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흙먼지 뚫고 언덕 오르락내리락···사막 속 현대차·기아 EV '요람'

미국 캘리포니아 시티=노해철 기자 2024. 1. 1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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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미국 모하비 주행시험장 가보니
미국 캘리파니아 시티에 위치하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면적은 총 1770만㎡로 여의도 면적의 두 배에 달하는 광활한 규모를 자랑한다. 사진 제공=현대차·기아
[서울경제]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캘리포니아주를 잇는 모하비 사막 위 고속도로를 타고 세 시간가량 달리자 철조망을 둘러친 현대차·기아의 모하비 주행시험장(CPG·Callifonia proving Ground)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으로 들어서자 위장막을 두른 전기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신차들이 혹독한 환경 속에서 각종 시험을 견뎌내며 품질 검증에 한창이었다. 마치 갓 입대한 훈련병이 야전으로 배치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신병교육대’를 떠올리게 했다.

2005년 완공된 모하비 주행시험장은 압도적인 규모로 탄성을 자아냈다. 면적은 약 1770만㎡(약 535만 평)로 여의도 면적의 두 배에 달한다. 인공위성에서도 쉽게 식별할 수 있을 정도다. 이승엽 현대차·기아 미국기술연구소 부소장 상무는 “이곳은 북미 주행시험장 중 규모와 성능 면에서 두 번째에 해당한다”며 “로스앤젤레스(LA)에서 약 2시간 거리로 언제든지 차를 가지고 와서 시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은 척박한 기후와 도로 환경으로 차량 성능을 검증하는 데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겨울철인 이날 오전에는 모하비 사막에 눈이 내렸을 정도로 쌀쌀했으나, 여름철인 7~8월에는 평균 온도 39도, 지면 온도 54도를 넘어서는 무더운 날씨로 바뀐다. 폭풍이 있을 때는 비와 눈이 몰아쳐 사계절 내내 다양한 조건에서 차량을 시험할 수 있다.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N이 모하비 주행시험장 내 고속 조종안전성 시험로에서 핸들링과 파워트레인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기아

현장에서 접한 모하비 주행시험장은 최근 완성차 시장의 흐름에 걸맞은 발 빠른 대응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과거에는 내연기관차의 혹서 내구 시험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내구·주행 시험, SUV의 오프로드 시험을 확대하는 등 대세 차량에 특화한 시험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N을 대상으로 고속 충전과 주행을 수없이 반복하며 배터리 온도 60도를 넘기지 않도록 조절하는데 성공했다.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와 주행 성능 극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은 최고 시속 200㎞까지 달리는 고속 주회로(길이 10.3㎞)와 사막 환경을 그대로 이용한 오프로드 시험로(28㎞), 파워트레인 등판 성능과 오토크루즈 성능을 시험하는 장판등로(5.3㎞) 등 총 12곳의 시험로로 구성된다. 총 연장 길이는 61㎞에 달한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최고 수준의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현대차·기아의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기아 전기차인 EV6 GT를 타고 직접 달렸던 고속 조종안정성 시험로는 급격한 핸들링과 엔진·변속기 등 파워트레인 성능을 집중적으로 시험하는 곳이다. 총 길이 4.4㎞로 급커브 구간과 8% 경사 언덕 등으로 구성됐다. 차량을 몰고 빠른 속도로 커브를 돌고 직선 구간으로 진입하자 타이어 마찰음과 함께 고무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러한 시험을 통해 하중이 큰 전기차도 우수한 승차감과 조정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현대차의 제네시스 GV70이 모하비 주행시험장 내 U자형 지형인 '말발굽로'를 수 차례 오르내리며 구동력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기아

이어 현대차의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로 차를 바꿔 오프로드 시험로를 체험했다. 차량은 움푹 파인 웅덩이와 사막의 거친 모래를 부드럽게 주행했다. 시선을 돌리자 제네시스 G70은 경사가 심한 언덕 지형에 U자형으로 꺾인 ‘말발굽로’를 오르내리며 뛰어난 구동력을 선보였다. 준공 초기에 단 1개에 불과했던 오프로드 시험로 코스는 7개로 늘었으며 추가 확보를 위한 공사도 진행되고 있다. 오프로드가 흔한 미국 시장의 주행 환경을 고려해 평가 방법을 다양화한 것이다.

이경재 모하비 주행시험장 HATCI 샤시열에너지성능시험팀 책임연구원은 “오프로드 시험은 기존의 비포장 시험로 외에 여러 오프로드 노면들을 추가해 다양한 외부 환경 조건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며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전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강력한 SUV를 이곳에서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는 모하비 주행시험장을 발판 삼아 미국 시장에서의 상품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지에서 차량 기획부터 설계, 시험까지 실시하며 적기에 신차를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면서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총 165만 2821대를 판매해 사상 처음으로 스텔란티스를 누르고 업계 4위로 올라섰다. 특히 미국 친환경차 시장 점유율은 23.9%로 3년째 20%대를 유지했다. 양사의 전기차 판매량은 9만 4340대로 전년 대비 62.6% 늘어 친환경차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시티=노해철 기자 s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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