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6배 크기·해발 800m에 자리한 美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주행시험장' 오프로드 비롯 고속·언덕·커브길 주행 등 다양한 환경서 테스트 거쳐 생산 내연기관 위주서 친환경차로 변모… 시대의 요구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대도시 로스앤젤레스(LA) 시내에서 북쪽으로 약 120㎞ 떨어진 캘리포니아 시티의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에는 고품질 자동차 생산을 위한 현대자동차·기아의 시험 기지 '모하비주행시험장'이 있다.
극한의 사막 환경서 혹독한 담금질로 최고 수준의 성능·품질을 완성하겠다는 현대차·기아의 다짐이 곳곳에 묻어난 이곳은 친환경차 시대를 맞아 그에 걸맞게 빠르게 진화하며 글로벌 넘버원 도약을 위한 각종 테스트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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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서도 식별 되는 거대한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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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완공된 모하비주행시험장의 면적은 약 1770만㎡로 여의도 면적의 약 6배에 달하는 광활한 크기다. 인공위성에서도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사막 위의 거대한 인공 구조물인 만큼 크기부터 압도적이다.
해발 800m에 자리한 이곳은 주변의 어디를 둘러봐도 광활한 사막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입구에서도 1㎞ 이상을 들어가야 본 건물이 나올 만큼 보안도 철저하다.
모하비주행시험장은 거대한 국토를 보유한 미국의 지역적 특성과 척박하고 건조한 사막 환경이라는 기후적 특성을 살려 다양하면서도 혹독한 여러개의 주행 시험로를 갖췄다.
자동차는 전기·전자·기계공학 등 모든 기술이 결합된 종합체인 만큼 엔지니어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실제 도로 조건 이상의 가혹한 테스트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에 내놓는 모든 차량을 이곳 모하비시험장에서 담금질을 거쳐 최고 수준의 상품 및 품질 경쟁력을 확보한다.
모하비주행시험장은 ▲현지 적합성 시험 ▲북미 법규 시험 ▲내구 시험 ▲재료 환경시험 등을 수행한다. 현지 적합성 시험은 '승차감·제동성능·소음·진동'을 살피고 북미 법규 시험은 차량전복 제동거리, 사고회피속도 등 미국의 까다로운 법규를 만족시키기 위함이다.
내구 시험은 다양한 노면상태에서의 차량상태를 평가하고 재료 환경시험은 여러 부품들이 혹서의 환경에서 파손되는 정도를 측정한다.
모하비주행시험장은 글로벌 고객의 까다로운 입맛과 시장환경에 맞춰 보다 가혹한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진화했다.
강희진 현대차·기아 미국기술연구소(HATCI)의 모하비주행시험장 차량시험개발실 책임연구원은 "모하비주행시험장은 설립 이후 다양한 시험들이 대거 추가됐다"며 "내연기관 위주의 혹서 내구 테스트가 주된 프로그램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의 주행 및 내구 테스트도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SUV의 가혹한 오프로드 테스트도 확대됐고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만큼 각종 시험 또한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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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시장 휩쓴 車, 모두 여기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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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전동화로의 급격한 변화가 진행 중이며 SUV 인기도 날로 치솟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전동화 체제 전환에 가장 성공한 업체로 평가받는다.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 기반의 아이오닉5가 처음 출시된 이래 EV6, 아이오닉6, EV9, G80일렉트릭 등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큰 호평을 받으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내놓은 다양한 SUV도 마찬가지. 투싼과 팰리세이드, 스포티지, 쏘렌토, 제네시스 GV70, 제네시스 GV80까지 모두 세계 고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현대차·기아의 위상을 높인 라인업이다.
글로벌 톱3이 반열에 오른 현대차·기아의 위상 뒤엔 뛰어난 기술력과 품질을 담금질하는 모하비주행시험장이 큰 역할을 했다.
모하비주행시험장은 뜨거운 사막 환경에서 기존 내연기관차 위주의 테스트에 그치지 않고 친환경 차량에 요구되는 뛰어난 주행성능과 내구 수준을 검증하는 테스트를 대폭 강화했다.
SUV 고객들이 원하는 뛰어난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갖추기 위해 더욱 혹독한 오프로드 시험도 도입했다.
전기차의 안전성·내구성 확보를 위한 시험은 모하비주행시험장의 가장 큰 업무다. 전기차는 고밀도의 배터리 탑재로 내연기관차 대비 300㎏ 이상 무겁다.
이에 따라 전기차는 서스펜션과 타이어, 차체 등에 가해지는 하중을 단단하게 버틸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평가 요소로 꼽힌다. 고전압 전류가 흐르는 배터리와 분당 1만회 이상 회전하는 모터 등에서 발생하는 열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관건이다.
평균 온도가 39도 7~8월에는 지표면 온도가 54도까지 올라가는 혹독한 환경에 위치한 모하비주행시험장은 이 같은 전기차 특성을 테스트하기에 최적화된 곳이다.
현대차·기아는 이 같은 환경에서 전기차 열관리·냉각 성능 테스트를 비롯해 모하비주행시험장을 중심으로 미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혹서·혹한 지역 테스트도 병행한다.
지난해 모하비주행시험장 연구원들은 약 10주 동안 데스밸리를 비롯해 미네소타, 오리건 등 미국의 다양한 환경 속에서 6000마일(약 1만㎞)을 달리며 전기차의 배터리 안전성과 열에너지 관리 최적화를 위한 시험에 나선 바 있다.
전기차 성능 테스트에는 '고속주회로'도 빼놓을 수 없다. 최대 경사각 12%인 10.3㎞의 타원형 3차로 트랙으로 구성된 고속주회로는 모하비주행시험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험로다.
미국의 고속도로를 모사한 길게 뻗은 도로를 최고 시속 200㎞까지 주행하며 가혹하게 테스트할 수 있다. 규모가 큰 만큼 최고속도로 한 바퀴를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3분이다.
현대차·기아는 고속주회로에서 전기차의 고속 주행 안정성과 동력성능, 풍절음, 노면마찰음 등을 평가해 전기차의 성능과 내구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고속주회로 테스트는 차량 1대 당 약 3만마일(약 5만㎞), 무려 4000바퀴 이상을 이상 없이 달려야 통과할 수 있다.
모하비주행시험장에는 배터리가 장착되는 전기차 하부에 가해지는 충격에 대한 내구성을 평가할 수 있는 노면도 여러 개 설치됐다.
다양한 외부 도로 환경조건을 고려해 고정악로, 장등판, 오프로드 등 총 16개 종류의 노면에서 시험이 진행되며 이곳에서 차량 하부의 내구성을 평가한다.
내구시험로 평가는 1만마일(약 1만6000㎞) 정도만 주행해도 10만마일(약 16만㎞)을 주행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정도로 가혹도가 심하다. 이 같은 평가는 현대차·기아 전기차의 내구 성능을 한층 극대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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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운전하며 보고 느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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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찾은 모하비주행시험장에서는 이 같은 시험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핸들링시험로다. 이곳의 총 길이는 4.4㎞이며 급커브 구간과 8% 경사 언덕 등으로 구성됐다.
이 시험로에서는 특히 고속으로 곡선구간에 진입한 뒤 다시 고속으로 빠져나가는 등의 한계 상황 주행 시험을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이곳에서의 시험을 통해 차량의 조종안전성이 최고 수준으로 향상된다.
기아의 고성능 전기차 EV6 GT를 타고 핸들링시험로를 달려봤다. 직접 운전대를 잡고 최고 70마일(약 120㎞)의 속도로 이곳을 한 바퀴 달려보니 급격한 핸들링과 엔진,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 성능을 집중 시험하기에도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곡선구간이 쉼 없이 이어지는 동안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며 쉼 없이 핸들을 이리저리 꺾었다.
높고 험한 산맥이 많은 미국 지형에서 차량의 안전한 주행성능 확보가 중요한 만큼 꼭 필요한 시험로로 느껴졌다. 고성능 전기차인 EV6 GT가 지닌 한계를 알아보기 위해서도 적합한 곳으로 생각됐다.
국내 남양연구소에는 없고 오직 모하비주행시험장에만 있는 장등판시험로도 살펴봤다. 이곳은 안전상 전기가 아닌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간접 체험했다.
이곳은 5.3㎞의 길이, 2~12%의 완만한 경사가 길게 이어진 시험로다. 전기차의 높은 토크를 시험하기 위한 안성맞춤의 조건이다.
연구원들은 장등판시험로에서 차량을 멈추고 출발하기를 반복하며 전기차의 가속 성능을 테스트한다. 고속도로주행보조(HDA) 장치 작동 시 설정해둔 속도로 일정하게 오르내리는지도 테스트한다.
장등판시험로 중간에는 40도 이상의 거친 경사면에 만들어진 말발굽 시험로가 있다. 알파벳 'U' 모양으로 생긴 말발굽 시험로에서는 경사 도로면에서의 비틀린 모양까지 구현했다.
여기서 섀시 제어나 흙길 탈출을 위한 구동력 테스트 등을 시험한다. 기것에 도착했을 때는 제네시스 GV70이 말발굽 시험로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땅이 거칠고 경사로가 심했지만 이를 견디며 몇번이고 이곳을 무리 없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오프로드 시험로에서는 SUV를 직접 타고 이동해 봤다. 현대차·기아는 발상을 전환해 사막 한가운데에 주행시험장을 건설했고 사막의 더위와 모래를 오프로드 시험에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오프로드의 차량은 특히 더위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현대차·기아는 모하비주행시험장의 뜨거운 날씨를 활용해 차량의 각 부품이 더위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시험한다.
초기 모하비주행시험장의 오프로드 시험로는 단 1개 코스에 불과했다. 당시에는 포장된 시험로에서 도심 및 고속도로 주행을 시뮬레이션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지만 현재는 7개 코스로 늘었다. 추가로 건설 중인 시험로도 있다.
안전을 위해 동승자와 번갈아 가며 약 5분 정도 오프로드 시험장의 한 코스를 체험해봤다. 시승 차량은 쏘렌토였다. 이 시험장은 사실 인위적으로 만들었다고 보기보단 사막 환경에 있는 울퉁불퉁한 지면을 그대로 활용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해 보였다.
군데군데 바닥이 움푹 파이고 각장 진흙과 자갈이 널렸지만 한번의 헛바퀴도 없이 무난하게 코스를 통과했다. 체험 코스가 다소 짧아 아쉬웠지만 SUV가 지닌 강력한 성능이 실제 험한 도로 환경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확실하게 체험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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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톱 정조준… 40여명의 직원이 땀 흘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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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부품이 뜨거운 태양빛 아래 진열된 듯한 '재료환경내구시설'도 눈길을 끌었다. 오프로드의 차량은 특히 더위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현대차·기아는 이곳에서 모하비주행시험장의 뜨거운 날씨를 활용해 차량의 각 부품이 더위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시험한다.
재료환경내구시험은 모하비 사막의 태양광과 자외선에 의한 자율주행 센서(LiDAR·카메라)의 노화 및 차량 범퍼, 헤드램프, 대시보드, 시트 등을 오랜 시간 노출했을 때 색상과 재질의 변질을 보는 시험이다.
이를 위해 일출부터 일몰까지 범퍼와 헤드램프, 페인트 시편 등 외장부품은 물론 크래쉬패드 등의 내장부품까지 수많은 부품들이 줄지어 오로지 태양을 정면으로 향하도록 한다.
연간 일조량을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쬐도록 하는 이 가혹한 시험으로 자동차의 내·외장 부품들이 지구상 어느 극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시험하고 있다.
윤영준 현대차·기아 HATCI 내구시험팀 책임연구원은 "부품들이 진열된 판넬이 태양의 위치에 따라 움직이며 낮 시간 동안 계속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본다"며 "그 결과 다른 지역에서의 변형 시험보다 최고 30배 빠르게 내구도를 검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하비주행시험장에는 규모가 가장 큰 '고속주회로'를 비롯해 '범용시험장', '장등판 시험로' 등 총 12개 시험로가 있고 모든 시험로를 연장하면 길이가 무려 61㎞에 달한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도 비슷한 규모의 주행시험장은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토요타 등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들만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손에 꼽히는 큰 시설이다.
이곳에서 연간 300여 대의 시험 차량을 테스트하는데 차량별로 내구, 성능 시험을 포함 평균 12.5만마일(약 20만㎞)을 시험장과 미국 각지를 주행하며 테스트한다.
40여명의 모하비주행시험장 연구원들은 LA 시내에서 차로 1시간30분 정도의 거리를 출퇴근하며 매일 혹독한 시험에 나선다.
이곳에서는 미국에서 생산하는 차만 시험하지 않는다. 남양연구소에서 만든 시험용차도 비행기나 배로 가져와 다양한 시험을 하며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톱 등극을 위해 힘을 보탠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모하비주행시험장은 현대차기아의 세계 시험장 가운데 가장 혹독하면서도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시험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고객의 요구와 시장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글로벌 고객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는 모빌리티 개발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시티(미국)=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