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울 1분"…北 고체연료 극초음속 3형, 한미일 방공망 흔들기
발사 전 선제 타격 필수…고체연료로 은닉성·신속성 더해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북한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발표와 전문가 분석 등을 종합하면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극초음속 3형)로 평가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극초음속미사일은 빠른 속도로 낮은 고도에서 변칙 기동하기 때문에 한반도와 일본, 미국령 괌 등에 배치돼 있는 미사일대응체계과 전력들을 교란·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전날인 14일에 발사한 미사일이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전투부를 장착한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시험발사는 중장거리급 극초음속기동형 조종전투부의 활공 및 기동비행 특성과 새로 개발된 다계단 대출력 고체연료발동기(엔진)들의 믿음성을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며 "시험발사는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극초음속미사일에 적용했단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작년 11월 2단 추진체로 새로운 IRBM 고체연료 엔진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는데, 그로부터 약 두 달 만에 이를 극초음속미사일에 적용해 시험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속도와 기동 방식으로 인해 한미 모두 극초음속미사일에 대한 거의 유일한 대응책으로 발사 징후 포착시 선제 타격을 상정하고 있는데, 북한이 극초음속 3형에 은닉성과 신속성을 더하는 교체연료를 적용했단 건 이를 사전에 차단하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2021~22년에 총 3차례에 걸쳐 극초음속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이 중 처음 발사된 게 '화성-8형'(극초음속 1형)이고, 나머지 2차례 시험발사된 미사일(극초음속 2형)은 북한이 별도로 명명한 이름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들 미사일엔 액체연료 추진체계가 적용됐던 것으로 평가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북한이 이날 공개한 사진을 바탕으로 이번 극초음속미사일부터 고체연료가 적용됐다고 분석하면서 이를 '극초음속 3형'이라고 평가했다. 액체연료라면 촛불처럼 불꽃이 명확하게 보여야 하지만, 이번엔 연무가 관측돼 고체연료가 갖는 불완전연소의 특성을 보여줬다는 게 양 위원의 설명이다.
극초음속 3형의 탄두는 탄환과 같은 날카로운 모양에 4개의 카나드(보조날개)가 장착돼 있는데, 이는 2022년 2차례 발사됐던 극초음속 2형의 탄두 형상 및 크기와 거의 유사한 '원뿔형'이라고 양 위원은 전했다. 이는 기존 이동식 발사차량(TEL)을 그대로 활용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우리 군도 이번 미사일이 화성-8형과 같은 '활공체형'이 아닌 원뿔형 형상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극초음속미사일은 50㎞ 이하의 낮은 고도에서 변칙 기동이 가능해 우리 군의 미사일 대응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선 전술핵 사용을 위한 이상적 투발수단인 셈이다.실제 북한의 극초음속 3형 발사 과정에서도 일본 방위성은 정점고도를 50㎞이하로 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일대에서 발사된 극초음속 3형은 약 15분 동안 1000㎞를 비행해 동해상에 탄착한 것으로 탐지됐다. 북한이 이번에 의도적으로 저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가정하면, 정상 각도 발사시 사거리는 3000㎞ 수준일 수 있다. 이 경우 한반도는 물론이고 유엔사 후방기지가 배치된 일본, 미국 공군의 전략폭격기가 배치돼 있는 괌까지 사정권에 두게 된다.
또 극초음속미사일은 마하5(음속의 5배·초속 1.7㎞) 이상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데, 단순 계산해서 평양에서 마하5의 속도로 쏘면 서울에 닿기까지 1분15초가 걸린다. 북한이 지난 2022년 1월 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은 최고속도가 마하10(초속 3.4㎞)에 이르기도 했다. 다만 우리 군은 극초음속 3형의 속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고체연료를 적용한 첫 ICBM인 '화성-18형'을 시험발사했는데, 여기에 극초음속미사일까지 고체연료를 적용하며 한미일을 겨냥한 '핵미사일'의 신속성과 은닉성의 강화 등 성능 고도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액체연료 방식은 미사일 발사 전 연료 주입에 시간이 오래걸리는 데다 상대적으로 높은 부식성으로 인해 연료 주입 후엔 장기간 발사 대기가 어렵다는 점이 단점이다. 반면 고체연료 방식은 별도의 연료 주입 절차가 필요없다는 점에서 은밀하고 신속하게 발사가 가능해 사전에 탐지하기 어렵다.
한미 군 당국은 그동안 북한 극초음속미사일에 대응해 발사 징후 포착 시 발사 준비단계에서 이를 무력화하는 이른바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 전략을 취하고 선제타격을 위한 '킬체인'(Kill Chain) 전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북한이 고체연료 엔진의 사용 폭을 확대한다면 그 효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양 위원은 "(북한이) 준중거리(MRBM) 이상의 미사일에서 속도를 더욱 중시하면서 MRBM과 IRBM 계열 미사일은 모두 극초음속화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며 "이번 발사는 최고고도가 50㎞를 넘지 않는 저각 발사를 해 장거리에서 레이더 탐지가 쉽지 않은데 이처럼 극초음속에 저각발사까지 더하면 탐지와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이날 입장문에서 "우리 군은 북한의 다양한 미사일 위협 억제·대응을 위해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 실행력을 제고하고, 한국형 3축체계 등 자체적인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극초음속 3형 시험발사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탄두의 재진입기술 또한 시험했을 수 있다. 북한이 앞서 극초음속미사일을 시험발사했을 때 적용됐던 기동 탄두 재진입체(MARV) 형상이 이번에도 적용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양 위원은 "극초음속미사일은 단순히 빠른 속력만이 전부가 아니라 비행경로까지 변경할 수 있는 기동성을 보여야 하는데, 최초 발사에서 여기까지 검증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따라서 북한은 곧바로 이번 극초음속 3형을 2차 발사해 비행경로 수정 능력을 검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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