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억 원금+이자에 배당금까지 바쳤다… '역대급 혜자' 최정, FA 역사도 레전드 눈앞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인 최정(37‧SSG)은 오히려 경력에서 쌓은 실적에 비해 적은 돈을 받았던 선수인지 모른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을 때마다 그렇게 큰 잡음 없이 쉽게 도장을 내밀었고, 구단과 선수가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합리적인 계약을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리고 받은 만큼은 꼭 구단에 돌려줬다. 모범적인 FA였다.
최정은 2015년 시즌을 앞두고 첫 FA 자격을 얻어 4년 총액 86억 원에 사인했다. 당시 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하나였을뿐만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노릴 수 있다는 불안감에 구단은 바짝 긴장했지만 생각보다 최정이 많은 것을 재지 않고 그냥 도장을 내밀었다는 게 당시 협상을 회상하는 구단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뒤 다시 FA 시장에 나온 최정은 이번에도 생각보다 빨리 협상을 끝냈다. 보상 규모 탓에 어차피 타 팀으로 이적이 쉽지는 않았던 상황에서 최정도 팀에 남고 싶은 마음이 컸다. 결국 6년 계약을 하며 종신 인천맨으로의 기반을 놨다. 당시 최정은 6년 총액 106억 원에 계약하며 1차 FA 당시보다 규모를 더 키웠다.
KBO리그 FA 역사에서 1차 FA보다 2차 FA보다 더 많은 총액을 받은 선수는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보통 1차 FA가 선수 생활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을 시기고, 4년 뒤에는 기량이 떨어지는 곡선을 그리는 선수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정은 건재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고 6년 총액 106억 원을 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5년의 시간이 흘렀다.
FA 시장은 사실 무수한 ‘먹튀’를 양산한다. 선수의 과거 기록은 명백하게 데이터로 나와 있지만, 미래 기록은 예상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특히나 100억 원대 대형 계약을 터뜨린 선수라면 그 기록 하나하나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되어 있다. ‘지불한 가격만큼 가치를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들이 상당수다. 그런데 최정은 5년 동안 그런 논란이 없었던 대표적인 선수다. 어쩌면 그런 대형 계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잔소리 한 번 안 들을 정도로 성실하게 기록을 쌓아왔다.
최정의 건재는 기록에서도 잘 드러난다. 6년 계약이 시작된 2019년은 최정의 만 32세 시즌이었다. 일반적으로는 서서히 공‧수에서 공헌도가 떨어지는 나이고, 실제 KBO리그를 대표했던 수많은 레전드들 대부분이 그런 절차를 밟았다. 그런데 최정의 공격 생산력은 끄떡이 없었다. 이제 30대 중‧후반으로 흘러가는 시점에도 그 그래프가 꺾일 생각이 없다. 수비도 뒷전으로 밀릴 생각이 없다. 여전히 3루도 지킨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의 집계에 따르면 최정은 2019년 148.9의 조정득점생산력(wRC+)을 기록했다. 2020년은 138.8, 2021년은 155.9, 2022년은 145.4였다. 그리고 지난해 155.8을 기록하며 여전히 정상급 기록을 남겼다. ‘스탯티즈’ 집계 기준 5년간 쌓은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28.31에 이른다. 보통 FA 야수들의 1WAR당 가치를 5~7억 정도로 계산하는데 5억 원만 잡아도 140억 원이 넘는다. 즉, 최정은 이미 구단에 투자액의 원금과 이자를 다 갖다낸 것도 모자라 배당금까지 안긴 셈이다. 이런 선수는 KBO리그 FA 역사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런 최정은 2024년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면 생애 세 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물론 해외 진출을 한 선수들도 있어 정확한 집계는 아니지만, 적어도 KBO리그에서 세 번째 FA 자격 행사는 박용택 강민호에 이어 역대 세 번째가 될 전망이다. 종전 3차 FA 최고액은 강민호가 가지고 있는 4년 36억 원이다. 최정이 현재 기량을 유지한다면 이 기록은 무난하게 넘을 가능성이 크다.
SSG는 최정이 올해가 끝난 뒤 FA 시장에 나올 것을 미리 계산하고 있고, 이에 샐러리캡 등 여러 가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조건 잡는다는 논제는 불변이다. 섭섭지 않은 대우를 해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최정의 현재 기량이라면 만 38세에도 단기 계약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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