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와 통합' 한미약품, 장녀 임주현 체제로…"글로벌 도약 꿈꾼다"

박미리 기자 2024. 1. 1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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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와 통합…공동경영 예고
한미 장녀, 통합 지주사 개인 1대 주주 등극
송영숙 회장 "글로벌 기업 도약 위한 결단"
장남 반발, 차남은 입장 無
한미약품이 소재·에너지 전문기업 OCI와 손잡았다. 그룹을 통합함으로써 공동 경영에 나서겠단 계획을 발표했다. 창업주 임성기 회장의 급작스러운 타계 이후 안개 속으로 빠졌던 한미약품 후계 승계도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선택을 받은 이는 장녀다. 두 그룹을 아우르는 통합 지주사의 개인 최대 주주 등극을 예고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장남과 차남을 설득하는 일이 남았다. 이번 발표 이후 장남은 "알지 못했다"며 "조만간 공식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크게 반발했다.
'그룹 간 통합' 결정…"글로벌 기업으로 도약"
1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지난 12일 OCI홀딩스(OCI그룹 지주회사)와 '그룹 간 통합'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가 종료되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최대 주주(지분율 27%)에 오르게 된다.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최대 주주인 송영숙 회장 등 3인이 보유한 주식 매입 △송 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확보 △한미사이언스가 진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해 해당 지분을 확보한다. 이 과정에서 투입하는 돈은 총 7703억원이다.

한미사이언스 역시 OCI홀딩스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송 회장, 임 실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한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현 지분율 6.55%), 숙부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7.41%) 등 OCI그룹 일가(향후 지분율 25%대로 추정)에 이어 적지 않은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개인 기준으로는 임 실장이 OCI홀딩스 최대 주주다. 임 실장은 향후 한미사이언스 지분도 2% 미만으로 확보하게 된다. 송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팔고 현물출자까지 해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이 0%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으로선 이번 거래로 두 가지 효과를 얻게 됐다. 먼저 '상속세 재원 마련'이다. 송 회장, 세 자녀(임종윤·주현·종훈) 등은 고 임성기 회장이 2020년 8월 타계하면서 그의 주식을 상속받았다. 이때 가장 많은 주식을 상속받은 이가 송 회장이다. (송 회장 40%·세 자녀 20%씩) 당시 4인 부담해야 할 상속세만 총 5000억원 규모로 추산될 정도로 주식 규모가 컸다. 상장사 상속세는 물납할 수 없는 만큼 송 회장 등 오너일가는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해 상속세를 5년간 나눠 납부하기로 했다.

두 번째는 '후계 승계 정리'다. 고 임성기 회장 타계 후 한미약품 후계 승계는 미궁에 빠졌다. 세 자녀 지분율이 8%대로 비슷해서다. 그동안 최대 주주인 송 회장의 마음이 누구에 향하느냐에 따라 후계자가 달라지는 상황이었다. 이번 OCI그룹과 통합은 임 실장 지배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OCI그룹 일가 지분율을 포함해 임 실장은 OCI홀딩스 25%대, 한미사이언스 28%대 지분율을 확보할 전망이다.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가현문화재단, 임성기재단 등을 합하면 임 실장의 지분율이 더 높아진다. 경영에서도 이우현 회장과 OCI홀딩스 각자대표를 맡아 사업을 이끈다. 양 그룹은 이 체제에 맞춰 브랜드(사명·CI)도 변경하기로 했다.
장남은 "통합 몰랐다, 곧 입장 표명" 반발
한미약품그룹은 이번 통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뤄냄으로써 강력한 R&D(연구개발)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도 배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10년 이상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분야"라며 "기업의 덩치를 키움으로써 이를 충족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 회장도 최근 임직원들에 메일을 보내 "창립 50주년을 지나 새로운 50년을 앞둔 시점에서 글로벌 한미로의 도약을 꿈꾸며 숙고에 숙고를 거듭한 결과, 한미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동반자와 함께 보다 크고 강한 경영 기반을 마련해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이런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그룹은 자산 총액 기준 대한민국 30대 기업으로 단숨에 도약하게 됐다"며 "신약 개발과 R&D, ETC(전문의약품)와 OTC(일반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헬스케어 신사업 등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탑 티어(일류) 기업으로 올라설 힘찬 동력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미그룹과 OCI그룹은 아름다운 동반자로서 공동 경영을 통해 소재·에너지와 제약·바이오라는 전문 분야에 각각 집중하면서도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포부도 전했다.

하지만 한미약품이 OCI 통합 체제로 전환하기까지 진통도 예고된다. 장남인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 겸 한미약품 사장이 이번 거래와 관련해 거세게 반발해서다. 임종윤 사장은 지난 13일 개인회사인 코리그룹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한미사이언스와 OCI 발표와 관련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며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임종윤 사장은 현재 한미사이언스 3대 주주(지분율 12.12%)다.

한미사이언스 5대 주주(7.2%)이자 송 회장의 차남인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임종훈 사장 역시 거래가 발표된 당일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형제가 손을 잡으면 한미사이언스 지분이 약 20%로 오르게 된다. 2대 주주(12.15%)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도 변수다. 세 명이 합산하면 지분율이 31%가 넘는다.

신 회장은 고 임성기 회장의 고향 후배로 한미사이언스에 투자한 뒤, 경영에 관심을 두기보다 투자자로 머물러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그동안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정리하고 싶어 했던 것으로 안다"며 "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측의 손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신동국 회장, 임종훈 사장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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