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데스벨리 극한환경서 혹독한 담금질…현대차·기아 ‘미래車 테스트’ 메카로
건조함·더위 맞춘 ‘다양한 테스트’ 진행 중
“‘전기차 테스트’에 최적…장등판 시험로 ‘남양에도 없어’”
[헤럴드경제(캘리포니아시티)=김성우 기자] #.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목이 말랐다. 햇볕 없는 그늘에서는 매서울 정도로 날씨가 쌀쌀했다. 연평균 기온은 39℃지만 하루 일교차는 수십도. 계절별 온도 격차도 상상을 초월한다. 사람이 살기엔 ‘혹독한 환경’. 하지만 차량의 ‘극한’을 테스트하기엔 최적의 장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캘리포니아시티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시험장(이하 모하비 주행시험장)’을 11일(현지시간) 방문했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4가 열렸던 라스베이거스에서 자동차로 3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북미에서 ‘가장 건조하다’는 데스벨리와 모하비 사막에 인접한 장소로, 혹독한 자연환경만큼이나 엄격한 주행코스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북미 출시 모델이라면 이곳을 꼭 거쳐야만 한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면적은 약 1770만㎡(약 535만평), 영암 F1서킷 면적의 9.5배, 여의도 면적의 2배에 달한다. 규모가 가장 큰 ‘고속주회로’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총 12개 시험로가 있고, 모든 시험로를 연장하면 길이가 무려 61㎞에 달한다. 연간 300여 대의 시험 차량 테스트가 현장에서 이뤄진다.
취재단이 방문한 당일에도 거친 환경 테스트에서 나오는 다양한 종류의 굉음들이 현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승엽 현대자동차그룹 미국기술연구소 부소장(상무)은 “대부분이 미국 동북부의 미시건주 베이스로, 디트로이트 주변에 연구 시설을 갖춘 북미 자동차 3사는 데스벨리의 사막 환경에서 테스트를 하려고 항공으로 차를 날라와 테스트를 한다”면서 “반면에 현대차그룹은 이곳 모하비 주행시험장을 갖추면서 다양한 신기술과 조건들을 수시로 테스트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일반적인 평가로만 크게 네 가지 갈래에 달한다. ▷승차감, 제동성능, 소음, 진동을 다루는 ‘현지적합성 시험’ ▷제동거리, 사고회피 속도 등 미국 법규 충족 여부를 다루는 ‘북미법규 시험’ ▷노면 상태에 따른 차량 상태를 평가하는 ‘내구시험’ ▷혹서의 환경에서 부품의 파손 정도를 측정하는 ‘재료환경 시험’ 등이다. 여기에 최신 트렌드에 맞게 새로운 테스트도 추가되는 경우도 많다.
현장에서는 모하비 시험장에서는 ‘위장막을 씌운 신형 전기차’, 먼지가 묻은 ‘신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델’ 자동차가 테스트를 기다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미국 ‘서부의 중심지’ 로스엔젤레스(LA)에서 차로 약 2시간 거리로 가까워, 대도시에 가져온 다양한 차를 테스트할 수 있다.
강희진 모하비 주행시험장 HATCI차량시험개발실 책임연구원은 “모하비 주행 시험장은 예전에는 내연기관 위주의 혹서내구 테스트가 주된 프로그램이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차량을 테스트하는 장소로 커졌다”면서 “혹독한 환경에서 차량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면 다양하게 테스트가 이뤄지고, 추가로 설비 증설도 이뤄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특별히 전기차 테스트에서 모하비 주행 시험장이 가지는 비중은 상당하다. 내연기관차 대비 300kg 이상 무거운 전기차는 서스펜션과 타이어, 차체 등에 가해지는 하중을 단단하게 버틸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뜨거운 지표면은 전기차의 내구도를 평가할 최적의 조건이 된다.
더위를 이겨내는 시험인 ‘전기차 열관리·냉각 성능시험’도 이뤄진다. 트레일러 견인이나 등판, 고속주행, 와인딩 등 부하가 많이 발생하는 가혹한 주행 조건에서 모터나 배터리 시스템에 과도한 열이 발생하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이다.
현대차의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N도 모하비 주행시험장을 거쳐 탄생했다. 고성능 전기차답게 가혹한 주행환경에서도 배터리 온도가 60℃를 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숙제였고,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시험을 반복한 끝에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와 주행 성능 극대화 전반에서 성과를 거뒀다.
이 밖에도 모하비 주행시험장 내 ‘장등판 시험로’는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 연구시설을 통틀어 오직 모하비 시험장에만 있는 시설이다. 국내에 위치한 남양연구소에도 있지 않은 시설이다. 2~12%의 완만한 경사가 길게 이어진 시험로로 파워트레인 등판 성능에 대한 테스트를 주로 하는 장소다.
사막의 더위와 모래를 활용한 ‘오프로드 테스트 시설’도 눈길을 끈다. 모하비 사막을 그대로 이용해 오프로드 평가에 사용하기도 하고, 노면의 경사/표면/모양 등을 고려해 7개의 오프로드 노면을 설치하고 성능을 개발하고 있다. 이경재 HATCI 샤시 열에너지 성능시험팀 책임연구원은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는 흐름에 맞춰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테스트를 수행해 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0월 현대차그룹 조지아 전기차 전용 공장 준공을 앞두면서,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에서 제작된 실차를 미국 지형에 최적화된 시험장에서 다양하게 테스트할 수 있는 장소가 모하비 주행시험장이라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현지 시장 점유율 4위(10.6%)의 호성적을 기록하는 데도 모하비 주행시험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아이오닉 5, EV6, GV60, 아이오닉 6, EV9 등 모하비 주행시험장을 거친 전동화 모델들은 세계 올해의 차(WCOTY), 북미 올해의 차(NACOTY), 유럽 올해의 차(ECOTY) 등 주요 상을 휩쓸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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