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의장의 하이브, 제2의 혁신을 그리다 [권상집의 논전(論戰)]

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2024. 1. 15. 10: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중심 체제로 매년 사상 최대 실적 경신
온라인 사업 위해 IT 및 게임 인재도 적극 영입

(시사저널=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2023년 국내 기업가 중에서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을 두 명 뽑으라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방시혁 하이브(HYBE) 의장이 꼽힐 것이다. 정의선 회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 전기차 경쟁 가속화 등 악재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창출했다. 시사저널을 포함한 주요 시사주간지는 정 회장을 올해의 경제 인물, 올해의 CEO로 선정했다. 만약 분야를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산업으로 한정한다면 해당 분야의 CEO로는 방시혁 의장이 첫손에 꼽힌다.

방 의장이 2005년 세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현재 하이브)는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자체 경신하고 있다. 2018년 BTS 열풍으로 하이브가 매출 3014억원, 영업이익 799억원을 기록하며 3대 기획사(SM, YG, JYP)의 성과를 넘어섰을 때만 해도 이런 추세가 오래가리라 예측한 이는 드물었다. 그러나 하이브는 지난해 2조2266억원의 매출과 2953억원의 영입이익을 기록해 5년 만에 매출액 7.38배, 영업이익 3.69배의 폭풍 성장을 기록했다.

2023년 6월15일 서울 용산 하이브(HYBE) 사옥 인근 방탄소년단 데뷔 10주년 축하 광고판 앞에서 스페인에서 온 아미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방시혁, BTS의 장벽을 허물다

하이브에 BTS는 기회이자 위협이며, 강점이자 약점이다. 글로벌 아티스트 BTS의 존재는 하이브의 가치 창출 동력이지만 BTS가 존재하지 않는 하이브는 이빨 빠진 호랑이다. 시장에서는 BTS가 빠진 하이브를 불안하게 바라봤다. BTS의 군 입대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하이브의 주가는 출렁였다. 누군가는 하이브의 혁신과 성장에 관한 지분율을 따지면 BTS의 몫이 90%가 넘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BTS는 양날의 검이다.

그러나 BTS가 군에 입대했음에도 하이브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하이브는 창사 이래 최초로 상반기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다. 또한 전 세계 기획사 중에서 월드투어 공연 수익 5위를 차지했다. 아시아로 범위를 좁히면 하이브보다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한 기획사는 없다. 이는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들이 갖고 있는 글로벌 위상과 영향력을 의미한다. '스위프트노믹스'란 말이 있듯이 '하이브노믹스'란 얘기도 농담은 아니다.

그럴 만도 했다. 하이브는 2021년부터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보다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을 지향한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K팝 기획사로 기업의 방향성을 국한하면 아티스트 의존도가 심화되지만 미래 방향성을 플랫폼으로 변경하면 다양한 아티스트를 육성할 수 있는 레이블(label)과 K팝 이외 게임, AI(인공지능), 메타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하이브의 미래 지향점은 콘텐츠 포털 기업이다. 지난해 하이브가 주도한 이른바 멀티 레이블(multi-label) 체제는 하이브가 아티스트보다 플랫폼에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BTS, TXT(빅히트 뮤직), 뉴진스(어도어), 르세라핌(쏘스뮤직), 세븐틴(플레디스)이 속한 레이블은 각각 다르다. 레이블이 독립된 권한을 갖고 있는 소속사의 개념이라면 하이브는 이미 단일 아티스트에서 다수의 소속사, 즉 아티스트 육성 플랫폼을 키워내는 조직으로 진화하고 있다.

방시혁 의장이 BTS의 공백을 메울 전략으로 멀티 레이블 체제를 급조한 것도 아니다. 이미 하이브는 2019년 7월 쏘스뮤직, 2020년 5월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멀티 레이블을 오랜 기간 준비해 왔다. 2021년 4월에는 팝스타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매니지먼트사로 유명한 이타카 홀딩스 지분을 100% 인수하기도 했다. 이타카 홀딩스는 팝 음악 이외에 영화, IT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레이블이다.

이를 위해 하이브가 투자한 금액은 10억5000만 달러(약 1조1860억원)에 이른다. 국내 엔터테인먼트·미디어 기업의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본토의 레이블을 인수했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아티스트 BTS에 대한 하이브의 의존도 심화를 우려했다. 하지만 방 의장은 BTS에 의한 첫 번째 혁신을 넘어 플랫폼 중심의 두 번째 혁신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다.

멀티 레이블은 경쟁과 협력을 반복하며 하이브의 가치를 키워나갔다. 르세라핌과 뉴진스가 함께 등장했을 때 업계에선 이를 하이브의 전략 패착으로 여겼다. 두 걸그룹의 음악 색깔이 서로 달라 하이브의 이미지가 연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각의 레이블에 독립적 권한을 부여한 하이브는 애초 뮤지션을 육성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자사의 포지션을 규정했다. 아티스트가 아닌 플랫폼이 하이브의 최종 목적지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시사저널 사진자료

하이브의 최종 지향점, 온라인 콘텐츠

그렇다면 하이브가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영역은 어디일까. 바로 온라인 사업이다. BTS가 글로벌 영역에서 존재감을 키운 이유는 활동 영역을 TV, 라디오 등 기존 레거시 미디어에서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뉴진스가 단기간에 글로벌 아이돌로 부각된 것도, 그리고 세븐틴이 'FML'로 628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국내 단일 앨범 사상 최고 판매 기록을 수립한 것도 그들의 영역을 TV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한 데 있다. 이를 위해 하이브는 게임 및 IT 기업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해당 분야 우수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하이브의 C-레벨 경영진 다수는 게임 및 IT 기업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박지원 하이브 대표(CEO)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모두 넥슨코리아 출신이다. 최고인사책임자(CHRO)와 최고법률책임자(CLO)는 전 크래프톤 인사본부장 및 엔씨소프트 수석부사장 출신이다. 하이브의 경영자문 역시 넷마블 CEO가 맡고 있다.

하이브는 본격적인 게임 사업 도전을 위해 2022년 하이브IM을 설립해 하이브의 핵심 IP(지식재산권)를 토대로 온라인게임, 메타버스, AI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하이브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네이버 출신으로 보강했고, 넥슨에서 게임 개발을 기획한 정우용 기획자를 하이브IM의 초대 CEO로 선임했다. 하이브는 SM, JYP, YG 등 기존 기획사 그리고 CJ ENM 등 국내 굴지의 콘텐츠 기업과도 방향성이 다르다.

2024년 1월 기준,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10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엔터테인먼트·미디어 기업 중 가장 높은 성장 잠재력을 자랑한다. 하이브는 BTS 중심의 첫 번째 혁신을 넘어 플랫폼 중심의 두 번째 혁신을 그려나가는 중이다. 이를 위해 게임 및 IT 기업 출신으로 임원진을 구성했다. 플랫폼 그리고 온라인 콘텐츠는 AI 및 모빌리티 발전과 함께 융합을 위한 다목적 카드가 될 것이다. 하이브의 경쟁 상대는 현재 하이브뿐이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