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창욱·신혜선의 순애보, 어째서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올까('웰컴투 삼달리')
[엔터미디어=정덕현] "아저씨가 저 아무리 싫어해도 전 그럴 수 없다는 거. 어떤 마음으로 그러는지 제가 아니까. 기다릴 거예요. 용필이랑 손 꼭 잡고 기다릴 거예요. 기다릴게요. 삼춘." JTBC 토일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서 조삼달(신혜선)은 조상태(유오성)에게 기다릴 거라고 말한다. 조삼달의 엄마 고미자(김미경)와 함께 물질하러 들어갔다 아내가 사고로 사망한 후, 조상태의 마음은 돌처럼 굳어버렸다. 삼달이를 딸처럼 여기며 예쁘다 예쁘다 해줬던 그는 삼달이도 또 고미자도 자신의 아내를 죽인 원수 보듯 미워하게 됐다. 그래서 8년 전 아들 조용필(지창욱)과 조삼달이 그토록 사랑한다는 걸 알면서도 생살을 찢어내듯 찢어버렸던 거였다.
하지만 그렇게 찢어져 버린 살점이 너무나 고통스러우면서도 두 사람은 헤어지지 못했다. 그냥 그렇게 떨어진 채 아파하며 지냈던 것. 조삼달은 조용필을 잊으려 다른 사람을 만났지만 오래가지 못했다며 그 이유로 "너가 아니니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상태가 그들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고 그렇다고 조용필이 유일한 혈육인 아버지마저 잃지 않게 하려고 이렇게 말한다. "계속 너만 좋아할 거야. 좋아하기만 할 거야. 그냥 나. 너 혼자 짝사랑할게." 조삼달은 그렇게 이뤄지지 않더라도 한 발 떨어져서라도 조용필을 사랑하겠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조삼달은 뒤늦게 알게 된다. 결국 할 수 없었지만 자신이 조용필을 잊으려 노력해온 8년 동안 조용필은 늘 조삼달 주변을 맴돌았다는 걸. '사랑은 피워도 침묵 속에 피워라.'라는 그들이 젊은 날 사랑하며 함께 읽었던 시처럼, 조용필은 늘 조삼달이 어떻게 살고 있고 무엇을 이뤘는지를 멀리서 바라보며 살았고, 한 발 떨어져 지켜봐왔다. 그래서 그 사실을 알게 된 조삼달은 마음을 고쳐 먹는다. 두 사람은 결코 헤어질 수 없고 그래서 조상태의 반대에도 사랑을 하기로.
그런데 이 드라마는 사랑하는 두 사람이 그 사랑을 반대하는 조상태를 설득하는 과정이 특별한다. 야반도주를 하거나 막무가내로 반대와 싸우거나 하는 그런 방식이 아니다. 조상태가 그토록 반대하는 이유를 보다 깊게 이해하는 방식이다. 그건 엇나가긴 했지만 조상태가 죽은 조용필의 엄마 부미자를 그토록 사랑한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조용필은 조삼달을 포기하지 않을거라며 그건 조상태가 부미자를 잊지 않는 것과 같다고 했다. 또 조삼달은 조상태를 찾아와 그가 자신을 싫어하는 이유를 너무나 잘 안다며 그래도 기다릴 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쭉 조용필만 좋아했고 평생 늙어죽을 때까지도 조용필만 좋아할 거란다.
그 말이 돌덩이처럼 굳어있던 조상태의 마음을 녹여버린다. 그건 다름 아닌 부미자를 사랑했고 사랑하는 조상태의 마음과 똑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여디 이 폭낭(팽나무)보이지? 이 폭낭이랜 생각허여. 동네 사람들 아무도 관심 안 줘도 계속 여디성 보름(바람)도 막앙 주고 그늘도 맨들엉주네. 나도 이 폭낭추룩 너가 나한테 소랑(사랑) 안 줘도 평생.. 너만 소랑하크라." 그는 젊은 날 부미자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늙어죽을 때까지 절대로 지치지 않고 평생 그녀만 아끼고 사랑할거라 다짐한 바 있다.
<웰컴투 삼달리>가 보여주는 사랑의 이야기는 이처럼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도시의 사랑법과는 사뭇 다르다. 마치 제주와 해녀의 삶이 그러하듯이 거친 삶 속에서도 끝끝내 버텨내고 기다리며 살아내는 그런 사랑이다. 누가 관심을 주든 안주든 한 발 뒤에서 침묵 속에 피워내는 사랑이다. 그건 강요하거나 설득하려 하거나 싸우려 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반대하는 마음까지 이해하려는 사랑이고, 생살이 찢겨지는 아픔이라도 기꺼이 감수하라는 사랑이다.
결국 조삼달의 그 말에 돌덩이 같던 마음이 녹아버린 조상태는 조용필과 조삼달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삼달아! 너이네 좋아허라게. 소랑허라게!" 그렇게 외치는 조상태의 얼굴은 한결 편안해져 있다. 부미자를 보낸 절에서 조삼달을 만난 조상태는 그 스스로 가둬버렸던 집착의 틀을 벗어냄으로서 드디어 편안함에 이른다.
<웰컴투 삼달리>의 멜로가 더 큰 울림과 여운으로 다가오는 건, 사랑의 이야기에 삶과 죽음의 무게감을 얹어 '기다리는 사랑'의 아련함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저 남녀가 만나 불같이 사랑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 몸 같았던 이들이 억지로 떼어지는 고통을 통과하면서 비로소 얻게 되는 진정한 사랑의 이야기다. 조상태와 부미자처럼 죽음은 결국 사랑을 갈라놓을 것이고, 그건 남은 자의 삶을 고스란히 잘려진 살점 같은 고통으로 가득 채울 것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는 걸 이 드라마는 보여준다. 한 발 떨어져 있어도 침묵 속에서 피워내는 사랑이니. 그러니 슬퍼할 게 무언가. 어쩌면 조상태는 조삼달과 조용필이 보여주는 불굴의 사랑을 보며 그 무엇도 찢어낼 수 없는 사랑의 위대함을 보았을 지도.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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