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염증 유발하는 면역세포의 이동, 장기칩으로 관찰한다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
만성염증 질환용 생체모사 장기칩 개발
면역세포 이동 관측하기 쉬운 구조로 신약 개발에 활용 기대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생체모사 장기칩(Organ-on-a-chip) 기술이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티리얼스'에 표지 논문으로 소개됐다. 면역 세포의 이동 과정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어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한국화학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만성염증 질환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생체모사 장기칩(Organ-on-a-chip)을 개발했다. 만성염증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면역 반응을 연구하거나 신약의 효능을 평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바이오의약 산업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김홍기 한국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부 책임연구원과 이성균 선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15일 만성염증 환자의 면역 세포의 이동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생체모사 장기칩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만성염증은 특정 질병에 걸렸을 때 생겼다가 건강을 회복한 이후에도 인체에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미세염증을 말한다. 만성염증을 유발하는 면역세포들은 혈관을 통해 인체 곳곳으로 이동하고 과도한 면역 반응을 일으켜 다른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오랜 기간에 걸쳐 천천히 건강을 악화시켜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리기도 한다.

연구진은 생체모사 장기칩을 이용해 만성염증 환자의 면역세포인 호중구가 혈관 벽을 뚫고 염증 부위로 이동하는 과정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장기칩은 세포를 3차원(3D)으로 배양한 뒤 작은 칩에 넣어 사람의 장기 구조를 모방하는 기술이다. 동전 크기의 작은 칩으로 복잡한 인체 장기와 조직을 모사할 수 있어 동물·인체 실험을 대신할 수 있다.

장기칩은 칩의 구역인 ‘채널’ 사이의 물리 구조가 없는 형태로 만들었다. 세포가 어떻게 이동하는지 관찰하기 적합한 방식이다. 장기칩에는 폐쇄성 폐질환 환자의 혈장을 주입해 호중구의 이동 과정을 확인했다.

실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세포 이동과 유사한지 확인하기 위해 면역세포의 이동을 막는 만성염증 치료제 3종을 함께 처리했다. 그 결과 임상시험 결과와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 장기칩을 이용한 만성염증 치료 효과 분석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장기칩 기술을 이용하면 면역세포의 이동 수량과 거리를 정교하게 비교하고 염증 수준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성염증 환자의 염증 수준을 분석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물실험을 대체해 만성염증 치료제 개발에도 장기칩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전 세계 장기칩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1억750만달러(약 1415억원)로 2030년까지 7억9670만달러(약 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책임연구원은 “염증성 질병 모델과 이를 위한 기초 연구, 약물 개발에 장기칩을 활용할 수 있다”며 “인체 질병 모델을 만들고 신약개발 기반기술(플랫폼)으로 활용해 바이오의약 산업 전반에 핵심 기술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티리얼즈’에 지난해 12월 표지 논문으로 소개됐다.

참고자료

Advanced Healthcare Materials, DOI: https://doi.org/10.1002/adhm.202301673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