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열 가다듬은 우리금융…홍콩ELS·부동산PF '전화위복'

이정필 기자 2024. 1.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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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앞선 DLF·라임펀드 사태로 'ELS 폭탄' 비껴가
증권사 PF리스크 가시화, 인수 협상력 높이는 계기 전망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우리금융 상암센터에서 열린 금융권 전산센터 화재 예방·대비를 위한 금감원·소방청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06.12.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우리금융그룹이 임종룡 회장 체제에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일단락하고 올해 재도약을 위한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등 리스크가 우리금융에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그룹의 정보기술(IT) 업무 운영방식을 그룹사 간 위수탁 방식에서 직접 수행방식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기존 IT자회사인 우리에프아이에스 인력 대부분인 90% 이상이 우리은행과 우리카드로 이동을 마쳤다.

이로써 우리FIS가 IT업무를 대신 수행해온 것에 비해 개발기간이 최대 50% 단축되고, 직접 개발을 통한 비용절감과 역량 향상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10년 넘은 숙원 과제를 노사 합의로 풀어낸 우리금융은 오는 3월 인공지능(AI) 뱅커와 11월 그룹 계열사 서비스를 통합한 슈퍼앱 뉴원(New WON)을 출시할 계획이다.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최근 업계를 덮친 홍콩 ELS 사태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홍콩 ELS 총 판매잔액은 19조3000억원 규모로 이 중 15조9000억원을 은행에서 팔았다. 은행별로 KB국민은행 8조원, 신한은행 2조4000억원, NH농협은행 2조2000억원, 하나은행 2조원, SC제일은행 1조2000억원 규모다.

우리은행은 400억원 수준으로 업권의 대규모 손실 폭탄에서 벗어났다. 앞서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펀드 사태를 겪은 우리은행은 재발 방지를 위해 주요 임원이 참여하는 비예금상품위원회 운영, 리스크 사전협의 절차 의무화 등 프로세스를 강화했다. 이후 홍콩 ELS 판매를 선제적으로 중단하면서 이번 사태를 피해가게 됐다.

홍콩 ELS는 전체 잔액의 80%인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한다. 1분기 3조9000억원, 2분기 6조3000억원 등으로 상반기에 10조2000억원이 집중돼 있다. 홍콩 H지수가 상품 판매 당시인 2021년 상반기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나면서 연초부터 50%대 손실 확정이 이어지는 중이다. 앞으로 불완전판매 손실보상 가능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대폭 늘려야하는 타행들과 비교해 부담에서 비껴난 우리은행은 올해 실적 선방을 예고하고 있다.

그룹의 남은 숙원 과제는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다. 업계는 부동산PF 부실화가 진행될수록 우리금융의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PF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말 13.85%로 전 금융업권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국내 부동산PF 시장은 그동안 만기 연장으로 부실화를 막아왔지만, 누적된 비용으로 사업성이 저하된 사업장의 초기 단계 브릿지론은 앞으로 정리가 이어질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브릿지론, 중·후순위 본PF, 해외부동산 등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부동산금융에 대한 자본대비 부담 수준은 중형 증권사가 43.2%로 가장 높다. 소형사는 34.0%, 대형사는 29.2% 수준이다. 국내 PF 시장이 선별적인 만기연장 기조로 전환 시, 사업성이 낮은 브릿지론은 대출 구조조정 등 재구조화로 중소형 증권사의 손실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대형사는 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중형사는 자본 1조원 이상~3조원 미만, 소형사는 자본 1조원 미만 증권사다. 우리금융은 그룹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리테일 기반의 중형급 이상 증권사를 선호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IB(투자금융) 부문에서 브릿지론의 본PF 미전환과 사업성 저하, 해외 대체투자 손실 등으로 수익성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런 영향으로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격 등 협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om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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