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심리적 안정감
소통이 안된다고 한다. 실제 소통이 잘된다는 조직과 소통을 잘한다는 조직장을 찾기는 쉽지 않다. 오죽하면 중소기업의 창업주인 회장도 “내 지시가 현장 직원까지 전달되지 않는다”고 하소연이다.
왜 소통이 되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소통이란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다, 막히지 아니하여 잘 통한다는 의미이다. 기업에서의 소통은 고객과 기업, 조직내부의 다양한 조직간, 임직원들이 원활히 의사 소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의사 소통 뿐만 아니라 정보, 지식, 경험, 물리적 자원 등이 막힘없이 잘 흐르는 상태이다. 소통의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대기업이지만, 내부 구조는 책상을 가운데 두고 가내 수공업을 하는 아낙네들처럼 소통이 이루어지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대기업이지만, 소통은 문화와 제도에 따라 확연히 다르다. 두개 대기업에서 근무하면서 너무나 다른 것은 최고 경영자의 영향력이 가장 크지만, 오랜 기간 지속해 온 관습과 관행의 문화도 무시할 수 없었다. 문제는 혼자 모든 것을 바꾸기 어렵다는 점이다.
A회사는 경영회의를 하며 주간업무 실적과 계획을 보고하는 경우가 없다. 주간 업무 계획과 실적을 작성해 게시판에 공유하면 그것을 보고 궁금한 사항을 묻거나 협조할 사항이 있으면 상호 협의하여 추진한다. 경영 회의는 철저하게 실행 과제 중심의 의사결정으로 진행된다. 자신의 본부에서 하면 되는 일은 경영 회의 안건이 되지 못한다. 전사적 안건, 타 본부와 공동으로 해야 할 안건 등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주관 부서에서 개략적 내용과 의사결정 사항에 대한 사전 자료를 배포한다. 경영 회의는 주관 부서의 설명과 토의할 의사결정 사항에 대해 경영 위원의 의견을 듣는다. A회사의 경영위원들은 자신의 본부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피력한다. 안건이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회사에 손실을 줄 수 있는 내용일 경우에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다. 주관 부서의 의사결정 사항 이외의 수 많은 이슈들이 논의가 되며, 반드시 경영회의에서 최종 실시 여부가 결정된다.
B회사는 논의 안건이 없다. 중요 실행 과제 중심으로 본부별 주간 업무 실적과 계획을 본부장이 발표를 한다. 타 본부와의 협의 사항에 대한 협조와 요청이 없다. 이런 일은 경영 회의가 끝나거나 시작 전에 협의한다. 경영 회의는 결정의 자리가 아닌 공유의 자리일 뿐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타인의 관심이나 간섭을 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타인의 일에 대해 관심이나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만의 묵계이다.
타 본부와 소통과 협업은 별개의 이슈이다. 이들은 회의는 회의이고, 업무 협조는 업무 협조라고 생각한다.
최고 경영층의 의사결정은 일의 방향이며 출발점이기도 하다. 일을 해야 하는 배경, 얻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고, 지향하는 모습이나 큰 틀이 정해지면 일은 비교적 쉽게 실행된다. 하지만, 배경이나 얻고자 하는 바가 모호하면 할수록 담당하는 조직과 담당자는 힘들 수 밖에 없다. 첫 단추가 제대로 맞춰져야 나머지 단추들이 제 자리를 찾아 정돈된 모습이 될 수 있는 법이다.
소통을 활성화하는 방법
A기업의 회의는 침묵이 흐른다. 주관자의 의견 요청에 아무도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다. 주관자가 참석자 중 특정인을 지명하여 발표를 하게 하면, 마지 못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지만, 해법과는 거리가 먼 가치 없는 주장이 대부분이다. 계속 지명이 이어지고, 부가가치 없는 시간만 흐른다.
회의 시간에 침묵하거나, 일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담지 않는 많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심리적 안정감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이다. 회의 시 좋은 의견을 발표했을 때, 자신이 낸 아이디어를 자신이 수행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반대로 일의 추진과 무관한 아이디어의 경우 질책을 받게 된다. 질책은 아니더라도 회의 시간에 발표를 하면 튀지 말라고 한다. 튀는 돌이 정 맞는다고 회사 생활하면서 정 맞지 말고 조용히 지내라고 한다. 이런 문화에서 소통 활성화는 요원한 말이다.
소통을 활성화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직원들 마음 속에 회사 내에서 그 어떠한 언행을 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 심리적 안정감이 없다면 피해나 질책이 싫어 침묵할 수밖에 없게 된다.
어떻게 조직 내 ‘심리적 안정감’을 강화해 나갈 것인가?
가장 먼저 CEO부터 경영층의 솔선수범에서 출발해야 한다. NO라고 이야기할 줄 알아야 하며, 그 상황에서 질책하거나 비난해서는 곤란하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 가운데 수용할 수 있는 부분, 성과를 낼 수 있는 의견을 찾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제도적 보완도 중요하다. 실패에 대해 관용과 도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물론 사리사욕이나 부정적 실패를 용인하라는 것이 아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한 일에 대한 인정과 기회 부여이다. 한번 실패하면 영원히 패자가 되거나, 엄청난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면 그 누구도 위험하거나 도전적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다.
선배에 의한 후배 지도가 되어야 한다. 팀제라고 팀원은 자신이 담당하는 직무에 대해 팀장에게 보고하고 지시 받아야 한다면, 팀장은 막중한 책임과 과도한 일에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팀원 입장에서는 보고했으니, 팀장이 알아서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일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선배에 의한 후배 지도가 회사의 문화로 자리잡아, 신입 때부터 올바른 일하는 방식이 정착되어야 한다.
사실 일에 있어 심리적 안정감은 실력이 바탕이 될 때 강화된다. 아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는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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