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거도 쩔쩔맨다? 피치클락 끝내기 사건의 진실…미리보는 '피치클락 시대' KBO리그

신원철 기자 2024. 1. 1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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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치클락 시스템 도입은 메이저리그 경기 시간 단축에 공을 세웠다
▲ 허구연 총재가 피치클락과 ABS(자동 볼 판정) 점검에 나섰다. ⓒ KBO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지난해 2월 26일(한국시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시범경기가 '피치클락 끝내기'로 6-6 동점에서 승패를 가리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홈팀 애틀랜타가 2사 만루 기회를 얻은 상황이었는데 피치클락 위반에 의한 자동 스트라이크가 삼진아웃으로 이어졌다.

이제 KBO리그에서도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다. KBO는 지난 11일 "2024년 제1차 이사회를 열고 올 시즌 ABS(자동 투구판정 시스템)적용을 최종 확정했으며 더불어 피치클락, 베이스 크기 확대 등 주요 제도의 중요도와 시급성을 고려해 순차적 도입 및 적용 시기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결정에 따르면 피치클락은 후반기부터 1군 경기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KBO는 피치클락 도입 시점에 대해 "퓨처스리그에는 전반기부터 적용, KBO리그는 전반기 시범 운영을 거쳐 후반기부터의 적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는 실제 경기에서 선수들이 피치 클락에 적용에 대해 충분한 적응 시간을 부여해, 제도를 도입할 경우 혼란을 최소화 하고 매끄러운 경기 진행을 위한 조치다"라고 설명했다.

계시원을 따로 두는 등 운영 방식 또한 메이저리그의 것을 차용할 것으로 보인다. 단 시간은 메이저리그보다 KBO리그가 길게 설정된다. 메이저리그는 주자 없을 때 15초, 주자 있을 때 18초(2023년 20초였다가 2024년부터 단축)를 준다. KBO리그는 주자가 없을 때 18초, 주자가 있을 때는 23초로 메이저리그보다 각각 3초가 더 주어진다. 투수와 포수가 사인 교환 장비인 피치컴 없이 수신호로 의견을 맞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시간에 여유를 뒀다.

▲ 피치클락 ⓒ KBO

#피치클락 이렇게 씁니다

지난해 바뀐 메이저리그 규칙 가운데 가장 복잡한 부분이 바로 피치클락이다. MLB.com은 피치클락을 이렇게 설명한다.

① 투수는 타이머가 꺼지기 전까지 투구 동작을 시작해야 한다.

- 이를 위반한 투수에게는 '자동 볼'이 주어진다. 18초/23초 안에 투구를 마쳐야 하는 것이 아니다. 투구를 시작하라는 의미다. 1초 전까지 공을 들고 있었다고 해서 서둘러 공을 던지기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투구 시작의 기준이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메이저리그는 여기서도 확실한 기준을 갖고 있다. 와인드업은 다리를 뒤로 빼는 시점, 세트포지션은 다리를 올리는 시점이 투구를 시작하는 순간이 된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다리 움직임이 독특한 몇몇 선수들은 투구 폼을 교정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케빈 가우스먼(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세트포지션에서 다리로 리듬을 타는 동작이 문제가 됐다. 피치클락 정지 시점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② 타자는 타석 안에 머무르고 있어야 하며 타이머가 8초 안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투수에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이를 위반한 타자는 '자동 스트라이크'를 받는다. 타석 사이에는 30초가 주어진다. 이 시간 안에 타석에 들어가야 한다. 주의를 기울였는지는 자세로 확인한다. 8초 안쪽으로 줄어들기 전까지 타격 자세를 취한 뒤 시선을 투수에게 둬야 한다.

③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투수가 견제를 시도하거나 투수판에서 발을 떼면 타이머가 재설정된다. ④ 견제 시도나 투수판을 벗어나는 행동은 타석당 두 번만 할 수 있다. 주자 혹은 주자들이 진루하면 타이머가 재설정된다. ⑤ 견제는 세 번까지 할 수 있다. 단 세 번째 시도에서 아웃을 잡아내지 못하면 주자는 자동으로 한 베이스 전진한다.

피치클락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 가운데 하나가 '견제 2회 제한'이다. 세 번째 견제도 가능하다. 두 번째 견제로 주자의 리드가 길어지면 이를 역이용해 견제사를 노릴 수도 있다. 이 과정이 피치클락을 통해 더욱 압축된다.

⑥ 마운드 방문, 부상에 의한 타임아웃, 타자 측 타임아웃은 ④의 행위로 보지 않는다.

⑦ 심판은 특별한 경우 추가 시간을 허락할 수 있다.

- MLB.com은 포수가 공격 이닝 때 출루했다가 공수가 바뀌어 장비를 착용하는 시간이 필요한 경우를 예로 들었다.

▲ ABS 및 피치클락 시스템 도입을 공식화한 KBO ⓒ곽혜미 기자
▲ 메이저리그 구장에 설치된 피치클락 시스템

#피치클락 끝내기의 진실

앞서 언급한 보스턴과 애틀랜타의 시범경기 사례를 보면서 경기가 이렇게 끝나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들어 '선수들도 혼란스럽다'고 설명할 수는 없다. 타석에 있던 타자도, 마운드에 있던 투수와 홈플레이트 뒤 포수도 모두 빅리그 경험이 전혀 없는 마이너리거였다. 마이너리그에서 피치클락 시대의 야구를 충분히 경험하고 시범경기에 출전했다는 얘기다.

이들은 사실 피치클락 자체가 낯설서가 아니라 포수의 위치 때문에 피치클락이 시작됐는지 알아채지 못했다고 한다. 보스턴 투수 로버트 크윗코스키, 애틀랜타 2루수 칼 콘리는 이 상황을 자동 볼로 생각하고 있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이 당시 상황을 정리했다. 투수 크윗코스키와 타자 콘리는 포수 엘리 마레로에 시선을 빼앗겨 피치클락을 놓쳤다. 마레로는 서서 사인을 보내고 있었다.

타석에 있던 콘리는 포수가 서있는 것을 보고 피치클락이 시작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크윗코스키는 20초가 다 지났나 싶어 볼인 줄 알았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포수는 타이머가 9초를 지나기 전에 정위치에 있으면 된다. 자세는 상관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콘리의 실수가 맞다는 얘기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따르면 2022년 마이너리그에서는 피치클락 도입 후 첫 주 경기당 1.54회였던 위반 사례가 4주차에는 0.68회로 줄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4월까지는 425경기에서 모두 306회의 위반 사례(볼 210회, 스트라이크 96회)가 나왔으나 9월과 10월 422경기에서는 106회(볼 79회, 스트라이크 27회)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적응은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다.

▲ 허구연 총재가 피치클락과 ABS(자동 볼 판정) 점검에 나섰다. ⓒ KBO
▲ KIA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등장한 피치클락 대비 시설 ⓒ김태우 기자

#피치클락 했더니 부상이 줄었다고?

피치클락이 더 많은 부상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는 미국에서도 제도 도입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일부 관계자들은 피치클락보다는 투구 수가 부상 발생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짧은 경기 시간이 더 긴 휴식시간을 보장하면서 부상이 줄었다는 견해도 있다.

디애슬레틱 이노 사리스 기자는 4월까지의 통계를 토대로 "부상과 피치클락의 상관관계는 설명하기 어렵다. 피치클락이 진공상태(다른 변수 없이) 도입되지 않았다. 다른 규칙 또한 플레이 환경을 바꿔놨다. 한 시즌 투수 13명을 고정하면 '가짜 부상자 명단' 등재가 늘어날 수 있다. 이점이 부상이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 이유일 수 있다. 2022년 마이너리그에서는 피치클락 도입 후 부상빈도가 줄어들었다"며 '더 빠른 경기'가 '더 많은 부상'으로 이어진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팬그래프 칼럼니스트 댄 짐보스키는 지난 6월 "피치클락이 더 많은 부상으로 이어진다면 페이스가 빨라진 선수들이 더 많이 다쳤을 것이다. 골절과 타박상을 뺀 팔 부상만 감안했을 때 페이스가 가장 빨라진(피치클락 도입으로 투구 동작을 빨리 가져간) 50명 가운데 팔을 다친 경우는 크리스 마틴(보스턴 레드삭스) 1명뿐이다. 변화가 적었던 그룹에서는 4명이 팔을 다쳤다"고 썼다.

그는 "이 데이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변화가 메이저리그 전체에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고 해도 투수 개개인에게 영향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루틴과 신체조건은 다양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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