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발레·판소리에 녹아든 '극장 오케스트라' 국립심포니

강애란 2024. 1. 1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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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슈인의 재즈풍의 피아노 협주곡 '랩소디 인 블루',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차이콥스키의 발레 '백조의 호수'.

지난 1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2024시즌 오프닝 콘서트'는 알록달록한 색채를 가진 '극장 오케스트라'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보통 오페라 공연 때는 무대 아래 깊이 파인 공간인 피트 안에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에서 함께하니, 선율이 더 극명하게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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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프닝콘서트…성악·무용 빛내고 국악과는 절묘한 조화
국립심포니 2024시즌 오프닝 콘서트 [국립심포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거슈인의 재즈풍의 피아노 협주곡 '랩소디 인 블루',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차이콥스키의 발레 '백조의 호수'. 여기에 판소리 '춘향가'까지.

지난 1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2024시즌 오프닝 콘서트'는 알록달록한 색채를 가진 '극장 오케스트라'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국립심포니는 독립된 연주회도 하지만,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의 반주 오케스트라 역할도 하고 있다.

새해 선물 상자를 여는 '언박싱'(개봉) 콘셉트로 진행된 이날 공연은 말 그대로 극장의 막을 올리며 시작했다. 보통 클래식 음악 공연은 관객들이 하나둘 무대에 오르는 연주자들을 맞이하며 시작되지만, 이날은 장막 뒤에 가려져 있던 오케스트라가 선물처럼 '짜잔'하고 모습을 드러내며 관객들을 맞았다.

무대 디자인도 분위기를 달궜다. 무대 뒤에 세워진 스크린에는 연주될 곡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장면이 영상으로 펼쳐졌다. 첫 곡인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은 궁정 무도회장을 배경으로, '랩소디 인 블루'는 보랏빛으로 물든 도시의 저녁 빼곡한 건물들 사이에서 연주됐다.

왼쪽부터 베이스바리톤 조병익, 소프라노 이해원 [국립심포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극장 오케스트라의 진면목은 2부에서 도드라졌다. '마술피리'의 서곡이 끝나자, 효과음인 천둥소리가 울린 뒤 아리아 '지옥의 복수심으로 내 마음 불타오르네'가 연주됐다. 소프라노 유성녀가 오페라 속 인물인 '밤의 여왕' 의상을 입고 리프트를 타고 무대 한가운데 불쑥 올라오자 박수가 쏟아졌다.

유성녀는 오페라를 잘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 들어봤음 직한 4옥타브 도(C6) 음이 연속되는 '아아아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구간을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주고받듯 노래했다. 보통 오페라 공연 때는 무대 아래 깊이 파인 공간인 피트 안에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에서 함께하니, 선율이 더 극명하게 살아났다.

이어 연주된 익살스러운 아리아 '파, 파, 파, 파파게노'는 베이스바리톤 조병익의 상황극으로 시작됐다. 파파게나를 찾고 있다는 파파게노 역의 조병익은 관객들에게 자신의 핸드폰 번호라며 '010-1234-5278'이라고 불러주기도 하고, 지휘봉을 든 다비드 라일란트와 악수하며 관객들을 웃겼다. 조병익은 오케스트라 사이에서 깜짝 등장한 파파게나 역의 소프라노 이해원과 무대 위를 팔짝팔짝 뛰어다니며 유쾌한 아리아를 선사했다.

국립심포니 2024시즌 오프닝 콘서트 [국립심포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오페라 갈라 무대를 옮겨놓은 듯한 연주가 끝나자, 국립발레단 무용수 심현희 박종석이 무대에 올랐다. 두 무용수는 우아하면서도 힘 있는 몸짓으로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파드되(2인무)를 선보였다. 국립심포니는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내세우기보다는 두 무용수의 몸짓에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스며드는 연주로 발레 무대를 완성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국립창극단의 스타 소리꾼인 김수인의 판소리와 국립심포니의 조화였다. 국악기와 서양악기가 함께 연주되는 공연은 종종 볼 수 있지만, 판소리와 오케스트라의 조합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김수인이 '춘향가' 중 '어사출두' 대목을 우렁차게 뽑아내자 태평소의 거센소리가 합을 맞췄고, 트럼펫, 트롬본 금관악기가 힘을 보탰다. 현악기의 분주한 활시위도 '어사출두'의 긴박함을 살려냈다.

소리꾼 김수인 [국립심포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마지막 곡인 '아리 아리랑'에서는 애환이 담긴 김수인의 목소리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 현악기 특유의 그윽하고 깊은 울림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울컥하는 감정을 고조시켰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대목인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는 '(다 함께)'라는 자막 안내에도 따라부르는 관객이 없어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런 공연이 좀 더 자주 열린다면 관객들이 함께하는 장면도 성사되리라는 기대를 남겼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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