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리는 수사[뉴스와 시각]

김병채 기자 2024. 1. 1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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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이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살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 행위가 돼야 한다.

잘못이 있는 사람에게 잘못을 알려주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게 하고, 벌을 받은 후에는 더 나은 사람이 되게 만드는 게 수사의 목표가 돼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대부분은 현재 잘못된 수사 관행에 크고 작은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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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채 사회부 차장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에게 잘못이 있는지 없는지, 잘못이 있다면 얼마나 큰지 알 수는 없으나 본인에게는 물론, 그에게 칼을 들이대던 대부분 사람에게도 원하는 결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과정을 복기해 보면 비극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기본적인 수사 원칙과 상식이 망가졌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떠난 자에게는 명복을 빌면서 남은 자들은 원칙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모든 수사의 기본은 ‘신속히 환부만 깨끗이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다. 이런 수사가 가능하게 하려면 충분한 내사가 뒷받침돼야 한다. 내사 단계에서는 사건이 절대 공개돼서는 안 된다. 충분히 내사를 진행한 뒤 입증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압수수색 등 증거 수집에 착수해야 하고, 사건이 공개되면 가능한 한 빨리 수사를 끝내야 한다. 혐의를 못 찾으면 ‘쿨하게’ 그만둬야 한다.

이번 경찰 수사는 내사가 부실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엑스레이, MRI, CT, 조직검사를 안 해보고 환자가 암에 걸렸다는 다른 사람의 말만 듣고 개복수술부터 진행한 격이다. 막상 배를 열어 보니 분명히 있어야 할 암세포가 보이지 않았다. 집도의는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미 세상에 중요한 수술을 한다고 알려놓기도 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끝낼 수는 없었다. 원래 환부라고 생각했던 곳이 아닌 데까지 샅샅이 살펴봤다. 그래도 암세포를 발견하기 힘들었다. 수술은 늘어지고, 그사이 환자는 죽어가고 있었다. 큰 수술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가 동반된다.

이 사건 이전에도 경찰과 검찰을 막론하고 잘못된 수사 관행이 자리 잡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건이 외부에 공개될 수밖에 없는 압수수색을 진행하고도 수사가 1∼2년 이상 더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미 수사 동력이 떨어진 게 분명함에도 무혐의 처리를 미루고, 사건을 부여잡고 있다는 인상을 줄 때도 있었다. 검사 출신 홍준표 대구시장은 “옛날에는 아무리 큰 사건도 두 달 이상을 끌지 않았다”며 최근의 수사 행태를 비판했다. 물론 피의자들의 방어권이 강화됐고, 압수수색 절차의 위법성 등도 법원에서 엄격하게 따진다. 과거보다 수사 환경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이 원칙을 이겨서는 안 된다.

수사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살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 행위가 돼야 한다. 잘못이 있는 사람에게 잘못을 알려주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게 하고, 벌을 받은 후에는 더 나은 사람이 되게 만드는 게 수사의 목표가 돼야 한다. 수술을 마치면 더 건강해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수사는 사람을 죽이는 행위로 통용된다. 누군가의 범죄를 제보할 때 “내가 누구를 죽이려고 한다”고 말하고, 수사기관의 에이스들은 “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자랑해 왔다.

수사기관뿐 아니라, 떠난 자를 극단적 상황으로 내몰았던 모든 사람이 옆과 뒤를 돌아봐야 할 때다. 단, 정치권 인사들은 왈가왈부하며 나서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들이 나서면 ‘내 편, 네 편’이 나오기 시작하고 본질이 흐려진다. 그리고 그들의 대부분은 현재 잘못된 수사 관행에 크고 작은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다.

김병채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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