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성크리처’ 박서준 “혹평에 상처받지만…시즌2 속도감 있을 것”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happy@mk.co.kr) 2024. 1. 1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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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최고의 전당포 금옥당의 대주 ‘장태상’ 역
“日 반응 걱정 안해…인기 좇는 사람 아니다”
“한소희 평생 응원할 것…분위기 너무 좋아”
‘경성크리처’ 에서 주인공 장태성을 연기한 박서준. 사진 ㅣ넷플릭스
“10년 넘게 활동하면서 시대극을 해보고 싶었다. 작품은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여러 상황들이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딱 이 시대를 표현하는 작품이 하고 싶었던 시기에 ‘경성크리처’가 있었다. 시대극과 크리처라는 조합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청춘스타에서 한류스타를 넘어 할리우드까지 입성한 배우 박서준(36)은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를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경성크리처’는 1945년 봄의 경성(서울)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연쇄 부녀자 실종 사건의 진실과 옹성병원이 숨겨둔 비밀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다.

시즌2까지 총 7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드라마는 박서준이 경성 최고의 전당포 금옥당의 대주이자 경성 제1의 정보통 ‘장태상’ 역을, 한소희가 죽은 사람도 찾아낸다는 소문난 토두꾼 ‘윤채옥’을 연기했다.

시즌1의 총 10회 중 7회 분량이 지난 달 파트1으로 공개된 후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731부대 등 아픈 역사를 모티브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초반부 도입이 지루하고 스토리가 신파 같다” “시각적인 볼거리는 화려하지만, 이야기의 밀도가 떨어진다”는 비판 반응이 쏟아졌다. 장르물로서의 속도감이나 크리처(괴물)에 대한 몰입감을 지적하는 반응도 잇따랐다.

그럼에도 ‘경성크리처’는 파트1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TOP 10(비영어) 부문 3위에 올랐다. 이달 5일 파트2(8∼10회)가 공개된 가운데, 3주 연속으로 넷플릭스 비영어권 국가 전체에서 시청 수 3위를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가장 많은 시청 수를 기록하며 흥행 중이다.

시즌1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인간 군상을 다채롭게 펼쳐냈다면, 시즌2는 시대극에서 현대극으로 넘어와 2024년 서울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1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서준은 “사람인지라 상처받는 것까지 피할 순 없다”면서도 “제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좋은 말들에 더 신경을 쓰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다음은 박서준과 나눈 일문일답.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린 ‘‘경성크리처’는 파트1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TOP 10(비영어) 부문 3위에 올랐다. 사진ㅣ넷플릭스
공개 소감은

촬영한 작품 중에 가장 오랜 기간 촬영한 작품이라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뜨거운 관심 덕분에 이렇게 인터뷰도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혹평과 아쉽다는 반응도 많았다

사람인지라 상처는 받는다. 그러기에 멀리 하게 된다. 뭐가 아쉬운가에 대한 부분은 얘기하지 않아도 저도 알아서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아쉬운 점을 얘기했을 때 그걸 거부한다는 게 아니라 좋은 말들에 신경 쓰려고 하는 것 같다. 제가 무너지지 않으려고.

완성본을 본 느낌은

완성본 전 편집본을 봤다. 그땐 편집이 다 다듬어진 것도 아니었고 음악도 없었지만… 기대감이 있었다. 오픈되기 전에 보면서 정말 제작진의 노고가 들어갔구나, 저 상황에서 좀 더 열심히 할 걸 그런 생각도 했다. 지나간 것에 대해 후회하진 않지만 이런 이야기도 있는데 하면서 시청자분들이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작품 선택 시 두려운 마음은 없었나

두려운 것? 이게 얼마나 험난한 과정이 있을지 정도였을 것 같다. 특별한 두려움 보다는 이런 이야기도 해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제 입장에선 인기를 좇아 살아왔던 사람도 아니고, 제가 하는 일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지 ‘이걸로 반등할 거야’로 살아본 적이 없다. 주변에선 걱정이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없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시대극을 굉장히 경험해보고 싶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시대극과 크리처의 조합이 신선했고,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도 포인트가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역할 선택을 할 때 어떻게 하면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을 때 시대극도 매력있는 배경이라 생각했다.

(연기하면서) 고민되거나 부담됐던 부분이 있다면

그렇게 길어질 거라 상상 안하고 시작했다. 모든 일을 시작하면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즌2 들어가기 전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시즌2를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빈 공간이 생겨도 마음이 뜰 순 없었다. 그래서 항상 긴장돼 있었던 것 같다. 시즌2까지 2년 동안 현장 스태프분 단 한 분도 바뀌지 않았더라. 모두 같은 뜻이구나 싶었다. 오랜만에 직장생활을 하는 건 이런 기분일까 느끼기도 했다. 다 같이 하는 것에 대해 의미가 있기도 했고 끝날 땐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초반부 장태상은 자신의 안위만 챙기지만 토두꾼 윤채옥(한소희)을 만나면서 변화한다

파트1 공개됐을 때 장태상 인물을 너무 가볍게 그린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본 것 같다. 저는 항상 앞에만 생각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감정이나 상황, 모든 것들이 변화하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인물이다. 첫 장면이 전기고문 받는 장면이었는데 유일하게 재촬영한 장면이다. ‘고문을 받는다’ 하면 막연하게 떠오르는 것들이 있지 않나. 무겁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런데 작가님 감독님께서 무거운 상황이지만 태상이 캐릭터를 보여주는 연기를 해줬으면 좋겠다 해서 그때 더 중심이 잡힌 것 같다.

앞에 태상이 위트있는 모습 보였을 때 어느 정도로 표현해야 할지 많이 신경을 썼다. 모든 신을 순서대로 촬영하진 않는다. 이 장면에선 어느 정도 표현해야 할까 정도의 차이를 미세하게 설정하는 것에 신경 썼다. 모든 작품의 시작이나 일부는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과장되게 표현하는 부분도 있고. 무조건 나중에 설득이 된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앞에서 빌드업을 잘 할수록 뒤에 갔을 때 증폭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상위권에 랭크됐다. 예상 밖 반응이었나

어떻게 볼까 궁금했다. 저도 일본 반응을 다 알 순 없지만 제 주변 일본 친구들은 의미있게 봤더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전달되지 않았을까 싶다. ‘경성크리처’ 뿐 아니라 한국 콘텐츠에 관심이 많다고 느꼈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힘이 느껴졌다. 그런 면에서 책임감도 느껴졌다. 일본 검색량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제가 직접 다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한국 콘텐츠가 강해졌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데 일본강점기 배경 드라마 출연이 부담스럽진 않았나

일본에서 ‘이태원클라쓰’가 사회적 현상까지 됐었다고 한다. 많은 분들에게 알려져 있더라. 우리 다 아는 역사이고 아프고 무거운 역사지 부끄러운 역사는 아니다. 모르는 사람에겐 알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잊고 있는 사람에겐 경각심을 줄 수도 있고. 그 무게감을 이루 말할 수가 없지만 내가 작품을 선택할 때 포인트가 된 지점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시대를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시대를 살았을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었다.

‘경성크리처’. 1945년 경성을 배경으로 일본군의 생체실험이 이뤄진 병원의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사진ㅣ넷플릭스
한소희와 멜로 비중이 적어 아쉽다는 반응도 일부 있었다. 케미는 어땠나

드라마처럼 초반에 만날 일이 없었다. 한달도 못 본 적 있었다. 그럴수록 더 기대가 되더라. 중후반으로 갈수록 현장에서 집중이 되는 상황 속 마주하는 느낌들, 그런 에너지가 좋았던 것 같다. 오랜 기간을 같이 하려다 보니까 끝나는게 아쉽기도 했다. 처음에 화면으로 모니터를 봤는데, 정말 깊이감이 있더라. 그냥 특별히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사연이 설명되는 느낌을 받았다. 한소희란 배우를 평생 응원할 것 같다. 분위기도 너무 좋고 좋은 걸 많이 갖고 있다. 앞으로 더 잘 될 배우란 생각을 했다.

어떤 좋은 점들인가

현장에서 100명이 넘는 스태프들이 카메라에 담긴 사람만 보고 있다. 그것에 대한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주인공이) 컨디션이 안 좋으면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갈 수도 있다. 그래서 현장에선 빨리 친해지려 한다. 현장이 편해야 연기하는데 지장이 없어진다. 제가 워낙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기도 해서 그래야 눈치를 안 보게 되고. 그 친구는(한소희) 살갑게 너무 잘 하더라. 현장 분위기를 밝게 이끈다. 배워야 할 점들이다.

박서준은 “한소희라는 배우는 앞으로 더 잘될 것”이라며 “평생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ㅣ넷플릭스
윤채옥(한소희)에 너무 빨리 사랑에 빠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외모 때문이었을까

당연히 이해되지만(웃음) 처음부터 반한 것은 아닌 것 같다. 힘든 상황에서 지금처럼 활발한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가지진 못했을 것 같다. 눈빛이나 말 한마디에 연모의 감정을 느꼈을 것 같다. 첫만남에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 그렇게 그려졌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엮이기 시작하면서 감정이 생긴 것 같다. ‘저 사람들도 우리 못지 않게 진심인거 같죠?’라는 대사에서 (마음이) 변화했다고 생각했다.

액션 연기는 힘들지 않았나

몸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지만 감정 때문에 힘들다. 감정이 들어가면 한 번씩 실수가 나온다. 해야 하는 동작을 놓치거나. 몸이 힘든 건 당연한 거다. 마지막 10회에선 2~3일에 걸쳐 찍었는데 드론을 띄우는 샷이 마지막이었는데 동이 틀 무렵이었다.

한소희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는데

소희는 부상을 당하고 너무 미안해했다. 찍을 장면들이 많이 있으니까 지장이 갈까봐. 다행히 그 시기에 한참 찢어져서 촬영할 때여서 엄청 지장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액션팀에서 합을 만들고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잘 진행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이 세상이 아니었으면 겪지 않았어도 될 일’이라는 대사였다. 그 사람들이 선택한 게 아니잖나. 그 대사 그 장면이 되게 의미가 있었고 표현하기 어려운 신이었다. 마에다(수현)와 독대를 할 때 대본을 보면서 무거웠다.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것 같더라. 제가 그 시대를 안 살아서 이게 어느 정도의 무게감을 말하는지 긴장이 됐다. 또, ‘이런 세상이 아니었으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이오’라는 말을 하는데, 그 사람이 선택해서 그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니다. 그 대사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지금 세상에 태어나서 살 수 있는 사실이 새삼 감사했다. 그분들이 있기에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 수 있구나 싶다. 그래서 그 장면이 굉장히 의미 있고 가장 표현하기 어려웠다.

시즌1 마지막에 나오는 호재는 누구인가

그런 궁금증이 시즌2 나올 때까지 많았으면 좋겠다. 올해 시즌2가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시즌1 속도감이 아쉽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속도감이 확실히 있다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겠다. 예상 외 것들도 있고 새로운 배우들도 있으니까 ‘다른 맛’이지 않을까. 시즌1이 빌드업이 잘 되어야만 다른 매력이 보이니까. 시즌2가 보이면 시즌1을 다시 보는 분들도 생길 것 같다.

청룡의 해, 용띠 스타이기도 하다

올해 삼재라더라. 토정비결이 안 좋다. 작품이 공개되지 않은 2~3년 동안 힘들었다. 좋은 평이건 나쁜 평이건 피드백이 있어야 에너지를 얻는데 한동안 그런 것 없이 계속 작업만 했다. 지난해는 다양한 반응을 들을 수 있어 많은 힘이 됐다. 올해는 모두 무탈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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