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성과급, 줄어도 200%대…'돈잔치' 눈총 여전
올해 주요 시중은행들의 임금인상률과 성과급 규모가 전년 대비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 대출 연체율 상승 등 리스크 확대 등으로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했다는 설명입니다.
전 사회적인 상생 요구에 따른 여론 눈치보기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억대 급여와 복리후생비가 일반화된 가운데 줄어든 성과급도 대개 통상임금이나 기본급의 200%대에 달해 '돈잔치' 비판을 불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 은행권 성과급 일제히 줄었다…임금인상률도 3→2%로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하나은행을 제외한 은행들이 지난주까지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한 상태입니다.
이들 4개 은행의 올해 임금인상률은 일반직 기준 2.0%로 결정됐습니다.
지난해 3.0%에서 1.0%포인트(p) 낮아진 수준입니다.
한국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금융노조가 일찌감치 사측과 협상을 일괄 타결한 뒤 각 은행 지부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내린 결과로 전해졌습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은행권에 대한 정치권과 여론의 질타가 반복되는 가운데 사측이 감독 당국 눈치를 보며 몸을 사려 노사 협상 여지가 크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경영 성과급도 전반적으로 줄었습니다.
지난해 평균 300%를 훌쩍 넘었지만, 올해는 200%대 수준에 그쳤습니다.
국민은행은 통상임금의 230%를 올해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통상임금의 280%에 더해 현금 340만 원까지 얹어주던 데서 후퇴했습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월 기본급의 361%였던 성과급 규모를 올해 281%로 축소했습니다.
이 성과급 중 현금과 우리사주 비중도 각 300%와 61%에서 230%와 51%로 조정했습니다.
우리은행의 경우 아직 성과급 규모를 확정 짓지 못했습니다.
다만, 지난해 월 기본급의 292.6%에 달했던 성과급이 올해는 180% 정도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게 내부 관측입니다.
NH농협은행의 올해 성과급은 통상임금의 200%와 현금 300만 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지난해 통상임금의 400%와 200만 원을 지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조건이 나빠졌습니다.
은행들은 공히 올해 경영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임금인상률과 성과급 책정에 비교적 보수적인 태도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그에 비례해 직원 보상을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기조입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거시경제 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며 "상생 금융에 따른 부담에 더해 금리 인하로 인한 이익 축소, 각종 리스크에 대비한 대손 충당금 적립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복리후생 강화도 지속
올해 임금인상률과 성과급이 지난해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은행별로 저마다 각종 복리후생을 강화해 이를 일부 보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은행은 올해 월 기본급의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의 우리사주를 연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신한은행은 우리사주 의무 매입을 폐지하고 직원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원격지 발령 직원들에게는 교통비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우리은행은 사원 연금 제도에 대한 회사 지원금을 월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증액했습니다.
아울러 재고용을 조건으로 한 육아 퇴직과 가족 돌봄 근무 시간 단축 제도를 도입하고, 본인 결혼 축하금을 10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높였습니다.
농협은행은 장기 근속자를 위한 안식 휴가를 확대하고, 건강검진 대상자에 본인 부모를 추가했으며, 가족 돌봄 근무 시간 단축 제도와 2시간짜리 '반의 반차' 휴가를 신설했습니다.
은행 직원들이 누리는 급여와 복리후생비는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대 은행 직원의 지난해 1~9월 1인당 평균 급여와 복리후생비는 9천500만 원에 달해 전년동기 대비 500만 원 늘었습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1억 200만 원으로 단연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이어 하나은행이 9천900만 원, 신한은행이 9천800만 원, 우리은행이 9천200만 원, 농협은행이 8천500만 원 등의 순이었습니다.
전년동기 대비 증가액으로 보면 하나은행이 900만 원으로 가장 컸습니다.
신한은행이 800만 원, 농협은행이 600만 원, 우리은행이 500만 원, 국민은행이 200만 원 등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경영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면서도 "지난해만큼은 아니더라도 올해 역시 급여와 복리후생비가 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상우 기자 a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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