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2] 이스털린 역설과 노후 행복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2024. 1. 15. 09: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유비무환! 준비된 은퇴, 행복한 노후를 꾸리기 위한 실전 솔루션을 욜로은퇴 시즌2로 전합니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 노후에 돈, 건강, 관계를 갖추는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건강과 관계가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돈도 많아지면 행복할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의문을 가져볼 수 있다. 돈이 많으면 행복해진다면 죽을 때까지 계속 돈을 벌면 행복도가 계속 올라갈까?

경제학자 이스털린(R. Easterlin)은 1974년에 돈과 행복에 관한 흥미 있는 논문을 발표했다. 한 국가 내에서 어떤 특정 시점에 소득과 주관적 행복도를 비교했더니 소득이 높으면 행복도가 높아지는 관계를 보였다. 그런데 이를 오랜 시간에 걸쳐 보면, 장기적으로 소득이 증가할 때 행복도는 소득 증가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1970년부터 2020년에 걸쳐 사람들의 주관적 행복도를 측정하고 이것과 소득증가를 살펴보니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도는 큰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역설’이다. 한 국가 내에서 소득과 행복도는 정(+)의 관계를 가지는데, 시간에 걸친 변화를 보면 소득이 증가한다고 행복도가 그에 상응하여 증가하지 않는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한 반론으로 소득이 행복도에 보편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이스털린은 켈시 오코너(Kelsey O’Connor)와 함께 2020년에 쓴 논문에서 이를 반박했다. 장기시계열(12~39년)이나 중기시계열(12~15년) 분석 모두에서 1인당 GDP성장률과 삶의 만족도는 관계가 없음을 보였다. 소득과 행복도가 관계가 있다는 연구는 이들이 충분히 장기시계열을 연구하지 않고 짧은 시계열을 연구하다 보니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나타났다는 것이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역설’인만큼 언뜻 이해가 쉽지 않으니 그림을 통해 직관적으로 설명해보자. 그림에서 소득은 추세적으로 증가하지만 중간에 오르고 내리고 하는 변동을 보인다. 반면에 행복도는 장기적으로는 소득과 관계 없이 거의 일정하지만 이것 역시 주관적 행복이다 보니 경기의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된다. 경기가 호황이면 행복해지고 불황이면 우울해진다.

하지만 이 변동은 일시적이다. 성장이 장기적으로 계속 된다고 해서 행복은 그에 따라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다시 원래의 수준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기간을 짧게 보면 행복과 소득은 정(+)의 관계인 듯이 보이지만 장기적인 추세선은 서로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스털린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소득증가율과 행복도 변화는 장기적으로 관계가 없다’이다.

이스털린의 행복에 대한 견해는 심리학에서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심리학 연구에서도 행복도는 비록 단기적으로 도취와 불행에 따라 달라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정상의 수준으로 복귀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스털린은 동거 후 결혼할 때 행복도가 증가하지만 2년이 지나면 행복도는 다시 동거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여하튼 행복이나 불행한 사건은 행복도를 추세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하기에 원래 자신의 행복 수준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반론이 있다. 소득과 행복이 관계없이 보이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행복을 판단하는 준거 기준이 높아져서 행복도가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사람들은 행복을 ‘0-10점’처럼 점수로 평가하는 데 시간이 지날수록 준거 기준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1980년에는 TV만 갖고 있어도 나의 행복도는 8점이었고 차를 갖고 있으면 10점이었는데 2010년에는 TV와 차를 갖고 있을 때 나의 점수 기준이 각각 3점과 5점에 불과하게 된다. 1980년 기준에서 보면 2010년의 행복도는 엄청 높지만 2010년에는 행복을 결정하는 준거 기준이 높아짐으로써 사람들은 더 행복하지 않다고 답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스털린 역설의 요지는 돈을 계속 많이 번다고 행복도가 증가하는 게 아니라 행복의 수준(level)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의 수준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첫째, 준거 기준은 다른 사람과 혹은 사회와 비교하여 결정하는데, 소득의 경우 너무 높은 사회적 기준을 자신의 준거 기준으로 하면 행복하지 못하게 된다. 젊을 때는 경쟁 속에서 항상 높은 집단을 자신의 준거 기준으로 둔다. 불행 중 다행으로 노후에는 경쟁에서 벗어나다 보니 이런 준거 기준을 둘 필요가 없다. 우리에 맞는 준거 기준을 두거나 좀 더 낮게 두면 좋다.

둘째, 이스털린은 보편적 의료 환경이나 건강이 우리의 행복을 위해 긴요하다고 보았다. 소득 이외의 요소다. 마찬가지로 건강, 의미, 역할과 같은 정서적 요인이 우리의 행복 수준을 높여준다. 자산에서 계속 많은 소득을 더 얻으려 하지 말고 이 중 일부를 건강, 의미, 역할을 증진하는 데 두어야 한다.

이스털린의 역설이 우리의 노후 행복에 대해 주는 시사점은 ①준거 기준을 상대방과 비교하여 결정하지 말고 조금 낮추어 설정하고 ②건강∙환경∙의미∙역할과 같은 정서적 요소를 더하고 ③이를 위해 자산 소득의 일부를 정서적 요소를 증진시키는 데 재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bsta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