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 연상호 감독 “흥행 부담? 적당한 존중과 조롱 받고 있어” [EN:인터뷰③]

이민지 2024. 1. 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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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상호 감독/넷플릭스 제공

[뉴스엔 이민지 기자]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선산'은 K-좀비 신드롬의 시작을 끊은 '부산행'부터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넷플릭스 영화 '정이' 등으로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를 구축한 연상호 감독이 기획, 각본을 맡았다.

- 민홍남 감독 첫 연출작인데 만족스럽나 ▲ '부산행' 때부터 나의 조감독으로 7년 넘게 같이 했다. '부산행'이 내 첫 실사 영화고 그 전에는 실사 영화를 어떻게 찍는지 몰랐다. 조감독은 프로덕션 전체를 관장하는 역할이다. 그 전 작품들에서 현장이 잘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면 그건 민홍남 감독이 조감독으로서 잘 준비해줬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프로덕션적인 면에서는 전혀 걱적이 없었다. 워낙 잘 하고 경험이 많으니까. 연출적인 면에서 이야기 한다면 대본을 쓸 때 민홍남 감독도 같이 쓴 이유가 있다. 처음부터 이 이야기가 어떻게 가는지 긴 시간 이야기 하는건 다른 경험이었다. 이전에는 대본을 받고 대본에 맞춰 준비했는데 대본이 없는 상태에서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연출적으로 고민하지 않은게 같이 처음부터 고민했기 때문이다. '선산'은 대부분 오랫동안 같이 작업한 스태프들인데 현장에서 너무 잘 했다고 들었다.

- 대본은 세 명이 공동 작업을 했는데 의견이 엇갈린 부분이 있거나 꼭 지켜야 한다 했던 부분이 있었나 ▲ 의견이 엇갈린다기 보다 우리가 이 작품으로 이야기 하고자 하는게 무엇인가, 그것이 대중에게 보여지는 작품으로서 불편한 질문이지만 혐오스럽지 않게 할 것인가가 핵심적인 과제였다. 통념과 벗어난 진실이 나오는데 그걸 혐오할 수 있으니까. 그것이 단지 충격을 위한 설정이 아니라 말 그대로 원래 계획했던 질문의 형태로 나가기 위해 설정을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어떻게 만들것인가가 큰 이슈였다.

- 웹툰 작업도 계속 하는 이유가 있나 ▲ 영상작업은 사실 내가 만들고 싶다고 만들 수 없다. 돈이 있어야 만든다. 투자 받는 지난한 과정이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어렵게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를 했다. 영상 작업 한 편이 실사가 돼서 나오는 과정이 얼마나 자기 의지대로 되지 않는지 안다. 어느 순간 작품을 하는 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은 계기가 있었다.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계기를 만들지 않으면 영상 작업을 할 때 숨통을 죄어오는게 있어서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만화 작업을 했다. 물론 그 만화가 잘 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만화는 영상 작업과 다르게 열심히 하면 나온다. 그런게 영상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남들이 봤을 때는 일이 많아질 것 같은데 오히려 그런 측면에서 여유가 생긴다고 할까.

- '연니버스'가 확장되면서 많은 작품이 나왔다. 흥행 부담이 생기지는 않았나 ▲ 흥행에 대한 부담은 늘 있다. 영상 작업이라는건 남이 투자 결정을 해줘야 들어갈 수 있는거다. 은퇴를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 은퇴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느낌 같은 걸 항상 가지고 작업한다. 그 두려움만 가지고는 작업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 두려움만 가지고 작업을 한다면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 같다. 작품은 좀 여유가 있어야 해볼 수 있으니까 내 나름대로 만화 작업 같은 걸 하면서 공간들을 확보하려고 한다. 흥행에 대해 항상 생각하지만 내가 그걸 항상 맞출 수 있다면 주식을 해야겠지(웃음)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예전에 '돼지의 왕'이란 작품으로 인터뷰를 했었다. 햇병아리 시절이었는데 기자분이 어떤 감독이 되고 싶냐고 했다. 최근에 보니 그때 '적당한 존중과 적당한 조롱을 받으며 오래 작업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더라. 그 이야기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웃음)

- 작업이 많은데 ▲ 나는 작업을 동시다발적으로 하지 않는다. 작업을 하나 끝내고 다음 작업을 하는 식이다. 우리 집 바로 앞에 개인 작업실이 있다. 아침에 무조건 나간다. 큰 애 학교 데려다주고 작업실로 가서 일이 있든 없든 뭐라도 하려고 한다. 5시 반에서 6시에 집에 들어온다. 나머지를 안 하고 그 외에는 생활이 없다. 두 군데만 다닌다. 물론 프로덕션이나 프리 프로덕션 때는 회의를 하지만 요즘에는 특히나 좁은 일상 세계 안에만 있으려고 하는 것 같다. 그게 마음이 편하더라.

- 새로운 아이템을 발견하기 위해 누군갈 만나거나 새로운 곳에 가보게 되지 않나 ▲ 인터넷을 많이 본다. 유튜브도 많이 보고 사건 사고도 본다. 마포에 사는데 엄청 조용하고 아무것도 없다. 사건 사고 유튜브 보고 다큐 보고 영화 보고. 거의 그 생활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생활한지가 꽤 오래 됐다. 왜 그렇게 됐나 생각도 해 봤는데 큰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그랬던 것 같다. 몇시간 자는지 물어보시기도 하는데 밤에 10시간 잔다. 애 잘 때 같이 자고 같이 일어난다. 그 생활이 10년이 넘다 보니까 별로 할 게 없다. 11시 되면 엄청 졸리다.

- '지옥2'는 언제쯤 공개될 것 같나. 시즌2에 대한 기대가 높기도 하고 주연배우 교체 이슈도 있었는데 ▲ 하반기일 것 같다. 열심히 만들었다. 사실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배우들이 굉장히 대단하다. 김현주, 문근영, 김신록 등 다들 자신의 역할에 칼 같은 걸 들고 왔다. 마무리 중인데 공개됐을 때 기대를 하고 있다.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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