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8900만년 전 피부가 생생…육지 파충류 화석 발견
피부는 척추동물의 몸체를 구성하는 가장 큰 기관이다. 예컨대 사람의 경우 질량 기준으로 피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이른다. 수분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각질화한 가장 바깥쪽 표피와 그 아래 진피, 피하층으로 이뤄져 있다.
이런 외피 구조는 척추동물이 수중 환경을 벗어나 육상 환경으로 진출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질기고 방수가 잘 되는 가죽 같은 피부 덕에 파충류, 조류, 포유류는 육상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반면, 피부가 얇은 양서류는 물 가까이에 머물러야 했다. 단단한 피부가 육상 동물의 진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피부 화석은 그만큼 진화사 연구에서 아주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피부는 뼈처럼 단단하지 않은 무른 조직이어서 쉽게 부패 또는 분해되기 때문에 화석으로 남기가 어렵다.
캐나다 토론토 미시소거대 연구진이 공룡이 출현하기 수백만년 전인 2억8900만년 전의 파충류로 추정되는 동물의 피부 화석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이는 지금까지 발견된 피부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보다 2100만년 앞선 것이다.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이 검은색 피부 화석에는 특히 표피뿐 아니라 그 아래 진피층까지 남아 있어 입체구조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피부 화석이 발견된 곳은 고생대 화석이 많이 발견되는 미국 오클라호마의 ‘리차드 스퍼’라는 이름의 석회암 동굴이다. 연구진은 동굴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석유 성분 덕분에 피부가 살아남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생대 말기인 페름기에 이곳에 점토 퇴적물이 쌓인 뒤 여기에 암석층을 뚫고 나온 석유의 탄화수소와 타르가 스며들자 산소가 없는 환경과 함께 박테리아가 번식을 하지 못하면서 피부가 분해되지 않고 화석으로 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지역의 석유는 훨씬 더 오래전인 3억3천만년 전 바다에 살았던 생물의 유해가 분해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연구진이 발견한 피부 화석의 표면은 악어 피부처럼 거칠고 뱀처럼 비늘이 접혀 있었다. 현미경 분석 결과 표피는 포유류의 머리카락과 손톱에서 발견되는 단백질인 케라틴으로 이뤄진 구조물이었다.
파충류 피부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 듯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화석은 양막동물의 피부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양막이란 태아를 둘러싼 막을 가리키는 말로, 척추동물 중 물 밖에서 사는 파충류, 조류, 포유류가 여기에 속한다. 한마디로 육지 생활에 적응한 동물의 피부라는 뜻이다. 단단한 각질 피부는 양막류 피부의 특징이다.
연구진은 “육상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건조해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단단한 불투과성 피부는 양막류의 핵심적인 진화적 적응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뼈 조직이 없는 피부만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동물의 어떤 신체 부위에 해당하는 화석인지 단정을 내리기가 어렵다. 연구진은 피부 화석이 발견된 곳 인근에서 발견되는 화석 등으로 미뤄볼 때 페름기 시대에 번성했던 작은 도마뱀류인 카프토리누스라는 파충류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독일 알트뮐탈공룡박물관의 프레데릭 스핀들러 박사(고생물학)는 ‘스미소니언 매거진’에 “표피 바로 밑에 뼈가 있는 양서류 피부에서 단단한 비늘로 덮인 완전한 육상동물 피부로의 전환이 일어난 것”이라며 “두꺼워진 피부의 핵심 기능은 보호 장벽 역할과 함께 치명적인 수분 손실을 막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늘 모양의 피부는 알을 감싸고 있는 껍질처럼, 초기 양막류가 점점 육지 안쪽으로 더 멀리 진출할 때 몸의 수분을 유지하는 방법이었다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그러나 비늘 구조의 피부는 이때보다는 더 일찍 나타났을 것으로 본다. 스핀들러는 “진화가 이뤄진 시기를 알아내려면 다른 화석들이 더 필요하다”며 “이번에 발견된 화석은 양막류가 육지에 정착해서 털북숭이 포유류나 깃털 달린 공룡 같은 후대 생물의 기본 특성이 발현되는 길로 가는 이정표와도 같다”고 말했다.
뉴잉글랜드대 필 벨 교수(고생물학)는 사이언스에 “이번 발견은 파충류 비늘의 복잡한 구조가 처음 진화한 이후로 사실상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16/j.cub.2023.12.008
Paleozoic cave system preserves oldest-known evidence of amniote skin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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