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2조원 투입 '세계 최대·최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키운다
정부가 622조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세계 최대‧최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에 나선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하고 공급망 자립률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는 15일 반도체 인재양성 현장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서 이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경기 평택·화성·용인·이천·안성·성남 판교·수원 등 경기 남부의 반도체 기업과 관련 기관이 밀집한 지역 일대를 의미한다. 현재 19개의 생산팹과 2개의 연구팹이 집적된 메가 클러스터에는 2047년까지 총 622조원의 민간 투자를 통한 총 16개(생산팹 13개, 연구팹 3개)의 신규팹이 신설된다. 특히 2027년에는 생산팹 3기, 연구팹 2기가 완공된다. 2102만m2 면적으로 조성되는 메가 클러스터는 2030년 기준 월 770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하는 대규모 시설로 변모한다.
정부와 기업은 메가 클러스터에서 HBM 등 최첨단 메모리 생산과 2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 이하 공정 기반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650조원의 생산 유발효과를 전망하고 있다.
● 핵심 인프라 적기 공급·투자 지원 강화
메가 클러스터의 인프라와 투자환경 강화를 위해 위해 정부는 전력과 용수 등 핵심 인프라 적기 공급에 나선다.
전력설비와 용수 관로 등 인프라 설치 관련 인허가가 신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인허가 타임아웃제 등 기 도입된 인허가 신속처리 제도를 적극 활용한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을 통해 송전선로 건설기간을 30% 이상 단축한다. 체계적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지원을 위해 정부 내 추진체계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투자환경 개선에도 나선다. 현재 22개인 반도체 세액공제 대상 기술(국가전략기술)을 확대하고 도로·용수·전력 등 기반시설에 대한 국비 지원을 강화한다. 올해 반도체 예산을 2022년 대비 2배 규모로 확대한 1.3조원을 편성해 지원할 계획이다. '첨단산업 규제지수'를 도입해 기업에 적용되는 규제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국무총리 주재의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통해 반도체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다.
● 소부장·팹리스 경쟁력 제고, 글로벌 반도체 동맹 기반 공급망 강화
정부는 반도체 공급망 자립률을 높이기 위해 2030년까지 1조 매출 클럽 10개 기업 육성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소부장 역량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소부장 업계가 주시하는 현재 공백상태에 있는 양산 검증 지원을 위한 테스트베드를 2027년 완공 목표로 추진한다. 총 사업비 9000억원 규모로 용인 클러스터 내에 구축한다. 소부장 기업이 개발한 소재와 장비 등의 양산 신뢰성을 칩 양산기업과 함께 검증해 양산 투입 가능성을 제고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 기술이 부족한 기술의 경우 지난해 대비 4배 확대된 2000억원 규모의 외국인 투자유치 인센티브(현금지원)를 적극 활용하고 ‘글로벌 TOP 10 장비기업 R&D 센터’ 유치를 통해 보완할 계획이다.
국내 파운드리 강점을 기반으로 팹리스 기업들을 육성해 시스템 반도체 밸류체인도 완성한다. 팹리스 업계의 주요 애로사항인 네트워킹 강화, 시제품 제작기회 확대, 자금 지원 등에 주력한다. 30년까지 팹리스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10%로 확대하고 글로벌 매출액 상위 50위 내 팹리스 기업 10개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수요기업-팹리스간 기술교류회를 신설하여 팹리스의 일감확보를 위한 네트워킹 활동을 지원하고 팹리스가 개발한 칩 성능 검증을 위한 ‘검증지원센터’를 신규로 구축한다. 팹리스 시제품 제작비 국비 지원 규모 2배 확대, 첨단칩 개발 지원을 위한 초미세 공정 국비 지원 트랙 신설,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의 시제품 제작 개방 횟수 확충 등도 병행해 '설계-검증-상용화' 전 주기에 대한 팹리스 지원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자금지원과 관련해서는 대출·보증을 우대 지원하는 정책금융을 전년 6.6조원에서 향후 3년간 총 24조원으로 확대하고, 최대 1.3%p의 우대금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작년에 모펀드 자금 납입 절차를 진행한 3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펀드’의 경우 1분기부터 팹리스·소부장 기업을 대상으로 본격 투자를 운용할 계획이다.
글로벌 동맹 강화에도 팔을 겉어 붙인다. 미국·일본·EU·영국·네덜란드 등 반도체 밸류체인 핵심국과 정상 외교를 통해 구축한 ‘글로벌 반도체 동맹’을 기반으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협력기반을 공고히 다져나갈 계획이다.
먼저 네덜란드를 포함한 주요 협력국과 글로벌 공급망 협력 플랫폼을 구축해 핵심소재 등에 대한 공급망 국제공조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해외 우수 대학, 연구소 등과의 연구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미국, EU 등 현지에 ‘산업기술 협력센터’를 설치한다. 미국·독일 등 연구팹과 연계해 첨단패키징 기술개발 제품 성능평가 등 기술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국빈방문 계기 발표한 약 1조원 규모의 삼성전자와 ASML간 공동 R&D센터 국내 건립도 입지 선정 등이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선다.
● 'AI 시대' 견인할 초격차 기술 확보
국내외 반도체 연구 인프라의 연계 협력체계를 구축해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초격차 기술을 확보에도 나선다.
팹리스 기업이 밀집된 판교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저전력, 고성능의 국산 AI반도체를 개발 및 실증하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고도화된 국산 AI반도체에 특화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HW·SW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약 1조원 규모의 ‘K-클라우드’ 기술개발 예타도 추진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해당 예타를 통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GPU 대비, AI서비스 전력 소모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 AI학습 효율 2배 향상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성균관대, 경희대, 아주대 등 반도체 관련 대학과 화합물반도체 특화 연구 인프라인 한국나노기술원 등이 소재해 있는 수원은 화합물 반도체 기술 거점으로 발전시킨다.
또 평택에는 총 5000억 원을 투자해 KAIST 평택 캠퍼스를 2029년까지 설립한다. 이 곳에 차세대 설계 연구센터와 소자 연구센터를 구축한다. 이를 서울, 대전, 대구, 울산 등 타 지역 연구기관과 연계해 신개념 반도체, 첨단 패키징 등 미래 신기술 연구의 거점으로 육성한다. KAIST 평택 캠퍼스에서는 매년 1000명 규모의 반도체 핵심인재를 양성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연구기관과의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첨단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수원, 대전, 포항 등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는 국가 반도체 연구 인프라를 온라인으로 연계·통합하고 민간 팹과의 협업을 통해 인프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금년 내로 6개 국내 팹을 연계하고, 향후 단계적으로 연구기관 및 대학에서 운영 중인 팹들도 ‘MoaFab’ 서비스로 통합할 예정이다.
● 올해까지 실무 인재 3만명 양성·해외 우수인재 유치
수요 맞춤형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에도 나선다. 반도체 계약학과 및 계약정원제, 반도체 특성화 대학, 반도체 아카데미 등의 교육과정을 통해 학사급 실무 인재를 올해 기준 약 3만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AI 반도체 대학원, 반도체 특성화 대학원, BK21 교육연구단 등 R&D 기반의 인력양성 과정을 확대해 석·박사급 고급인재를 약 3700명 양성한다. 설계 SW만 사용할 수 있었던 학부생들에게도 자신이 설계한 칩을 제작할 기회를 제공하여 실전 역량을 갖춘 설계 인재를 양성하는 내 칩(My Chip) 서비스도 지난해 대비 인원을 6배 확대한다.
해외 우수인재 유치 및 교류 활성화를 위해 사이언스 카드 비자기간 확대를 추진한다. 현 1년에서 최대 10년으로 연장한다. 외국인 거주 원스톱 지원 등 제도개선을 통해 해외 연구자의 국내 유입을 촉진하고 국내 연구자의 해외 연구기관 파견을 확대해 첨단 기술 및 인력 교류를 촉진할 계획이다.
이 밖에 올해부터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EU 집행위(EC)와 공동펀딩 방식으로 반도체 첨단기술 공동연구를 추진한다. 매년 한-미, 한-EU 연구자 포럼을 개최하여 인력교류도 확대한다. 원활한 국제 공동연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해외 연구기관의 R&D 직접참여 허용, 기업 매칭 연구비 부담을 완화 등 R&D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반도체는 AI/디지털, 통신, 양자, 바이오 등에 적용되는 핵심기술이자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라며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성공적으로 구축될 수 있도록 초격차 기술과 우수한 전문 인력 확보를 통해 국가간 반도체 경쟁에서 확실하게 앞서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메가 클러스터 성공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해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산업 클러스터를 세계 최고 산업 거점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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