르너는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미팅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고 어필했다. 전방의 모든 포지션을 뛸 수 있는 게 내 장점"이라며 "내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이 토트넘 경기장에서 펼쳐졌다. 이제 이 곳이 내 홈구장이다. 팬들이 큰 환호를 해줬으면 한다"라고 벌써 득점 장면을 그리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절반의 성공을 데뷔전을 마쳤다. 그래도 앞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 섞인 분위기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베르너는 우리와 두 차례 훈련 세션을 가졌을 뿐"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베르너가 라이프치히에서 오랫동안 선발 출전한 경기가 없었다. 오늘 경기를 보니 우리 경기를 이해하고 훈련 속도에 익숙해지면 우리에게 정말 흥미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오늘 몇 차례 기회를 확인했을 것이다. 베르너는 항상 위협적이었고 여기에서 축구를 즐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더 중요한 것은 오늘 베르너를 선발 출전시키는 것 외엔 선택 여지가 없었다. 베르너는 우리를 돕고 싶어했다. 손을 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그의 공로였다"고 강조했다.
베르너의 출발에 대한 대외 평가도 아직은 긍정적이다. '옵타'는 베르너가 완벽하게 부활하려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노력과 베르너의 스스로 자신감에 달려 있을 거라고 전망했다. 로마노도 "베르너의 토트넘 이적은 윈-윈(WIN-WIN) 거래다. 베르너는 뛰고 싶어하고 토트넘은 저렴한 몸값을 원했다. 베르너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전술에 적합한 선수다. 뒷공간을 공략할 줄 알고 속도가 빠르다. 내 생각에선 향후 토트넘 후반기 일정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전망했다.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 로이 킨은 베르너를 좋은 영입으로 평가했다. 킨은 "1월에 최고 수준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확실히 어렵다. 하지만 베르너가 토트넘에 좋은 영입이라고 생각한다. 베르너는 토트넘에 잘 맞는다. 잉글랜드에 와서 어려운 시기를 겪고 떠났다가 더 훌륭하고 성숙한 선수로 돌아온 처음이자 마지막 사례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좋은 계약이다"고 치켜세웠다.
베르너도 나름 만족한다. 경기를 마치고 "먼저 프리미어리그에 다시 돌아와서 매우 기쁘다. 이 리그에서 뛰는 건 정말 재미있다. 오늘 봤듯이 템포와 경기력 측면에서 최고의 리그다. 난 그것을 매우 즐겼다. 앞으로 며칠 동안 선수들과 더 많이 훈련하고 더 나아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제 베르너는 토트넘 홈 팬들 앞에 선다.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 대한 기억이 좋다. 베르너는 "내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이 토트넘 경기장에서 펼쳐졌다. 이제 이 곳이 내 홈구장이다. 팬들이 큰 환호를 해줬으면 한다"라고 벌써 득점 장면을 그렸다.
토트넘에 아주 만족한다. 토트넘의 홈 유니폼을 처음 입고서는 "흰색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라고 웃었다. 모든 부분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새로운 동료들과도 스킨십을 아끼지 않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이 끝난 후에도 "이제 2주 후에 우리 홈구장에서 경기한다. 그날을 기대하고 있다.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들떴다.
토트넘의 다음 상대는 영국축구협회(FA)컵 4라운드(32강)에서 만나는 맨체스터 시티다. 객관적인 전력은 맨체스터 시티가 앞서지만 토트넘 홈에서는 상대에게 실점하지 않고 있어 이변 연출을 기대한다. 베르너는 맨체스터 시티 킬러였던 손흥민의 공백을 반드시 메워야 하는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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