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넘보는 중국 전기차…동유럽 최전선에 'K-밸류체인'
[편집자주] 중국의 전기차와 배터리가 '싸구려'를 벗어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은 물론이고 브랜드 가치까지 갖춘다. K-밸류체인의 코앞에 대규모 투자를 할 정도로 과감하기까지 하다. 대한민국 기업들도 헤게모니를 넘겨주지 않으려 분투중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K-밸류체인이 동유럽을 중심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체코에, 기아는 슬로바키아에 공장을 두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폴란드에, 삼성SDI와 SK온이 헝가리에 둥지를 틀었다. 배터리 3사는 최근 일제히 동유럽 공장 증설에 들어가 현재 약 130GWh(기가와트시)에서 240GWh로 몸집을 불릴 예정이다.
소재사들 중에서는 솔루스첨단소재가 헝가리에 전지박 생산라인을 갖췄다. LG화학은 분리막 공장을 일본 도레이와 합작해 운영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2025년부터 헝가리에서 양극재 공장을 가동하는 게 목표다. 폴란드에는 SKIET가 분리막 공장을 확보하고 있다. SK넥실리스 역시 올해 완공을 목표로 폴란드에 동박 공장을 짓는 중이다.
북미에서는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보조금이라는 당근이 투자를 더욱 촉진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앨라배마와 조지아를 거점으로 하고 있다. 올해 조지아주에 연 30만대 전기차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완공한다. 배터리 3사는 총 57조원 이상을 투자해 북미에서만 600GWh에 육박하는 생산라인을 갖춘다는 계획을 세웠다. LG화학은 테네시에, 포스코퓨처엠은 퀘벡에 대규모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업계는'K-밸류체인'의 시너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해외 기업과 협업도 중요하지만, '믿을 수 있는' 품질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 간의 동맹이 현지 시장 공략의 가장 큰 기반이 될 것이란 뜻이다. 예컨대 솔루스첨단소재가 헝가리 공장에서 만든 전지박은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과 SK온 헝가리 공장에 납품된다. 이 두 곳은 현대차 체코공장의 고객사다. 삼성SDI 헝가리 공장의 경우 2025년부터 현지에서 에코프로비엠의 양극재를 공급받고, 2026년부터 현대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생산 현지화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제품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을뿐더러 물류비도 아낄 수 있다. 강상원 현대모비스 체코법인장은 "90% 이상은 동유럽에 동반 진출한 한국 업체의 부품을 쓰는 현지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곽근만 솔루스첨단소재 유럽통합법인장은 "배로 1~2개월을 가져오다 보면 품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헝가리 공장을 통해 주요 고객사에 하루 이내에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제일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전기차·배터리 시장을 놓고 다퉈야 하는 중국에 확실하게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중국 기업들의 경우 아직 해외에 본격적인 밸류체인을 갖추진 못 하고 있다. 자국 시장이 포화상태를 보이며 해외 진출을 서두르고 있으나, 미국·유럽의 견제를 받는 실정이다.
미국의 IRA나 유럽의 CRMA(핵심원자재법)부터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중국 지분율 25% 이상 보유 기업을 해외우려단체(FEOC)로 적용함에 따라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차종이 작년 43개에서 올해 19개로 줄기도 했다. IRA를 우회하기 위해 CATL과 같은 기업은 공장 지분확보 대신 '기술 로열티'를 받는 꼼수를 동원할 정도다.
K-밸류체인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면서도, 중국을 향한 경쟁과 협력을 적절히 섞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중국이 리튬, 코발트, 흑연 등 전기차 배터리 주요 원료의 생산국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중국을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완전히 제외할 순 없다"며 "중국에서 이득을 취할 건 취하면서, 현지 진출 국내 기업 간 윈-윈 구조를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다페스트(헝가리)=최경민 기자 brown@mt.co.kr 노쇼비체(체코)=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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