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 수현 “일제시대 부담 없었다…매력적인 빌런 쉽게 못 만나”[SS인터뷰]

배우 수현. 사진 | 넷플릭스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한때 일제강점기 드라마나 영화가 제작조차 어려웠던 때가 있었다.

일본 시장과 팬들의 눈치를 본 배우들이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의 출연을 고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지상파 방송사에서 제작된 시대극은 이런 이유로 주연배우가 교체되기도 했다.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한 수현에게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 출연은 부담이었다. 1945년 한국인 인체실험으로 크리처를 만든 빌런 마에다를 연기하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수현은 이야기의 독특함과 캐릭터의 매력만 바라보며 ‘경성크리처’에 뛰어들었다.

결과적으로 ‘경성크리처’는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순항 중이다. 수현은 절제된 카리스마가 몸에 밴 미스터리한 빌런 마에다를 훌륭히 표현했다. 단순히 글로벌 스타를 넘어 연기적인 측면에서도 실력파임을 입증했다.

배우 수현. 사진 | 넷플릭스

수현은 “누군가는 시대적인 면에 집중할 수 있겠지만, 저는 이런 도전을 반긴다. 배경과 별개로 좋은 작가님과 PD님을 만났다. 이런 캐릭터를 만나긴 쉽지 않으니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마에다는 입체적인 빌런, 전형적이면 촌스러워”

‘경성크리처’는 조선을 침탈한 일본이 세계대전에 뛰어들었다 서서히 패색이 짙어지는 1945년 경성이 배경이다. 일본군이 한국인을 상대로 인체실험을 자행하다 예상 못한 괴물을 만들었다는 설정에서 출발했다. 옹성병원이라는 미지의 공간에서 발생하는 참혹한 실험의 주동자가 수현이 연기한 마에다다.

파트1에서는 선과 악의 기로에서 어떤 인물인지 선명하지 않다. 주인공인 장태상(박서준 분)에게 호감을 품고, 그가 위기에 처했을 땐 몸소 나서 구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파트2에서 충격적인 악행이 드러나며 가면을 벗었다.

배우 수현. 사진 | 넷플릭스

“마에다는 다른 작품에서 보지 못한 빌런이에요. 대놓고 처음부터 나쁜 사람이라는 기운을 풍기지 않잖아요. 일본에 대한 자존심이 강한 인물이라 늘 기모노를 입고요. 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하며 살아온 인물이에요. 마에다가 전형적인 빌런 같으면 촌스러울 것 같았어요. 표정도 늘 절제했고요.”

뼛속까지 일본인인 마에다는 조선인을 상대로 인체실험을 주도한다. 반인륜적인 인물이지만 이상하게장태상에겐 온정을 베푼다. 다른 조선인과 달리 장태상에 대한 감정은 쉽게 설득되지 않았다.

“저는 사랑도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해요. 마에다의 시선에서 장태상은 ‘나와 동급인 유일한 사람’이에요. 본인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에만 열중한 장태상이 자신과 닮아 보였을 수 있어요. 그래서 윤채옥(한소희 분)을 시샘해 장태상을 더 보호해주려 하고 진심으로 신경 써줬던 것 같아요. 자기밖에 모르는 마에다에게 유일한 벗이었죠.”

◇“외국어 연기는 질 수 없어, 현봉식 정말 잘해”

마에다는 서툰 한국말과 더불어 교토 사투리를 사용하는 인물이다. 최근 ‘노량: 죽음의 바다’를 비롯해 외국어 연기를 하는 한국 배우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나같이 외국어 연기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리액션을 할 때 철저히 준비된 대사만 해야하는 것이나, 작은 애드리브마저 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대사 NG도 꽤 많을 뿐 아니라, 뭐가 틀렸는지 순간적으로 포착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일본어 선생님만 세 분이셨어요. 일주일에 두세 번 이상 수업했던 것 같아요. 녹음본을 많이 들었어요. 어떻게 해야 교포처럼 보일까 논의를 많이 했어요. 말투도 일본 사극 말투예요. 개인적으로 언어에서 질 수 없다는 욕심이 있어요. 이런 도전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교토 사투리는 마치 노래 같더라고요. 그런데 이치로 역의 현봉식이 정말 잘해서 놀랐어요. 유일한 경쟁자였어요.”

배우 수현. 사진 | 넷플릭스

수현은 2019년 세 사살 연상의 기업인과 결혼해 2020년 10월 첫 딸을 출산했다. 2021년 방영된 ‘키마이라’는 임신 전 촬영을 마친 작품이다. 한동안 작품 출연이 어려웠고, 복귀도 힘들었다. tvN ‘연예인 매니저 살아남기’에선 워킹맘의 설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 ‘경성크리처’를 시작으로 JTBC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영화 ‘보통의 가족’ 등에 출연했다.

“출산 후 복귀에 간절함이 있었어요. 촬영하면서 스스로 연기가 매우 고팠다는 걸 느꼈어요. 최근 복귀하면서 연기할 때 더 과감해지는 저를 발견했어요. 앞으로 나올 작품에서도 과감해진 저를 더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기대해 주세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