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하인드] KAL 858기 실종사건, 국가는 없었다

심병철 2024. 1. 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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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깊은 바닷속의 KAL 858기 추정 동체, 수색에 대한 유족들의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어···정부의 의지 부족이 진상 규명 기회 놓쳐

오늘은 대한항공 KAL 858기 실종 사건을 집중적으로 정리합니다.

1987년 11월 29일, 탑승자 115명을 태우고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KAL 858기가 미얀마 안다만 상공에서 실종된 지 벌써 36년이 지났습니다. 전두환 정권은 사건 발생 열흘 뒤인 12월 9일 단 한 구의 유해도 찾지 못한 채 서둘러 수색을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30년이 넘는 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대구문화방송 특별취재단이 2020년 1월 안다만의 50미터 해저에서 KAL 858기 추정 동체를 촬영한 지도 4년이 다 돼 갑니다. 하지만 아직도 당시 촬영한 비행기 동체가 KAL 858기가 맞는지 확인조차 못 하고 있고, 희망에 부풀었던 유족들은 다시 깊은 절망의 늪에 빠졌습니다.


정부 수색 기대했지만···유족들의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어
KAL 858기 수색을 위해 우리 정부가 미얀마 현지에 수색단을 보낼 것이라는 소식이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사건의 진실을 알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을 두려워하며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비판이 나오게 된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KAL 858기 추정 동체를 촬영하게 된 경위부터 알 필요가 있습니다. 유족들은 지난 30여 년 동안 진상 규명과 함께 희생자 유해만이라도 찾아줄 것을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이들의 소망을 들어준 정부는 없었습니다. 노무현 정권 때 국정원 과거사 진실 규명을 위한 발전위원회가 발족해 2년여 기간 조사를 벌였지만 부실한 조사로 의혹을 해소하지는 못했습니다. 동체는 물론 유해 한 구 찾지 못했고요.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2019년 4월 대구MBC의 보도특집 ‘일본군 위안부’ 취재진이 미얀마 현지에서 KAL 858기가 떨어졌다는 위치에 대한 결정적인 제보를 확보하게 된 것입니다. 대구MBC는 KAL 858기 희생자 유족들의 간절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 2019년 6월 특별취재단을 꾸리고 미얀마 현지 취재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2020년 1월 4일, 미얀마 안다만의 50미터 해저에서 KAL 858기 추정 동체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제 추가 수색을 통해 추정 동체의 꼬리 날개에 있는 KAL 858기의 등록번호만 확인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30여 년 동안 눈물로 호소했던 유족들의 염원이 눈앞에서 이루어지기 직전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1월 23일 MBC의 첫 보도 이후 넉 달 동안 문재인 정부는 유족들의 간절한 수색 요청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청와대에서 KAL 858기 추정 동체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수색 여부를 두고 찬반 의견이 갈려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는데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증언입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것은 남북 관계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에도 아주 충격적인 그러한 일이고 역사가 새로 쓰여야 할 일이기 때문에 청와대에서도 굉장히 심각하게 난상토론이 있었던 걸로 제가 확인을 했어요"


문재인 정부, '판도라의 상자' 여는 것 두려워하는 모습 보여
문재인 정부가 사건의 진실이 담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을 두려워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시 몇 달째 청와대가 수색 여부를 두고 결론을 내지 못하자 결국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섰습니다. 이 문제를 인권 차원으로 접근하라고 정리를 했고, 2020년 5월에 정부 차원의 수색이 결정된 것입니다. 안민석 의원이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청와대는 MBC 취재가 상당한 신뢰성이 있어서 추정 동체를 정부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외교부가 확인하도록 최종 지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외교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 차원의 수색을 위한 노력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시가 급한 유족들은 먼저 대구MBC 특별취재단을 다시 보내 추정 동체가 KAL 858기인지만 확인하자고 청와대에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청와대는 제대로 된 수색과 안전을 위해서는 많은 예산을 들여서라도 정부 차원의 수색이 필요하다면서 이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KAL 858기 수색단장으로 대구MBC 특별취재단의 일원으로 참여했던 해양 구조 전문가인 이종인 대표의 증언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종인 KAK 858기 수색단장 "보통 쓰는 다이빙 보트로 들어가면 그 자체가 안전한데 무슨 10억짜리 탐사선으로 해서 들어가야 안전하다는 논리로 끌고 나오며 딴지를 건 게 정부 측이었다. 그걸 누가 지시했냐고 물었더니 위에서 시켜서 그렇게 했지 자기들은 모른다고 외교부 미팅 때도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외교부는 2020년 8월까지 석 달 동안 미얀마 정부와 협상 중이라고만 밝힐 뿐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수색단을 보내기로 결정하는 데 4개월을 보낸 문재인 정부는 다시 석 달을 허비한 셈입니다. 안민석 의원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깜짝 놀란 게 청와대의 KAL 858 동체로 추정되는 물체를 확인하라는 지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가 그해 여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어요"

정부가 수색단을 미얀마 현지에 보내기로 결정한 것은 국회와 유족들의 계속된 요구가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당시 여당 소속인 안민석 의원은 같은 해 9월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외교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고 유족들의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외교부는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해 미얀마 정부와 본격적인 협상을 벌였습니다. 마침내 2020년 10월 그해 안에 수색하기로 일정까지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외교부는 20여억 원의 수색 예산을 잡지 않아 결국 그해 수색은 착수도 하지 못한 채 실패로 끝났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KAL 858기 동체 수색에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유족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김호순 유족회장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김호순 KAL 858기 유족회 회장 "화가 너무 많이 났어요. 저희 유가족들이 여태까지 10개월 정도 정부 말하는 대로 그대로 따랐더니 정부가 우리를 무시하고 속였구나, 믿을 수가 없어요"

외교부는 이듬해인 2022년 1월 예산을 확보하고 2월에 미얀마에 수색단을 보내기로 확정했습니다. 대구MBC가 KAL 858기 추정 동체를 촬영한 지 1년이 지난 뒤였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2월 1일 미얀마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수색은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유족들은 인권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가 과거 보수정권과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인 것에 대해 억장이 무너진다면서 울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의지 부족 때문에 32년 만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날리면서 유해만이라도 찾기를 바랐던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KAL 858기 실종 사건, 항공기 역사상 '최대 미스터리 참사'
KAL 858기 실종 사건은 항공기 역사상 가장 미스터리로 기록된 참사입니다. 13대 대통령 선거일을 보름쯤 앞둔 때 KAL 858기가 사라졌습니다. 전두환 정권은 외국인 탑승자 명단 가운데 일본인 국적의 하치야 신이치와 하치야 마유미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에 나섰습니다. 실종 사건 발생 이틀 뒤인 1987년 12월 1일 이들을 잡게 되는데 남자는 갑자기 음독자살을 했고 김현희로 드러난 하치야 마유미는 목숨은 건졌습니다.

하필이면 김현희가 우리나라로 압송된 시점은 대통령 선거 하루 전날이었고,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현희를 대통령 선거 전날에 국내로 데려온 온 전두환 정권은 KAL 858기 수색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전두환 정권은 사건 발생 열흘 뒤인 12월 9일 단 한 구의 유해도 찾지 못한 채 서둘러 수색을 중단했습니다. 1988년 1월 15일 국가안전기획부는 KAL 858기 실종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 내용을 발표하면서 북한 공작원들의 소행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공작원 김승일과 김현희가 88 서울올림픽 참가 신청을 방해하기 위해 김정일의 친필 지령을 받고 대한항공 여객기를 폭파했다는 것이 주요 발표 내용입니다. 김현희는 나중에 국가안전기획부의 촉탁 직원으로 채용되어 1997년까지 전국을 돌며 반공 강사로 강의 활동했습니다. 김현희는 단 하루도 감옥 생활을 하지 않는 등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훗날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현희 국내 압송이 당시 안전기획부의 공작으로 드러났습니다. 노무현 정권 때인 2005년 '국정원 과거 사건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발족해 2년여 동안 KAL 858기 실종 사건에 대해 다시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그 결과 전두환 정권의 안기부가 노태우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이른바 '무지개 공작'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KAL 858기는 김현희 등에 의한 폭탄 테러 사건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전두환 정권 때 안기부의 수사 발표 내용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유족들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국정원의 과거사 발전위원회는 국정원이 스스로 만든 조직입니다, 하지만 이와 달리 과거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국가 독립 기관이 있습니다. 과거사 진실화해위원회인데요. 과거사 진실화해위원회는 국정원 스스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2007년 7월 정식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 흐지부지됐습니다.


KAL 858기, 바다에 비상 착륙했을 가능성 높아
KAL 858기 실종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전두환 정권은 폭탄 테러로 공중에서 산산조각 났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대구MBC 특별취재단이 수중 촬영한 영상을 보면 KAL 858기가 바다에 비상 착륙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0년 1월 4일 대구MBC 특별취재단이 미얀마 안다만 50미터 해저에서 촬영한 KAL 858기 추정 동체의 모습을 보면 비행기 날개에 붙어 있는 엔진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입니다. KAL 858기 기종인 보잉 707-3B5C의 엔진인 프랫 앤 휘트니(Pratt & Whitney) 사의 JT3D-3B와 매우 비슷한 모양입니다. 추정 동체가 촬영된 지점의 부근 해역에 항공기가 추락한 것은 KAL 858기가 유일합니다. 여기에다 추정 동체가 KAL 858기와 같은 종류의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면 다른 비행기일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비행기 날개에 엔진이 붙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비행기가 공중에서 산산조각이 났거나 자유 낙하로 떨어졌다면 이처럼 형체가 보존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근영 한국교통대학교 운항학과 교수 "엔진이 윙(날개)에 붙어 있다는 가정을 하면 상당히 충격은 약했다고 볼 수밖에 없죠. 만약에 엔진이 붙어 있었다면 그러면 착륙 시도를 하는 쪽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공중 폭발로 비행기가 산산조각 났다고 전두환 정권이 발표한 내용과 완전히 다릅니다.

실제로 대구MBC 특별취재단이 KAL 858기 추정 동체를 촬영한 지점 주위에는 비행기 잔해들이 직경 100미터 안에 대부분 모여 있었습니다. 비행기가 공중에서 폭발해 산산조각 났다면 잔해들이 이렇게 좁은 지역 안에 온전한 행태로 군집을 이룰 수 없습니다.

우뇨 당시 추락 목격자(어부) "비행기는 크게 좌우로 흔들리며 떨어졌습니다. 날개에 불이 붙어서 크게 흔들리며 떨어졌습니다"

놀랍게도 당시 목격자가 추락하는 비행기를 봤다고 가리킨 지점은 대구MBC 특별취재단이 KAL 858기 추정 동체를 찾은 장소 부근입니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해 볼 때 KAL 858기는 비행 중 폭발이 발생해 바다에 비상착륙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비행기가 바다에 내렸을 당시에도 조종사와 승객들이 생존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성전 KAL 858기 유족회 고문(전 조종사) "잔해 상태를 보면 꼬리 부분이 먼저 떨어져서 안에 잠겨 있고, 그다음에 조금 떨어져 있는 부분이 앞부분 동체와 날개가 붙어 있다, 이거는 어떤 경우에 나타나느냐 하면 조종사들이 의도적으로 바다에 수중 착륙, 즉 디칭을 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형태라는 거죠"

추정 동체, KAL 858기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 선행돼야
KAL 858기가 정부의 발표 내용과 달리 비상착륙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여러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려면 결국 추정 동체가 KAL 858기가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이 확인 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KAL 858기 조사에 착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추정 동체가 KAL 858기로 확인되면 블랙박스와 동체에 대한 조사를 통해 왜 비행기가 추락했는지를 밝힐 수 있습니다. 폭탄 테러라면 어떤 종류의 폭발물이 어디에 설치되었고 어떤 식으로 파편이 날아갔는지 등 사건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습니다.

과거 우리 정부는 미얀마 측으로부터 KAL 858기 동체를 넘겨받은 적이 있는데 이때 진실 규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KAL 858기가 실종된 지 2년 반이 지난 1990년 3월 미얀마 어선이 KAL 858기 동체를 건져 올린 건데요. 우리나라에 인도된 KAL 858기 동체에는 88올림픽 엠블럼과 영문으로 쓴 서울 1988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보조날개와 주 연료탱크와 같은 부품들도 많이 인양됐는데 사고 원인을 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잔해들이었습니다. 객실 선반에 폭탄을 두고 내렸다는 김현희의 말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발표대로 비행기 안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면 여기에 폭약 성분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 폭발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전인 1987년 사고 직후 미얀마 화물선이 건진 KAL 858기의 구명정에도 폭발 흔적은 없었습니다. 김현희가 폭탄을 둔 곳과 5미터 거리밖에 안 되는데도 폭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KAL 858기에서 난 폭발은 정부가 주장한 것처럼 대규모 폭발이 아닌 이보다 작은 규모의 폭발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사실 역시 앞에서 언급한 KAL 858기의 비상착륙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는 대목입니다.


정부, 미얀마로부터 동체 넘겨받았지만 사고 조사 하지 않아
우리 정부는 미얀마 측으로부터 KAL 858기 동체까지 넘겨받았지만 사고 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려면 KAL 858기 동체가 인양된 곳 주변 지역을 수색해서 다른 잔해들을 찾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당시 한국 정부는 이 동체들이 인양된 곳 주변 지역을 수색하지 않았습니다. 비행기 동체는 사고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과 같습니다. 이 때문에 국제민간항공기구는 항고 사고와 관련된 증거를 잘 보존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당시 정부는 미얀마로부터 넘겨받은 동체를 아예 폐기 처분해 버렸습니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정부의 일 처리로 KAL 858기 실종 사건은 항공기 사고 역사상 최대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날의 진실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추정 동체가 KAL 858기로 확인된다면 최대의 미스터리 항공 참사의 진실을 알리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으로 기대됩니다.

진실 규명 위해서는 수색 예산 책정과 조직 유지해야
KAL 858기 실종 사건과 관련한 진실 규명을 위한 향후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문재인 정부 때 잡아 놓은 예산을 다시 살리고 수색을 위한 임시 조직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1년 1월 문재인 정부는 미얀마 현지에 KAL 858기 추정 동체 수색을 위한 정부 수색단을 2월에 보내기로 확정했습니다. 하지만 2월 1일 미얀마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수색은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주무 부서인 외교부는 2021년 안으로 수색단을 파견할 계획으로 미얀마 군사정권과 협상을 시도했지만 결국 무산됐습니다.

보수정권인 윤석열 정부가 2022년 5월 출범하면서 수색 예산을 더 이상 책정하지 않았습니다. 새 정부가 2023년 미얀마의 국내 사정이 2022년보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더 이상 수색 예산을 잡지 않은 것인데요, 사실상 수색을 포기한 셈입니다. 유족들은 미얀마 군사정권과 협상이 잘 되면 언제든지 수색단을 출발할 수 있도록 예산을 잡고, 수색을 위한 임시 조직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 정부가 미얀마 측과 합의가 이뤄져 수색이 가능해진다면, 정부 수색은 추정 동체가 KAL 858기인지 확인하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 작업은 추정 동체의 꼬리 날개에 있는 KAL 858기 등록번호나 태극 문양을 확인하는 것으로 이제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대구MBC 특별취재단과 KAL 858기 수색단이 4차례에 걸친 수색 끝에 50미터 해저에 있는 추정 동체 주변에 대한 정보를 많이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 수색에서는 꼬리 날개에 있는 등록번호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잠수사를 바닷속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시도할 수 없었습니다. 추정 동체를 뒤덮고 있는 그물들이 너무 많아서 자칫 잠수사가 그물에 걸릴 경우 물 위로 돌아오지 못해 사망할 수 있어서입니다. 그러나 4차례에 걸친 수색으로 이런 위험을 피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정보를 얻었고 수색 노하우도 확보한 만큼 이제는 위험한 도전이 아닙니다.

우리 정부가 추정 동체가 KAL 858기 것임을 확인하게 되면 재조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부속서에 따르면 새로운 증거나 중대한 증거가 발견되면 재조사를 하도록 명시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재조사가 이뤄져야 하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항공사고 조사 전문가들로 '항공사고 전문 조사단'을 구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비행기 잔해를 최대한 확보하는 조사 계획을 수립합니다. 정부는 이 조사 계획을 바탕으로 관련 예산과 전문 인력을 확보한 뒤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면 됩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조사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에게 한 점 의혹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백 명이 넘는 국민이 억울하게 숨졌는데도 정부는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은커녕 유해 한 구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KAL 858기 동체를 수색해 줄 것을 외면해 왔던 국가는 이제라도 희생자와 유족들의 한과 눈물을 닦아줘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대한민국이 뒤늦게라도 국가로서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입증하고 억울하게 죽어간 희생자들과 유족들에게 사죄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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