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예정된 비트코인 제도권 진입, 대비 않고 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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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0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블랙록·피델리티 등 11개 자산운용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상장을 승인했다.
제도권 자금의 비트코인 투자 본격화에 현지 반응은 뜨겁지만, 한국 분위기는 다르다.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이나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는 기존 정부 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며 국내 거래를 차단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승인하는 엇박자를 내긴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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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0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블랙록·피델리티 등 11개 자산운용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상장을 승인했다. 제도권 자금의 비트코인 투자 본격화에 현지 반응은 뜨겁지만, 한국 분위기는 다르다.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이나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는 기존 정부 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며 국내 거래를 차단한 탓이다.
당국 설명대로 법체계가 다른 미국 사례를 우리에게 곧장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문제는 이번 이슈에 관한 금융당국의 대응이 다소 아마추어 같다는 점이다. 우선 다른 나라의 비트코인 ETF 상장이 처음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3년 전인 2021년 2월 캐나다를 시작으로 독일·호주·브라질 등에서 비트코인 ETF가 제도권에 입성했다. 이들 ETF는 국내에서도 거래됐다.
당시 우리 금융당국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에 미국이 거래를 승인하자 부랴부랴 선 긋기에 나섰다. 미 월가 자산운용사들은 2013년부터 비트코인 ETF 상장을 원했다. 실제 상장 기대감이 커진 건 작년 8월 미 법원이 그레이스케일인베스트먼트의 비트코인 ETF 신청을 거부한 SEC 결정이 잘못됐다고 판결한 뒤부터지만, 어쨌든 우리 정부가 비트코인 ETF 관련 글로벌 동향을 파악하고 대비할 시간은 충분했다. 시장에서 “그동안 뭘 했느냐”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대놓고 인정하진 않아도 금융당국은 증시를 향해야 할 시장 관심이 가상화폐로 넘어가는 게 두려웠을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공매도 전면 금지와 12월 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에 이어 올해 1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까지 3개월 연속 증시 활성화 대책을 쏟아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한국거래소의 주식시장 개장식에 참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승인하는 엇박자를 내긴 쉽지 않을 것이다.
금융당국의 금지 조치로 여론이 크게 악화하자 대통령실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급히 호출해 현안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이후 당국은 표현을 ‘위법’에서 ‘보류’로 완화했고, 14일 낸 보도참고자료에서는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내부 사정이 어땠든지 간에 대통령실과 금융당국은 정책 엇박자란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시장에선 정부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계속 차단하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금융 선진국을 지향하는 한국이 세계 최대 자본시장마저 허용한 투자에 역행하는 건 반(反)시장적 행보로 비칠 수밖에 없어서다. 또 비트코인 현물 ETF는 살 수 없지만 선물 ETF 투자는 가능한 규제 기준도 호모하고, 비트코인 현물 거래는 허용하면서 ETF는 막는 것도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따라서 정부는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중개 승인 이후 상황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한국 자본시장의 매력도가 충분하다면 자금 일부 이탈은 불가피하더라도 상당수 투자자는 증시에 계속 머물 것이다.
다만 우리 자본시장의 투자 매력도가 비트코인의 침투를 견뎌낼 만큼 충분한지는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풀고 금투세를 없애는 게 투자 심리 개선에 도움이 되긴 할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된 배경으로 꼽히는 지배구조와 회계의 불투명성, 경직된 노동시장 등을 해결하지 않으면서 한국 자본시장의 매력도를 끌어올리긴 힘들다.
정부는 글로벌 대세가 돼 가는 가상자산의 제도권 진입을 정해진 미래로 규정하고, 관련 정책을 속도감 있게 정비해야 한다. 대통령실·금융당국·금융투자업계가 한목소리를 내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고, 위법 행위에는 가차 없는 철퇴로 선량한 투자자가 피해 보는 일을 차단해야 한다. 이 정도도 해내지 못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요원할 것이고, 투자자는 점점 가상자산만 바라보게 될 것이다.
[전준범 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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