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율도’와 ‘밤섬’[이기봉의 우리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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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기록된 서울의 지명 중 '栗島(율도)'라는 섬이 있다.
'율도'는 우리말 지명인 밤섬을 한자의 뜻(栗·밤 율+島·섬 도) 형식으로 표기한 한자어 지명이다.
지명은 기본적으로 소리를 통해 의사소통의 매개체가 되는데, '율도'와 밤섬은 공통점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 소리여서 한자를 떠올리지 않는 한, 서로 매치시키기가 쉽지 않다.
밤섬은 서울에서 겨우겨우 힘겹게 살아남은 우리말 지명의 희귀한 사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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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기록된 서울의 지명 중 ‘栗島(율도)’라는 섬이 있다. 홍길동전에 나오는 가공의 이상 국가인 栗島國(율도국)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지만, 김정호가 소설 속의 지명을 지도에 표시할 리는 없다. 그러면 ‘율도’는 어떤 섬을 가리킬까? 힌트를 드리면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약 1000명의 사람이 사는 마을이 있던 섬으로, 1968년 여의도 개발에 쓸 제방의 석재를 확보하고 한강의 유로를 넓히기 위해 마을이 자리 잡았던 기반암을 폭파하면서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로 변했다. 지금은 홍수 때마다 한강이 주기적으로 실어 온 모래가 엄청나게 쌓이고 쌓여 더 넓은 섬으로 변했고, 나무가 무성한 유명한 철새도래지가 됐으며, 섬 위로는 서강대교가 지나가고, ‘김씨 표류기’란 영화의 촬영 장소가 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웬만한 서울 사람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여의도 북쪽에 있는 섬, 밤섬이다.
‘율도’는 우리말 지명인 밤섬을 한자의 뜻(栗·밤 율+島·섬 도) 형식으로 표기한 한자어 지명이다. 지명은 기본적으로 소리를 통해 의사소통의 매개체가 되는데, ‘율도’와 밤섬은 공통점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 소리여서 한자를 떠올리지 않는 한, 서로 매치시키기가 쉽지 않다. 특히, 한자가 익숙하지 않은 젊은층일수록 더욱 그러할 것이다. 지금 서울에서 밤섬을 ‘율도’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율도’라는 지명으로는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 ‘율도’는 일상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한자음으로 표기된 소리일 뿐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15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은 우리 조상들이 길게는 수천 년, 짧게는 몇백 년 동안 사용해 오던 우리말 지명으로 가득했다. 조선의 수도 서울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역전됐다. 우리말 지명은 거의 사라지고 표기된 한자의 소리 지명이 전국뿐만 아니라 서울도 뒤덮고 있다. 밤섬은 서울에서 겨우겨우 힘겹게 살아남은 우리말 지명의 희귀한 사례 중 하나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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