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건설·부동산…부실 지표 13년 만에 최악

은행권 부동산 업종 연체율 13년 만에 최고
비은행권 중심 연체율 빠르게 증가
한은 "부실 규모 확대 가능성…대출 부실 선제적 조치 필요"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인해 건설과 부동산 업종의 건전성 지표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부실에 따른 금융 불안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부실 정리 노력을 게을리하면 제2의 태영건설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15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금융업권별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전체 금융권(은행+비은행)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608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지난 2022년 3분기(580조8천억원)보다 4.8%, 2021년 3분기(497조6천억원)보다는 22.3%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치다.

두 업종의 대출 잔액을 각각 봐도 건설업 115조7천억원, 부동산업 492조8천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2년간 비은행권의 부동산 업종 대출 잔액은 155조원에서 193조6천억원으로 24.9% 급증했다.

비은행권 건설·부동산업 연체율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

연체율 등의 부실 지표 수준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3분기 비은행권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은 각각 5.51%, 3.99%로, 지난 2015년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았다.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을 보면 저축은행에서 건설업 7.34%, 부동산업은 5.97%로, 전년(2.20%·2.52%)의 3.3배, 2.4배가 증가했다.

부동산업은 2018년 4분기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고, 건설업은 2013년 1분기(35.36%) 이후 10년 6개월 만의 최고를 기록했다.

은행권의 건설업과 부동산업 연체율(0.58%·0.15%)도 2015년 3분기(3.65%), 2010년 3분기(2.63%) 이후 각각 8년,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

두 업종 고정이하여신비율(0.92%·0.27%) 역시 2011년 1분기(10.23%), 2010년 3분기(6.35%) 이후 약 13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한은 "두 업종 연체율 추가 상승 가능성…적극적 조치 필요"

건설업과 부동산업의 부실 지표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과 관련해 한국은행은 두 업종의 연체율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금융권에 대출 부실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지난해말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부동산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건설·부동산업 연체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향후 부동산 시장의 하방 리스크(위험)를 감안하면 연체율의 추가적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부실자산 상·매각 등을 통한 관리에 소극적으로 임하면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며 금융권에 부동산과 건설 업종 대출 부실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촉구했다.

다만 한은은 최근 발생한 태영건설 사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에서도 위험 관리가 잘못된 대표적 사례로, 금융 시스템의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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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동직 기자 djle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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