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한일 해저터널로 경제돌파구 마련을

2024. 1. 1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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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해낼 사람은 임자밖에 없어. 임자가 태국 고속도로 건설을 성공리에 완공했으니 그 경험을 살려 대한민국 경부고속도로도 건설해보시게.”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은 정주영 현대건설 회장을 호출했다. 그리고 서울~부산 간 고속도로 건설을 지시한다. 그 이전에 박 대통령은 미국과 서독을 방문해 전역에 깔린 미국의 고속도로망과 서독의 아우토반을 시찰하고 나서 결심을 굳혔다. 그리고 1968년 2월 경부고속도로 착공에 들어갔다.

야당을 비롯한 대다수 국민의 반대가 들끓었다. 쌀 한톨이 귀한 마당에 멀쩡한 논밭을 갈아엎는다며 항의가 줄을 이었다. 자동차 몇 대 다니지 않는 나라에서 웬 고속도로냐며 자동차 가진 부자들만 좋은 일이라며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세계은행은 경부 축보다는 동서를 잇는 도로 건설이 더 낫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먼 미래를 내다보며 이를 밀어붙였다.

삽을 뜬 지 불과 2년5개월 만에 완공됐다. 연인원 900여만명이 동원된 대역사였다. 한국 현대사에서 ‘하면 된다’는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요즘 들어서 국가지도자의 탁견과 추진력을 다시 떠올리는 이유는 한국 경제를 둘러싼 최근의 국내외 환경이 어느 것 하나 녹녹지 않아서 무언가 돌파구를 마련해 뚫어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제질서의 대변혁이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체제는 다극화와 블록화 그리고 보호무역주의로 회귀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중 갈등, 중동 산유국들의 가입 확대로 인한 브릭스(BRICS)의 입김 강화, 후발 개발도상국 카테고리에 속하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대두 등은 미국을 비롯한 G7 서구세력의 입지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글로벌 시대의 순풍을 타면서 개척해온 우리의 해외 시장 축소를 초래할 우려를 낳는다.

태영건설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로 인해 건설회사들은 자금 경색을 우려하며 좌불안석이다. 자칫 이 문제가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서 세계 최고의 시공능력을 갖춘 건실한 우리 해외 건설업체들로까지 전이될까 걱정이다.

한편 우리 경제의 부채 문제 또한 심각하다. 가계, 기업, 정부 등을 합친 국민경제의 총부채는 무려 6000조원이나 된다. 이는 경제활력을 떨어뜨려 장기간에 걸친 ‘L’자형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징후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큰 국가적 현안이 돼 있다.

이런 안팎의 난관을 뚫어나가기 위해서는 큰 발상의 전환이 시급한 국면임에도 윤석열 정부 들어서 이를 타개할 굵직굵직한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세간의 여론이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고려해서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적극 추진해볼 필요가 있다.

이 터널은 ‘부산~쓰시마~이키섬~규슈 후쿠오카’로 이어지는 약 200㎞의 코스다. 추진된다면 부산에서 일본 쓰시마까지의 약 50㎞는 한국 측이 건설하고 나머지 150㎞ 일본 구간은 일본 측이 건설하게 된다.

우리 측 전문가들에 따르면 건설기간은 약 10년이고 총 공사비용은 대략 100조(단선)~200조원(복선)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3분의 1구간만 한국이 맡기 때문에 해마다 3조~7조원의 자금 투입이면 가능하다고 한다.

이 구상은 상당히 오래전에부터 제기됐다. 그사이에 찬성, 반대 등의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타당성 조사 등도 실시했었다.

그런데 투자비용 회수 문제, 시공상의 기술적 문제 그리고 ‘재팬포비아(대일 경계심)’ 등의 장벽에 가로막혀 번번이 무산됐다.

일본 홋카이도와 본토 아오모리현의 쓰가루해협을 연결하는 세이칸 해저터널(54㎞)이 개통돼 기술적인 문제는 이미 해소됐다.

다음으로 경제적 타당성 문제인데 우리 측 부산·울산·경남(약 765만명)과 전남 인구(약 180만명)를 합하면 약 1000만명에 달한다. 일본 규슈지방 인구도 1000만명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한일 간 2000만명을 품는 ‘현해탄 경제공동체’가 탄생하는 셈이다.

양 지역 간 관광, 물류, 산업 간 수평적 분업구조의 경제협력 등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군사안보 관점에서 보면 한반도 전쟁 유사시에 주일미군의 병력 및 장비가 반나절 만에 신속하게 이 터널을 통해 반입될 수 있다는 점은 그 전략적 가치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다.

과거와는 달리 양국 간 격차는 대등한 수준까지 도달해 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1인당 임금 수준은 한국이 일본보다 높다. 반면에 1인당 GDP는 일본이 21위, 한국이 23위로 일본이 앞선다.

미국 군사력평가기관인 GFP에서는 한국은 6위, 일본이 8위로 한국이 군사력에서 앞서는 것으로 평가했다.

우리 국력이 괄목 성장했음에도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의 경험을 잣대로 삼아 ‘일본의 대륙 진출의 야심에 이용된다’며 반일 감정에 사로잡힌 주장은 이쯤에서 재고돼야 할 때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막혔을 때는 뚫는다.’ 이것이 성공신화를 만들어낸 우리 국민의 DNA였다.

장준영 헤럴드 고문, 전 항공대 초빙교수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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