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쩍은 과잉대응... KB증권, 비트코인 선물 ETF 금지했다 재개
자본시장법만 봐도 알 수 있는데… 갈팡질팡
금융위원회의 철퇴에 놀란 KB증권이 비트코인 ‘선물(先物)’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까지 막겠다고 했다가 은근슬쩍 취소하는 일이 일어났다. 금융위가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를 금지하자, KB증권은 선물 ETF의 매매까지 막았다. 매매 제도를 보수적으로 운영한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선물 ETF는 3년 전부터 거래돼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는 상품이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업계 상위 업체들이 선물 ETF의 매매를 제한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과도하게 눈치를 봤던 KB증권은 이내 거래를 재개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12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을 기초로 하는 ETF에 대해 금융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기 전까지 가상자산 선물 ETF의 신규 매수를 제한한다”는 공지를 게재했다가 삭제했다.
전날 금융위가 국내 증권사가 해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히면서 KB증권은 해당 공지를 올렸다. 하지만 이내 금융위가 선물 ETF는 규율할 계획이 없다고 하자, KB증권은 고객에게 위 공지에 대해 부연 설명하지 않고 아예 삭제했다.
KB증권의 조치에 일각에서는 의문이 일었다. 금융위가 금지한 것은 비트코인 ‘현물’ ETF인데, ‘선물’ ETF까지 막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KB증권 관계자는 “보수적으로 대응하느라 (비트코인 선물 ETF의) 신규 매수를 막았던 것”이라며 “프리마켓이 열리기 전에 거래를 재개해서 투자자 영향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만 봐도 비트코인 선물 ETF가 문제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본시장법 제234조에 따르면 상장지수집합투자기구는 기초자산의 가격 또는 다수 종목의 가격 수준을 종합적으로 표시하는 지수의 변화에 연동돼 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비트코인 선물 ETF는 이 중 지수의 변화에 연동돼 운용하는 상품에 해당한다.
실제 미국 ETF 전문 운용사 프로셰어즈가 내놓은 비트코인 선물 ETF ‘BITO’(티커명)의 보유 자산을 보면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이 담겨있다. 비트코인 자체가 아닌 비트코인의 선물 가격에 연동돼 움직이는 지수가 해당 ETF의 기초자산인 셈이다.
이는 우리 시장에서도 비트코인 선물 ETF가 2021년부터 거래된 이유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금지하면서도 선물 ETF의 거래엔 제한을 두지 않은 까닭도 이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KB증권이 금융위의 조치를 과도하게 해석한 대목이기도 하다.
한편 금융위가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를 국내에서 금지시킨 이유는 현물 ETF엔 실제 비트코인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동법 제4조에 따르면 이때의 기초자산은 ▲금융투자상품 ▲통화 ▲일반상품(농산물·축산물 등) ▲신용 위험 ▲합리적 방법으로 가격 등 평가가 가능한 것에 한정된다. 우리 법상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은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다.
즉 비트코인의 가격을 따라가는 선물 지수로 한 ETF는 국내에서 살 수 있지만, 실제 비트코인을 담은 ETF는 살 수 없다. 미국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출시한 비트코인 현물 ETF의 구성내역을 보면 비트코인이 4억9799만달러(약 6567억원)로 전체 자산의 99.99%다. 나머지 0.01%는 미국 달러(4만9187달러)다.
비트코인 ETF가 시세 조작 우려가 있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우려와 달리 투자자들은 일단 신상품을 반기는 모양새다. 11일(현지 시각) 상장한 비트코인 현물 ETF 11개의 하루 거래 규모는 46억달러(약 6조원)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현지 언론 로이터통신은 “(비트코인 현물 ETF는) 가상자산이 디지털자산이 될지, 아닐지에 대한 분수령”이라며 “시장은 거래 자금 유입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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