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요테와 함께 40도 사막을 달린다…현대차 모하비주행시험장 [영상]

최우리 기자 2024. 1. 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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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캘리포니아 모하비주행시험장 현장]
바람·태양·염수 대비 성능 평가…험난한 환경 주행
11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시험주행장을 달리고 있는 시험용 차량들. 현대차·기아 제공

“미국은 땅이 워낙 넓어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할 수 있는 차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곳은 그런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하는지 차의 각종 성능을 평가하는 허브 시험장 역할을 한다.”

11일(현지시각) 낮 미국 캘리포니아 시티 모하비 사막에 있는 현대차·기아의 주행시험장(모하비주행시험장). 시험장 뒤편에 보이는 시에라 산맥 위로 눈이 녹지 않은 채 봉우리를 덮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 중심에서 남서쪽으로 두 시간, 또다시 서쪽으로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곳에서 일하는 강희진 해치차량시험개발실 책임연구원은 이 시험장에 대해 ‘미국 시장 진출의 열쇠’로 설명하는 듯했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는 87만370대, 기아는 78만2451대를 팔아 164만대 이상을 팔았다. 역대 최다 판매 기록으로 제너럴모터스(257만대), 도요타(224만대), 포드(198만대)에 이어 4위를 차지하며 미국 완성차 회사 스텔란티스를 뛰어넘었다. 2005년 모하비주행시험장을 완공했을 때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은 모두 4.3%였지만, 지난해 11월 기준 10.7%로 추정된다. 최근 6년 동안 북미 올해의 차로 제네시스 지70과 현대차 코나(2019년), 기아 텔루라이드(2020년), 현대차 아반떼(2021년), 기아 이브이(EV)6(2023년)과 기아 이브이(EV)9(2024년) 6개의 차종이 올랐다. 강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자동차 부품 공급 부족 문제가 있었지만, 6년 동안 6개 차종이 수상한 것은 고무적”이라고 최근 현대차·기아의 성장세를 소개했다.

모하비주행시험장은 2005년 완공됐다. 이곳에 살던 사막거북 30마리를 멀리 이주시키고 나서야 주행시험장을 지을 수 있었다. 약 1770만㎡(약 535만평)으로 여의도 면적의 2배이다. 해발고도는 800m로 서울 북한산(836m) 높이와 비슷하다. 지금도 모하비 사막의 정령과 같은 나무 ‘조슈아트리’와 코요테, 뱀, 토끼, 다람쥐 등이 함께 머물고 있다. 한국보다 험난한 자연환경을 버틸 수 있는 안전한 차량이 되기 위한 경쟁력이 모하비시험주행장에서부터 태동한다고 볼 수 있다.

11일(현지시각) 오후 싼타페 한 대가 현대차·기아 미국 모하비주행시험장 경사진 도로 위 시험주행 중인 모습. 최우리 기자

오프로드·전기차 고속주행 시험 해보니…

기아의 쏘렌토를 타고 비포장도로(4㎞)를 3~4회 달려보았다. 움푹 팬 흙길 위를 쏘렌토가 지나가자 몸이 흔들렸다. 꼬불꼬불하고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며 차의 안전성과 승차감을 확인하는 ‘와인딩 테스트’였다. 엔진에는 비상 경고등이 이미 들어와 있었지만, 이렇게 수없이 주행 시험을 해봐야 실제 차량의 개선할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성훈 해치차량시험개발실 책임연구원은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1만 마일을 타도 10만 마일을 달린 것처럼 서스펜션(차체와 바퀴를 연결해주는 장치)에 충격을 많이 주게 된다”며 “국내 남양연구소는 공간이 좁기 때문에 경사도도 심하게 만들었지만 이곳은 실제 도면과 매우 유사하게 만들어둔 장점이 있다” 말했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가속과 감속이 빠르게 일어나며, 엔진 소음이 없어 차체 바닥과 창을 통해 바람 소리와 같은 외부 소음이 그대로 차체 내부로 전달되는 전기차 고속주행 시험도 해보았다. 이브이(EV)6를 시속 100㎞대의 속도로 달리자 소음과 진동과 압력이 몸에 그대로 전해졌다. 직접 운전한 정영훈 책임매니저는 “소음을 잡기 위해 전기차는 소리를 차단하는 유리(차음)나 흡음재를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20분 정도 4㎞ 시험장을 5~6차례 회전하자 배터리가 10% 이상 소모되어 있었다.

모하비주행시험장에는 고속주회로나 오프로드, 장등판로(최대 12도 경사로), 자갈 치핑로 등 총 11개의 시험로가 있다. 11개 시험로의 총 길이는 61㎞다. 이승엽 미국 기술연구소 부소장(상무)은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300~400㎏이 더 무겁기 때문에 승차감과 조종 안전성뿐 아니라 충방전과 주행거리, 열관리 시험 등을 많이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태양과 소금에 강한 부품 내구성 검증도

주행시험장 내부에 있는 ‘재료환경내구시설’은 바람·태양빛과 열 등 외부 기후 환경에 부품이 얼마나 내구성을 갖는지를 평가하는 곳이다. 겨울이었지만 이날도 사막 위 주행시험장에는 바람이 강하게 불었고 태양 볕은 한국에서보다 따가웠다. 이곳의 한 해 평균 온도는 39도, 여름철 최고기온은 54도까지 올라간다. 태양광 집진기를 한곳에 모아두고 강한 열과 빛에도 강한 재료를 연구한다. 다른 지역에서보다 약 30배 빠르게 내구성을 검증할 수 있다고 한다. 각 회사의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어떻게 평가하고 채점하는지 방법과 기준을 언론에 밝힐 수 없지만, 객관적 평가와 주관적 평가를 모두 적용해 개선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바닷가를 많이 달리기 때문제 염수 부식 시험로도 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에 판매하는 모든 신차는 미국 지형에 맞게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설계, 시험 등 현지에서 진행하는 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개발 기간을 단축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에서 신차 생산을 빠르게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애런 브룩스 미국 기술연구소 종합시험팀 파트장은 “개발하는 차량부터 1년에 수백 대에 이르는 차들을 평가한다. 2년 이상 걸리고 차량 한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천 마일 이상 주행한다”고 말했다.

11일(현지시각) 12도 경사로 테스트(장등판로)를 올라가 내려다본 현대차·기아 미국 모하비주행시험장 전경. 여의도 2배 규모. 최우리 기자

모하비/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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