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한미약품 통합 배경…오너가 '상속세'와 신사업 활로가 만든 ‘딜’ [투자360]

2024. 1. 1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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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데팡스PEF, 한미 오너 백기사 등판
1년간 3132억원 조달 좌초
OCI 신사업·세대교체 고민 해결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한 계기는 바로 상속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한미약품 측 오너 일가는 지난해 사모펀드(PEF)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를 백기사로 확보하며 상속세 고민을 덜어내는 듯했다. 하지만 신생 운용사의 자금 조달 시장이 경색되면서 펀드레이징이 결국 좌초됐다.

한미약품 오너는 이미 주식담보대출, 환매조건부 주식매매 등 다양한 조달 방식을 활용한 상태로 결국 경영권에 변화를 주고 상속세 재원을 확보하는 의사결정을 내렸다. 한미약품그룹과 지분 스왑(교환)을 단행한 OCI는 신사업과 세대교체에 따른 지배력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한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OCI홀딩스와 한미사이언스는 올해 상반기 안에 거래 종결을 목표로 지분 스왑을 진행 중이다. OCI홀딩스는 7703억원을 투입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확보할 예정이다. 한미사이언스에서는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OCI홀딩스 지분을 각각 1.7%, 8.6%씩 약 10%를 취득할 계획이다.

지분 교환가액 2528억원을 제외하면 이번 거래에 실질적으로 동원되는 현금은 5175억원이다. OCI홀딩스가 보유 중인 자금으로 2400억원은 한미사이언스에 유입된다. 나머지 가운데 2616억원은 송 회장, 284억원은 임 사장의 자녀 2인에게 흘러간다.

송 회장 측은 이번 거래로 상속세 고민을 일부 해소할 전망이다. 송 회장은 2020년 8월 별세한 한미약품그룹 창업자 고(故) 임성기 전 회장의 부인이다. 임 전 회장이 보유하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송 회장과 자녀 3인, 재단 측에 상속됐다. 임 전 회장 작고 시점에 상속세만 6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송 회장과 그의 자녀 3인 임종윤·주현·종훈은 그동안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고 글로벌 사모대출 업체 에쿼티스퍼스트에 주식을 환매를 조건으로 매각해 상속세를 충당해 왔다. 송 회장과 특수관계인 측의 작년 9월 말 기준 대출 잔액 5137억원, 송 회장과 자녀 2인의 환매조건부 주식매매 대금은 1170억원 정도다.

작년 5월에는 송 회장과 임 사장은 신생 PEF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를 백기사로 확보해 주식매매계약을 약속했다. 약 14% 지분을 매각해 3132억원을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 다만 지난해 고금리와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주요 출자자들은 중소형 PEF 운용사에 보수적 태도를 보였고 라데팡스는 자금 모집에 난항을 겪었다. 펀드 결성이 지체되면서 라데팡스 측은 이번 거래를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OCI그룹은 신사업에 대한 활로를 찾는다. OCI는 주력인 화학·소재산업의 성장성이 정체된 만큼 신사업 의지는 꾸준했다. 2022년에는 부광약품을 인수하면서 제약바이오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다. 작년 9월 말 기준 한미약품의 지분 41.4%를 보유 중이다. 한미약품은 국내 5대 제약사로 손꼽히며 제네릭은 물론 자체 신약 제품과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다.

OCI는 한미약품그룹과 통합을 통해 지배력 고민도 보완할 전망이다. 현재 오너 3세인 이우현 회장 체제로 세대교체가 이뤄진 상태다. 기존 OCI홀딩스의 오너 지분은 약 29%다. 이번 지분 스왑이 마무리되고 송 회장과 임 사장 측 몫을 합산하면 지배주주 지분율은 약 36%로 높아진다.

OCI와 한미약품그룹은 추후 사명과 CI 등 브랜드 통합 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두 그룹은 각각 1명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을 선임해 공동 이사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이우현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는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통합을 통해 “한미약품 오너 일가 지분에 대한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 물량) 우려가 일단락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ar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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