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성 인정’ 검토할 때다[포럼]

2024. 1. 1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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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10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을 승인했다.

우리의 가상자산법은 증권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상자산이 거래소의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

가상자산의 ETF를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경우, 기관투자가들은 비트코인 투자를 통해 위험관리를 해야 하고, 비트코인 투자로 포트폴리오의 위험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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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10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을 승인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법 개정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국도 미국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국내 거래가 가능한지를 결정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 현재는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부정하고 가상자산 자체를 별도로 관리한다. 투자자가 아닌 이용자로서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정부 입장도 재검토돼야 할 상황이다.

가상자산 이용자가 늘고 용어 혼란으로 정책이 시장과 숨바꼭질한다. 가상자산의 본질을 파악하고 현실을 인정하는 정책 기조가 필요하다. 암호화폐(가상화폐)라는 용어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가상화폐가 미국 달러에 도전하고 기축통화로 기능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오해다. 가상화폐는 본질적으로 화폐가 될 수 없고, 다국적 거래소가 있고 사적 거래가 가능해지면 환거래와 자금세탁에 악용될 수 있다.

SEC는 ETF라는 용어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의 증권성을 부정하지만, 이번 조치로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할 수밖에 없다. ETF와 관련된 파생상품 개발에 따라 비트코인 투자는 불가피하다. 증권성 인정과는 무관하게 비트코인은 실질적 투자자산이 됐다.

가상자산법은 가상자산의 화폐성과 증권성을 부정한다. 이 법의 대상이 되는 가상자산은 경제적 가치가 있고 거래는 가능하지만, 화폐나 증권이 아니고 가치를 보증할 수 있는 수단도 없다. 유일하게 식별할 수 있는 자산(NFT)도 대체 불가능하다면 법상 가상자산은 아니다. 가상자산은 자기의 본질적 가치를 안정화할 수 있는 어떤 근거도 없다.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는 확률 보행 과정(random walk process)을 따를 수밖에 없다. 언제든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는 사라질 수 있다.

불안정한 가상자산으로 만들어진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됐다고 비트코인의 가치가 안정화될 수 없다. SEC의 조치는 비트코인의 안정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상자산의 시장성을 인정하고 투자의 대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은 가상자산의 옥석 가리기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가상자산법은 증권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상자산이 거래소의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 정부도 가상자산의 난립을 방치할지, 간접적으로 옥석 가리기를 추진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가상자산의 ETF를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경우, 기관투자가들은 비트코인 투자를 통해 위험관리를 해야 하고, 비트코인 투자로 포트폴리오의 위험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기관투자가들의 비트코인 투자를 막고 ETF만 거래하도록 하는 경우도 위험에 노출되긴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개인투자자들의 가상자산에 대한 묻지마투자를 용인하는 것도 문제다. 발행이익을 얻기 위해 무수한 가상자산이 만들어지고, 또 사라짐에 따라 피해자는 양산된다.

가상자산은 내재가치를 갖고 있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시장에서 경제적 가치를 가진 자산이다. 가상자산의 시장성을 인정하고 미국처럼 옥석 가리기를 시도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투자의 대상으로 편입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시점이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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