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 둘러싼 논란을 삼켜버린 '내남결'의 막강 화력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지금 아는 걸 그때도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혹은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화두를 떠올려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웹툰에서 시작된 이른바 회귀물의 인기가 드라마로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시간을 거슬러 똑같은 인생을 반복해서 살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들이 안방극장을 수놓고 있다.
최근에는 tvN 월화극 '내 남편과 결혼해줘'(극본 신유담, 연출 박원국)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인생 2회차의 기회를 얻게 된 여주인공이 자신에게 시궁창 같은 인생을 안긴 장본인들에게 그 인생을 되돌려주는 이야기다. 동명 웹소설을 바탕으로 한 동명 웹툰이 큰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로까지 리메이크되어 나왔다. 물론 드라마 역시 대박의 기운을 뿜어내며 흥행가도를 질주할 태세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막장의 향기가 느껴지는 제목처럼 자극적인 소재와 에피소드들이 드라마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특히 첫 회부터 천인공노할 사건들을 가득 채워 채널 고정에 성공했다. 여기에 거침없는 빠른 전개가 돋보인다. 불륜과 왕따 등 거짓으로 얼룩진 관계들에 치를 떨기가 무섭게 곧바로 주인공이 각성하고 반격하는 모습으로 통쾌함을 선사한다.
위암 말기로 6개월 시한부 삶을 사는 주인공 강지원(박민영)이 남편 박민환(이이경)과 자신의 절친 정수민(송하윤)이 불륜을 저지르는 현장을 목격하고 그 자리에서 살해당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어머나 세상에!", "저런 나쁜!" 하며 제대로 통탄할 틈도 없다. 곧이어 눈을 뜬 지원은 10년 전 세상에 와 있다. 민환과 결혼 전 사내커플이던 시절이다. 똑같은 과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머리를 굴려야 한다. 분개하기보다는 시궁창에 다시 빠지지 않기 위해 새로운 로드맵을 짜려는 지원이다. 시청자들은 그런 지원을 열렬히 응원하게 된다.
지원을 응원하는 이유는 억울하고 안타까운 인생을 산 지원을 향한 당연한 마음이기도 하지만, 민환과 수민이 너무 싫어서 생기는 반발심이 큰 까닭도 있다. 이이경과 송하윤이 그리는 민환과 수민이 시청자들의 거센 분노를 일으키며 욕을 부르고 있다. 그냥 의례 보아오던 악역이라고 치부할 수 없게 이이경과 송하윤이 놀라운 캐릭터 연기를 펼치며 사람들의 관심을 수직상승시키고 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이들 덕분에 욕하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해지는 중이다.
지원의 인생 1회차에서 불륜에 살인까지 저지른 민환은 지원을 호구이자 자기 인생의 보험쯤으로 여기던 인간 말종이다. 쓰레기라고 욕하고 싶은 민환인데, 지원이 인생 2회차에서 만난 민환은 변태 같은 나르시스트가 되어서 또 다른 차원으로 지원을 질리게 한다. 이이경은 이러한 민환을 너무도 차지게 연기하고 있다. 연기를 너무 잘해서 실소가 터져 나올 지경이다. SNS에서 "이이경 은퇴하려나 보다" 하는 반응이 올라왔을 정도로 몸을 불사르며 지상 최대 밉상이 되고 있다.
수민은 학창시절 왕따를 당한 지원을 유일하게 챙겨주던 착하고 다정한 친구인 척했지만, 실상은 지원의 뒤통수를 치며 지원의 모든 걸 빼앗는 악녀다. 교묘한 거짓말로 지원을 농락했던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끝내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천연덕스럽게 행동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기함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 수민을 연기하는 송하윤은 눈부신 메소드 연기로 존재감을 빛내고 있다. 송하윤이 큰 눈을 번뜩이고 입술을 비틀며 보여주는 표정 연기가 영악한 악녀로서 첫손에 들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일품이다.
물론 지원으로 나선 박민영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시청자들을 드라마에 몰입하게 하고 지원을 응원하게 하는 동력의 한 축이 지원을 처참하게 배신한 민환과 수민의 만행이라면, 또 다른 한 축은 2회차 인생에 돌입한 지원에게서 느껴지는 절절한 절박함이다. 박민영이 휘몰아치는 전개에도 집중력을 이끌어내는 흡입력 있는 연기로 '안방퀸'다운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결국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힘차게 달려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박민영인 것이다.
드라마 외적으로 박민영이 두 해 전 있었던 구설수를 딛고 굳건히 일어선 모습으로도 감탄사를 자아낸다.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시청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인생 2회차에서는 실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실행하는 지원과 똑같다고도 하겠다. 말기 암 환자 역할로 나서기 위해 체중을 37kg으로 감량하는 등 살을 깎는 노력을 한 박민영의 절박함과 와신상담이 지원을 통해 구현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흑역사를 역사로 바꾸겠다"는 지원의 목표는 박민영의 목표이기도 할 것이니 말이다.
여기에 지원을 남몰래 돕는 유지혁(나인우)의 존재가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한다. 나인우가 맡은 지혁은 지원과 민환, 수민이 다니는 회사의 오너 3세다. 지원에게 남다른 마음을 가진 듯 위기 때마다 지원을 구해주고 있다. 훤칠하고 듬직한 나인우가 차분하게 그리는 지혁은 지원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 팬심을 얻고 있다. 그런 지혁 역시 인생 2회차를 살고 있다는 사실이 지난 9일 4회 엔딩에서 확인돼 시청자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나란히 인생 2회차를 맞은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전망이다.
이렇듯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막장의 요소를 가득 담은 회귀물의 재미와 스피디한 전개, 환상적인 출연진까지 더해져 팝콘각이 딱 나온다. 실제로 드라마에 대한 반응은 곧바로 시청률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 1월 1일 5.2%(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가구 기준)로 스타트를 끊은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꾸준히 상승해 9일 방송한 4회에는 7.6%로 올라섰다. 벌써부터 두 자릿수 시청률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도 이어진다.
흥행만큼이나 해피엔딩도 기대된다. 또 어쩌면 결말은 권선징악 또는 인과응보와 같은 불 보듯 뻔한 것일 테니, 매회 소개될 빌런들의 악행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이 더 크다면 거짓말일까. 이이경과 송하윤이 활약을 이어가며 욕하면서 보는 재미를 지속해주길 고대하게 된다. 지원과 지혁의 위기대응에도 기대감이 고조된다.
죽은 시간대로 치부돼온 월화 드라마 존의 부활을 이끌고 있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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