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 슈팅 없었지만…"베르너 위협적이었어" 포스테코글루 만족한 이유는
"베르너 위협적이었다"…포스테코글루 만족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홋스퍼 감독이 데뷔전을 치른 티모 베르너(27)를 칭찬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15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23-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가 끝나고 비인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베르너는 항상 위협적이었다"며 "이곳에서 축구를 즐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베르너는 우리와 두 차례 훈련 세션을 가졌다"며 "(라이프치히에선) 오랫동안 선발 출전한 경기가 없었다. 오늘 경기를 보니 우리 경기를 이해하고 훈련 속도에 익숙해지면 우리에게 정말 흥미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몇 차례 기회를 확인했을 것이다. 베르너는 항상 위협적이었고 여기에서 축구를 즐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베르너는 4-3-3 포메이션에서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아시안컵까지 치르기 전까지 주로 손흥민이 맡았던 자리. 최전방 히샤를리송과 오른쪽 측면 공격수 브레넌 존슨이 베르너와 함께 공격진을 이뤘다.
베르너는 전반 10분 만에 첫 번째 데뷔골 기회를 잡았다. 오른쪽 측면에서 페르도 포로가 띄운 공이 반대편에 자리잡고 있던 베르너에게 향했다. 베르너가 머리에 맞힌 공은 반대편 골문을 향해 날카롭게 날아갔다. 하지만 조니 에반스가 골문 앞에서 걷어냈다.
10분 뒤 다시 베르너가 데뷔골을 노렸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베르너는 에반스를 가볍게 제치고 중앙으로 향해 슈팅 각도를 열었다. 그러나 오른발로 감아차려던 슈팅이 빗맞는 바람에 골대 밖으로 크게 벗어났다.
세 번째 슈팅 기회는 전반 43분에 찾아왔다. 올리버 스킵이 뿌린 롱 패스가 최전방으로 달리는 베르너에게 연결되어 순식간에 역습 기회를 만들었다. 베르너는 빠른 스피드로 공을 잡아 최종 수비수를 앞에 뒀다. 디오구 달롯을 제치고 시도한 왼발 슈팅이 골대를 벗어났다.
전반전에 세 차례 득점 기회가 무산됐던 베르너는 후반 시작하자마자 토트넘에 결과물을 안겼다. 1-2로 끌려가던 후반 1분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한 것. 왼쪽 측면 넓은 공간에서 공을 잡은 베르너는 수비수를 몰고가다가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하는 벤탄쿠르에게 공을 건넸고 벤탄쿠르가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토트넘을 패배 위기에서 구한 베르너의 천금 같은 어시스트였다.
후반엔 전반전보다 넓은 공간에서 동료들을 활용한 공격을 펼치는 데에 무게를 기울이는 경기력이었다. 수비수를 가볍게 제치고 크로스를 돌리는 등 윙어로서 움직임에 집중했다. 후반 57분엔 코너킥에서 슈팅을 시도했지만 역시 벗어났다.
베르너는 후반 80분 브라이언 힐과 교체되어 토트넘 데뷔전을 마무리했다. 축구 통계업체 풋몹에 따르면 베르너는 패스 성공률 91%(32/35)와 함께 어시스트로 연결된 기회 창출 1회 등을 기록했다. 다만 슈팅 5개 중 유효 슈팅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풋몹은 평점 7.1점으로 베르너를 호평했다. 어시스트를 비롯해 공격 전개 장면에서 만큼은 효과적이었다는 평가였다. 라이프치히에서 4순위 공격수로 밀려나 있던 베르너가 이번 시즌 가장 오랜 시간 뛴 경기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더 중요한 것은 오늘 베르너를 선발 출전시키는 것 외엔 선택 여지가 없었다. 베르너는 우리를 돕고 싶어했다. 손을 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그의 공로였다"고 강조했다.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 로이 킨 역시 "1월에 최고 수준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확실히 어렵다. 하지만 베르너가 토트넘에 좋은 영입이라고 생각한다. 베르너는 토트넘에 잘 맞는다. 잉글랜드에 와서 어려운 시기를 겪고 떠났다가 더 훌륭하고 성숙한 선수로 돌아온 처음이자 마지막 사례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좋은 계약이다"고 평가했다.
베르너는 경기를 마치고 "먼저 다시 돌아와서 매우 기쁘다"고 입을 연 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건 정말 재미있다. 오늘 봤듯이 템포와 경기력 측면에서 최고의 리그다. 난 그것을 매우 즐겼다. 앞으로 며칠 동안 선수들과 더 많이 훈련하고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베르너는 지난 10일 라이프치히RB를 떠나 토트넘에 합류했다. 토트넘은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독일 국가대표 출신인 베르너와 2023-24시즌 종료까지 반 시즌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올여름 완전 영입 옵션을 발동할 수 있는 조건이 있다" 발표했다.
영국 정론지 텔레그래프는 "베르너는 (아시안컵 차출로 자리를 비운) 손흥민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면서 "토트넘과 과거 (실패를 경험한) 첼시는 전술적으로 다른 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아시안컵은 오는 12일 개막해 다음 달 10일 폐막한다. 한국이 만일 아시안컵 결승에 오른다면 손흥민은 다음 달 10일로 예정된 브라이튼과 리그 24라운드까지 결장해야 한다. 아시안컵에서 말레이시아, 바레인, 요르단과 E조에 묶인 한국은 전력상 조별리그 통과가 유력하다. 이후 16강 토너먼트가 열린다. 토트넘은 아시안컵 동안 총 5경기를 치른다. 지난 5일 번리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을 시작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브렌트포드,에버튼, 브라이튼과 리그 경기가 예정돼 있다.
텔레그래프는 흥미로운 자료를 아울러 공개했다. 슈팅 대비 득점률이다. 첼시에서 뛰던 2020-21시즌 베르너의 슈팅 대비 득점 전환률은 7.6%에 그쳤다. 이듬해에도 8.9%로 반등에 실패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을 제하면 최근 4시즌 모두 20%를 넘겼다.
그럼에도 텔레그래프는 베르너 연착륙을 예상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가 이끄는 현재 토트넘과 토마스 투헬이 지휘한 당시 첼시가 전술적으로 다른 움직임을 보인단 점을 이유로 꼽았다.
매체는 "첼시는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전술을 구사했다"면서 "이 탓에 상대 팀이 (라인을) 깊숙이 끌어내려 (수비적인) 대응을 보였다. 베르너가 선호하는 뒤 공간이 좁을 수밖에 없었고 이는 그의 부진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토트넘 축구는 확실히 공방이 잦다. (공격수로서) 베르너가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베르너는 입단식에서 "많은 것들이 날 토트넘에게 반하게 만들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내가 토트넘에 합류해야 하는 이유와 전술 등을 알려줬다. 첼시와 라이프치히에서 토트넘과 대결한 적이 있다. 토트넘 구단 일원이 돼 기쁘다. 토트넘은 모든 게 나에게 딱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첼시에 합류했을 때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밟았다. 토트넘에서도 우승을 하기 위해 왔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내 스피드가 상대에게 얼마나 큰 위협을 줬는지 알고 있다. 토트넘에서 이런 점들을 보여주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영국 매체 '풋볼런던'은 토트넘이 베르너를 영입할 이유를 분석하며 "손흥민은 아시안컵으로 몇 주 동안 결장할 예정이다. 이미 이반 페리시치와 마노르 솔로몬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공격 자원이 부족했다"며 "베르너가 첼시에서 뛸 당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당시 큰 역할을 했다. 그의 어마어마한 스피드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잘 활용할 것이다"라며 "그의 신체적인 능력과 다재다능함이 영입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밝혔다.
베르너는 빠른 스피드와 돌파 능력을 바탕으로 공격진 전역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공격수. 게다가 왕성한 활용량으로 압박에도 특화되어 있는 공격수로 손꼽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라인을 높게 끌어올려 압박하고 공격진 포지을 고정시키지 않는 비교적 자유로운 전술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베르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영국 TBR풋볼은 "베르너가 갖고 있는 스피드와 공이 없을 때 활동량을 고려하면 포스테코글루 감독 시스템에 잘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베르너는 첼시에서 2년이라는 도전적인 기간을 보낸 뒤 독일 무대를 누비는 게 비교적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실패자라는 인식을 고치기 원한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런 유형의 선수를 데려오길 원했다"라고 강조했다.
베르너는 2019-20시즌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에 이어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 2위에 이름을 올리며 유럽 무대에서 떠올랐다.
프리미어리그 여러 빅클럽이 베르너를 주시했고 첼시가 바이아웃 4750만 파운드(약 750억 원)을 활성화해 베르너를 품었다. 첼시의 주포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바람이 담긴 투자였다.
베르너는 이적 첫해 35경기에서 6골 12도움을 기록했지만 골 결정력이 문제로 지적받았다.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치는 이른바 '빅찬스미스'가 쌓이면서 자신감까지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첼시에서 출전 시간 확보가 불투명해진 베르너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독일 대표팀 발탁을 위해 이적을 요구했고, 첼시가 뜻을 받아들였다.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 등 여러 팀이 베르너에게 러브콜을 보낸 가운데 베르너는 친정팀인 라이프치히의 손을 잡게 됐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로 돌아오자마자 컵 대회를 포함한 40경기에서 16골 6도움으로 부활을 알렸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초반 부진으로 로이스 오펜다, 유수프 포울센, 베냐민 세슈코에게 밀려 4순위 공격수로 입지가 떨어졌다. 그 결과 분데스리가에서 단 2경기에만 선발 출전하는 등 8경기에서 2골 2도움으로 주춤하다. 유로 2024가 다가오기 때문에 출전 시간이 더욱 절실한 상황. 겨울 이적시장에서 팀을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다.
선수 시절 토트넘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아일랜드 출신 축구인 제이미 오하라는 토크스포츠에 "사람들이 베르너가 첼시 시절 땅굴 안에 있었다고 하는데 베르너는 첼시에서 잘했고 성공적이었다"며 "이후 절벽으로 떨어졌고 다시 돌아오려고 노력하고 있다. 난 베르너를 좋아한다. 좋은 계약이라고 생각한다. 베르너가 다른 무언가를 (토트넘에) 가져올 것이라고 본다"고 기대했다.
토트넘은 이날 두 차례 리드를 뺴앗겼지만 포기하지 않는 저력을 발휘해 원정에서 값진 승점 1점을 챙겼다.
먼저 전반 3분 만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선제골을 빼앗겼다. 마커스 래시포드가 토트넘의 박스 안으로 볼을 몰고 들어갔다. 곧바로 토트넘 수비가 경합을 펼쳤는데, 볼이 호일룬에게 연결됐다. 호일룬은 골문을 확인한 다음,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토트넘 골망을 갈랐다.
토트넘은 전반 19분 만에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페드로 포로가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골문 앞에 있던 히샤를리송이 방향을 살짝 트는 헤더로 동점 골을 만들었다. 최근 득점 감각이 제대로 물 오른 히샤를리송은 이번 경기에서도 득점을 작렬했다.
전반전 종료 직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다시 리드를 잡았다. 40분 박스 왼쪽 부근에서 래시포드와 호일룬이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뒤, 래시포드가 낮고 정확한 슈팅으로 토트넘의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후반 시작과 함께 베르너의 발끝을 시작으로 벤탄쿠르의 슈팅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득점이 나오지 않아 양팀은 승점 1점씩 나눠가졌다.
토트넘은 12승 4무 5패 승점 40점으로 5위를 지켰다. 손흥민이 빠진 2경기에서 1승1무를 기록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0승 2무 9패 승점 32점로 7위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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