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팬덤 플랫폼 ‘다른 버전’… 나영석·세븐틴의 ‘실험’ 성공할까

안진용 기자 2024. 1. 1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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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버스 통해 풀버전 제공… tvN ‘나나투어 with 세븐틴’
K팝그룹 세븐틴 우정여행
소속사 하이브가 운영하는
위버스 통해 콘텐츠 업로드
120분 풀버전, TV의 2배
3만7000원 결제해야 시청
나영석 PD, 진행까지 소화
나영석 PD의 새 예능 ‘나나투어 with 세븐틴’은 TV와 하이브 팬 플랫폼인 위버스에서 서로 다른 버전이 공개된다.

나영석 PD의 새 예능이 베일을 벗었다. 5일 처음 방송된 tvN ‘나나투어 with 세븐틴’(나나투어)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K-팝 그룹 세븐틴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 주된 골자다. 그다지 새로운 콘셉트는 아니다. 1, 2회 시청률은 모두 2.1%(닐슨코리아 기준)였다. 기존 ‘나영석표 예능’과 비교하면 성에 차지 않을 법하다. 하지만 ‘나나투어’의 주된 평가의 잣대는 시청률이 아니다. TV에서도 방송되지만 타깃 플랫폼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이는 팬덤과 대중의 접점을 찾는 시도이기도 하다. 나나투어가 새로운 실험으로 불리는 이유다.

◇위버스는 왜 투자사로 참여했나?

나나투어는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40분 tvN에서 방송된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10시, 세븐틴의 소속사인 하이브가 운영하는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에 업로드된다. 단순히 시차를 두고 같은 내용을 공개하는 형식이 아니다. 위버스에 올라오는 풀버전은 회당 120분 안팎으로 TV 버전의 2배 수준이다. 위버스를 통해 3만7000원을 결제해야 볼 수 있는 유료 콘텐츠다.

세븐틴의 소속사이자 위버스의 운영주체인 하이브는 나나투어의 투자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전문 제작사에 연출 등을 일임하고 연예인들은 출연자에 그치던 행태에서 벗어난 시도다.

그동안 각 연예기획사는 유튜브, 네이버TV를 비롯한 자체 플랫폼을 통해 소속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예능을 제작해왔다. 세븐틴은 ‘고잉 세븐틴’을 꾸준히 공개했고, 같은 소속사의 방탄소년단(BTS)은 ‘달려라 방탄’ 등을 통해 TV 예능 출연 없이도 팬덤과 소통할 수 있었다. 위버스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나영석 PD와 손잡고 투자·제작사로 참여하며 보다 전문적인 독점 콘텐츠를 확보하게 된 셈이다. 하재근 평론가는 “지금은 콘텐츠의 시대이고, 지식재산권(IP)의 확보가 중요하다. 과거에는 스타가 출연만 하고, 방송국이 IP를 갖는 구조였는데 이제는 달라지는 것”이라면서 “특히 스타가 주요 IP가 됐기 때문에 그들의 소속사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콘텐츠와 IP를 확보하려는 시도는 향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영석 PD는 왜 카메라 앞에 자주 등장하나?

나영석 PD는 각 프로그램 속에서 출연진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대표적 연출자다. 하지만 나나투어에서는 연출자를 넘어 사실상 MC, 진행자 역할까지 소화하고 있다. 왜 나 PD의 노출이 늘었을까?

이는 세븐틴의 거대한 팬덤, 여전히 세븐틴이 생소한 대중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세븐틴은 매번 500만 장의 앨범 판매고를 올리는 그룹이다. 하지만 공식 팬덤 캐럿의 일원이 아니라면 멤버 13명의 이름을 모두 읊을 수 있는 시청자는 드물다. 시청률이 2.1%에 그친 이유다.

나 PD는 그 중간에서 완충 역할을 하며 팬덤과 일반 시청자들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다리 부상으로 이번 투어에 참여할 수 없는 에스쿱스를, 멤버들을 속이는 과정에서 ‘X맨’으로 적극 활용하는 식으로 13명의 멤버 중 누구 한 명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해 팬덤을 만족시킨다. 이와 동시에 나 PD가 각 멤버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소개하며 대중과 세븐틴의 접점을 만든다. 그동안 ‘꽃보다 OO’ 시리즈를 통해 할배, 누나, 청춘이라는 테마 여행을 선사했던 나 PD는 나나투어를 통해서는 세계적 트렌드가 된 K-팝 그룹의 우정 여행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K-팝 그룹을 전면에 내세워 K-예능의 세계화를 꾀하려는 복안이라고 할 수 있다.

‘고잉 세븐틴’을 통해 이미 각 멤버의 특징을 샅샅이 알고 있는 팬덤에게 ‘섬싱 뉴’(something new)를 보여주는 것은 나 PD의 숙제다. 60분 분량의 TV 버전을 통해 팬덤이 120분 분량의 유료 콘텐츠를 결제하도록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결제로 이어져 새로운 캐시플로가 창출되지 않는다면 이 실험은 ‘의미 있는 시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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