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표면 뛰어다니는 소금쟁이, 차세대 수중로봇 개발 '실마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과학자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민첩하고 빠른 곤충의 움직임을 기계적으로 모사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했다.
이를 활용하면 잔잔한 수면은 물론 험한 파도가 몰아치는 해양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수중로봇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물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소금쟁이과와 딱정벌레과 곤충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이를 수중로봇에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2건의 연구결과를 최근 조명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민첩하고 빠른 곤충의 움직임을 기계적으로 모사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했다. 이를 활용하면 잔잔한 수면은 물론 험한 파도가 몰아치는 해양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수중로봇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물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소금쟁이과와 딱정벌레과 곤충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이를 수중로봇에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2건의 연구결과를 최근 조명했다.
빅토르 오르테가 히메네스 미국 메인주립대 생물학과 박사후연구원은 이달 6일까지 미국 시애틀 현지에서 열린 '통합비교생물학회 연차총회(SICB2024)'에서 소금쟁이과의 하나인 '라고벨리아(Rhagovelia)'들이 물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라고벨리아는 방수성 털이 부채꼴 모양으로 달린 다리 덕분에 수면 위아래를 오가며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하천바닥이 급경사를 이뤄 물의 흐름이 빠른 여울 지대에 서식하기 때문에 '여울벌레'라고도 불린다. 수면 위에 둥둥 떠 있다가 물 위에 먹이가 나타나면 민첩하게 헤엄쳐 낚아채는 습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라고벨리아가 급격하게 방향을 틀어 먹이를 쫓을 수 있는 동력이 다리 사이에 난 '부채꼴 털'임을 확인했다. 물 같은 유체 속을 움직일 때 항력에 저항해 자유자재로 몸을 회전하는 건 쉽지 않다. 연구팀은 라고벨리아 약 150마리를 수집해 고속카메라로 이들의 움직임을 촬영했다.
라고벨리아가 회전을 하기 위해 한 쪽 다리를 쭉 펴자 다리에 달린 부채꼴 털이 넓게 펼쳐졌다. 부채가 펼쳐지는 데는 10밀리초(1밀리초는 1000분의 1초)초가 소요됐다. 이는 눈을 깜박이는 속도보다 약 5배 빠른 속도다. 연구팀은 라고벨리아가 다리 근육을 위해 부채꼴 털을 펼쳤다 닫는 방식으로 항력을 이겨내며 50밀리초 이내에 180도 회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크리스 로 미국 코넬대 생물공학과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딱정벌레목에 속하는 물맴이(학명 Gyrinidae)가 다리를 마치 배를 젓는 노처럼 활용해 1초당 자신의 몸길이의 약 100배(100BL/s)를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연구결과를 8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공개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수영 국가대표가 일반적으로 1초당 몸길이의 3.5배 정도만큼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 속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물맴이의 움직임을 고속카메라로 촬영하자 물맴이가 다리를 뒤로 밀어내는 속도보다 몸체를 앞으로 당기는 속도가 미세하게 더 빠르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또 헤엄치기 위해 다리를 곧장 뒤로 미는 게 아니라 몸통과 수직이 되도록 아랫쪽으로 한번 밀어낸 뒤 후방으로 쭉 뻗었다. 이를 통해 마치 헬리콥터의 날개가 회전하며 소용돌이를 만들듯 물 표면에서 일종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밝혀낸 곤충의 움직임을 수중로봇에 적용해 더 민첩하고 빠른 동작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국내에서는 이미 2015년 조규진 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소금쟁이를 모방해 물 위를 걷고 튀어오르는 68밀리그램의 작은 로봇을 개발한 바 있다.
아담 서머스 미국 워싱턴대 해양생물학과 프라이데이하버 연구실 교수는 "차세대 로봇은 지금보다 더 불규칙한 지형, 변화무쌍한 표면에서 움직일 수 있어야 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이동 궤적을 처리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개발돼야 한다"며 "자연계 생물의 메커니즘을 규명한 이번 연구가 더 견고한 차세대 로봇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