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겨울, 40년 안에 사라진다…서울의 봄은 1월?
화석 연료 이대로 쓰다간 ‘겨울 단축’ 전망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다가는 이번 세기 말 서울에선 겨울을 한달 정도밖에 보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온실가스를 대폭 줄이지 않으면, 부산에선 40년 안에 아예 겨울을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런 암울한 전망은 지난달 28일 기상청이 발표한 ‘지역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개정판’에 담겼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 정도에 따른 ‘4개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17개 광역 단위 지방자치단체의 기후변화를 전망한 것으로,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탄소 배출을 지속(SSP3-7.0)하거나, 더 많이 배출(SSP5-8.5)하는 상황을 가정한 2개의 ‘고탄소 시나리오’에선 2081~2100년께 서울에선 겨울이 각각 37일, 28일밖에 지속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2000~2019년, 평균 122일)의 겨울이 4분의 1 수준으로 짧아져, 3월11일에서야 시작되던 서울의 봄도 각각 1월29일, 1월27일로 당겨지게 된다. 대신 여름(현재 127일)이 지속되는 기간은 각각 160일, 188일로 두달 정도 늘어난다.
탄소 배출량을 서서히 감축하는 것을 전제로 한 ‘중간단계 시나리오’(SSP2-4.5)에선 겨울은 71일 정도 지속돼, 서울의 봄은 2월14일에 시작되고 여름 길이는 160일로 늘어난다.
부산을 비롯한 남부 지방에선, 아예 40년 안에 겨울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산(현재 67일)과 울산(73일)의 경우,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2041~2060년께 겨울 일수가 ‘0일’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지금보다 탄소 배출량이 더 많아질 경우 2081~2100년께 전북(현재 104일)과 전남(92일), 광주(83일), 경남(83일) 등에서도 겨울이 사라질 전망이다. 기후학적으로 겨울은 일 평균기온이 5도 미만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지 않는 첫날을 시작점으로 삼아, 5도 미만으로 내려간 날이 10일 동안 지속되는 기간을 의미한다.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하고 획기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저탄소 시나리오’(SSP1-2.6)에선 일 최저기온이 영하 12도 밑으로 떨어지는 날을 뜻하는 ‘한파일수’가 ‘0일’인 지역은 부산, 제주 등 2곳에 불과하지만, 중간단계 시나리오에선 대구, 광주, 울산, 전남 등 6곳으로 확대된다.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탄소 배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경우(SSP3-7.0), 서울과 인천, 대전, 경남 등 10곳에서, 탄소를 지금보다 더 많이 배출할 경우(SSP5-8.5), 강원(현재 21.9일→2.6일), 충북(13.6일→0.3일), 경기(10.4일→0.2일), 경북(6.8일→0.2일) 등 4곳을 제외하곤 모든 지역에서 한파특보가 발효되는 날을 보지 못하게 될 전망이다.
21세기 후반 연 평균 기온, 연 평균 최고기온, 연 평균 최저기온은 각 시나리오별로 현재 대비 2.2∼6.7도, 2.2~6.8도, 2.2∼6.7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서울은 두 개의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연 평균기온(5.7도, 6.7도 증가)과 연 평균 최고기온(5.8도, 6.8도), 연 평균 최저기온(5.7도, 6.7도) 모두 가장 많이 증가하는 곳으로 꼽혔다.
모든 시나리오에서 폭염일수(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힌 곳은 대구(현재 32.4일→최대 120.1일)이며, 지금보다 폭염일수가 크게 증가하게 될 지역은 광주(현재 21.4일)로 꼽혔다. 지금보다 탄소 배출량이 늘어날 경우, 광주에선 석 달 이상(96.7일) 폭염을 겪게 될 전망이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겨울이 짧아지고, 기상 재난이 심해지는 등 심각한 미래는 이미 예견돼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탄소를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를 바꾸고, 에너지 전환에 올인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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