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출신 男 "필리핀 정착 '신의 한 수'"…2500억 '잭팟' [최형창의 中企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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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갈 동지로 여겼던 해외 파트너사들이 코로나19가 터지자 돌변했다.
어떤 고객은 대금을 제 때 줄 수 없다고 통보했고, 원자재를 공급하던 업체는 자재값을 서둘러 주지 않으면 납품을 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는 "단 한 번도 품질과 타협해 본 적이 없다"며 "상품 일부가 문제가 있을 때 깎아서 공급할 수도 있겠지만 전체 다 회수해 새로 만들어서 보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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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용품 ODM 강자 상장기업 동인기연
블랙다이아몬드 등 글로벌 고객사 40여곳
정인수 대표 "품질과 타협한 적 없어"
평생 갈 동지로 여겼던 해외 파트너사들이 코로나19가 터지자 돌변했다. 어떤 고객은 대금을 제 때 줄 수 없다고 통보했고, 원자재를 공급하던 업체는 자재값을 서둘러 주지 않으면 납품을 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정인수 동인기연 대표는 코로나 대유행기를 겪으면서 “피아 구분이 확실해졌다”고 표현했다. 그는 “가격을 깎자고 속썩이던 고객사를 정리한 덕분에 영업이익률이 훨씬 개선됐다”고 웃어보였다.
인체공학 기반해 가볍고 튼튼한 제품 만들어
유가증권시장 상장 중견기업 동인기연은 아크테릭스, 그레고리, 블랙다이아몬드 등 전세계 내로라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배낭을 주문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만든다. 불편한 업체와 거래를 끊었지만, 여전히 글로벌 고객사는 40여개에 달한다. 극단적인 자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인체공학에 기반해 가볍고 튼튼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덕분이다.
동인기연이 만드는 전문가용 등산배낭은 세계 시장 점유율 약 45%에 달한다. 그 덕에 1000억원대였던 매출은 2022년 2505억원, 영업이익은 427억원까지 올라섰다. 정 대표는 “코로나19 유행 때 막혔던 여파로 재고가 쌓여있었는데 이제 다 소진했다”며 “지난해 10월부터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울대 졸업 후 현대중공업에 다니던 정 대표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상경하라는 아버지 호출에 서울로 갔다. 이후 1992년 동인기연을 창업했다. 배낭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부품 생산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발품 팔아가며 해외 영업하던 중 ‘봉제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미국 켈티사의 요청에 영역을 넓혔다.
초기부터 필리핀에 정착, 현재 근로자만 1만명
정 대표는 사업을 확장하면서 필리핀에 터를 잡았다. 현재 필리핀 공장 근로자만 약 1만명에 이른다. 필리핀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배낭의 양은 연간 550만 개, 최대 3000억원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그는 “영어가 통한다고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 등의 이유로 필리핀을 선택했는데 ‘신의 한 수’였다”며 “필리핀에 계속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2022년부터 새 도전에 나섰다. 자체 브랜드를 시장에 선보인 것. 하이엔드 아웃도어 브랜드 ‘인수스(Insooth)’, 캐쥬얼 백팩을 만드는 ‘디나이언트(Dinaient)’ 등이 대표적이다. 등산용품 외에도 유아·반려동물용품 시장까지 개척했다. 특히 가벼우면서 고강도인 유아용 카시트는 지난 연말 블랙프라이데이 때 미국에서 5600개 ‘완판’ 기록을 세웠다. 정 대표는 “코로나19때 일부 파트너들의 변심을 겪어보니 내 브랜드가 있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인터뷰 내내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는 “단 한 번도 품질과 타협해 본 적이 없다”며 “상품 일부가 문제가 있을 때 깎아서 공급할 수도 있겠지만 전체 다 회수해 새로 만들어서 보낸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고강도 알루미늄을 생산하기 위해 부러뜨린 텐트폴만 1만개에 달한다”고 부연했다.
정 대표는 반도체, 2차전지, 디스플레이 등의 산업만 우선시하는 풍조에 대해 아쉬워했다. 그는 “국내에선 봉제 회사라고 저평가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에르메스와 루이비통도 봉제회사인 만큼 우리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인정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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