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에 빛 쪼여 비만·당뇨 치료…수술보다 안전"

▲ 세브란스병원 정문재·구철룡 교수

장기에 빛을 쪼여 비만과 당뇨를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오늘(15일)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소화기내과 정문재 교수·내분비내과 구철룡 교수, 가톨릭대학교 나건 교수·이상희 박사 연구팀은 내시경을 통한 빛 치료로 당뇨에 걸린 쥐의 몸무게와 지방량을 감소시켰습니다.

연구진은 십이지장에 분포하는 'K세포'가 위억제펩티드(GIP)를 분비해 대사질환을 악화시킨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GIP는 당뇨가 없는 정상 환자에서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 조절을 돕고 장 상태를 건강하게 만들지만, 비만 등 대사 질환이 있는 환자에서는 반대로 작용합니다.

대사성 질환을 앓는 환자의 십이지장에서 K세포가 줄어들면 혈당·체중·식욕을 감소시키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펩티드-1(GLP-1)을 분비하는 L세포가 늘어납니다.

K세포를 제거하고 L세포를 증식시키기 위해 연구진은 내시경을 통한 광역동치료(PDT)를 활용했습니다.

PDT는 빛에 반응하는 광과민제(광감각제)에 특정 파장의 빛을 조사해 주변 세포를 사멸시키는 치료법입니다.

연구진은 당뇨를 앓는 쥐의 십이지장 내부에 광과민제를 주입한 후 PDT를 시행한 결과 GIP 호르몬 분비가 줄어 몸무게가 7%, 지방량이 6%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병원에 따르면 그동안 당뇨병이나 비만 치료는 위를 줄이거나 영양을 흡수하는 소장의 길을 바꾸는 방법이 활용됐습니다.

이러한 수술은 효과가 크지만, 위 폐쇄, 영양실조, 소화과정이 빨라지며 나타나는 구토와 어지러움 등 부작용 우려로 인해 널리 시행되지 못했습니다.

정문재 교수는 "광역동 치료는 수술에 비해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며 "인체 적용을 위해 다양한 조건에서 시술을 테스트하는 추가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번 연구 결과가 바이오소재 분야 국제학술지인 바이오머티리얼즈(Biomaterials, IF 14.0)에 게재됐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