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판매된 홍콩H지수 ELS, 원금 손실 1000억원 돌파 [한강로 경제브리핑]

안승진 2024. 1. 1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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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올해 들어 1000억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확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의 ELS 잔액 80%가 올해 만기에 도달하는 상황에서 원금 손실 규모는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불완전판매 관련 민원 및 소송도 잇따를 전망이다.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 은행서 판매된 홍콩H지수 ELS, 지난 12일 기준 1067억원 원금 손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판매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 이달 들어 12일까지 약 1067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 기간 만기 도래한 원금 약 2105억원 중 1038억원만 상환돼 전체 손실률은 50.7%로 집계됐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 확정된 손실액(82억원)까지 더하면 홍콩H지수 기초 ELS 관련 원금 손실액은 5대 은행에서만 6개월여 만에 1149억원에 달한다.

ELS는 특정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 때까지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원금과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금융투자상품이다. 통상 기초자산이 박스권을 유지하면 이익을 거둘 수 있지만, 원금손실 발생 기준선(녹인 배리어)을 벗어나면 대규모 손실을 볼 수 있다. 홍콩H지수 연계 ELS는 주로 은행권 신탁(ELT) 또는 발행 증권사의 직접 판매 등을 통해 상품 가입이 이뤄졌는데, 은행권의 판매 규모가 큰 상황이다.

원금 손실이 잇따르는 이유는 홍콩H지수가 2021년 이후 급락했기 때문이다. 2021년 2월17일 1만2229포인트로 고점을 찍은 홍콩H지수는 지난해 말 5769포인트로 내렸고, 올해 들어서도 5000포인트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지수가 고점이었던 2021년 초부터 판매된 상품들의 만기가 올해 대규모로 도래하면서 손실은 앞으로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5일 기준 홍콩H지수 기초 ELS 총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은행·증권사 판매 합산)으로, 이 가운데 79.6%인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한다. 분기별 만기 도래액은 올해 1분기 3조9000억원, 2분기 6조3000억원으로 상반기(10조2000억원)에만 10조원이 넘는다.

대규모 손실이 가시화하면서 관련 소비자 민원도 빗발치고 있다. 지난 12일까지 5대 은행에 접수된 홍콩 ELS 관련 전체 민원 건수는 1410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518건은 올해 제기된 민원으로, 최근 만기 도래와 함께 경우에 따라 원금의 절반 이상의 손실이 확정되자 민원과 항의도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상품 가입자들은 은행들이 상품의 위험성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H지수 ELS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지난 8일 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판매사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가능하면 신속히 불완전판매와 같은 판매 행위 과정에서의 불법사항을 정리해 배상 기준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책임의 문제와 별개로 손실 부담, 책임소재 정리에 대해서는 개선돼야 한다는 점은 여지가 없다”며 “2∼3월이 지나기 전에 결론을 내려고 하는 것이 저희의 의지”라고 말했다.

금융사가 홍콩H지수 ELS를 불완전판매 했음이 명확하다고 판정될 경우 투자자들은 원금을 일부 돌려받을 수 있다. 2019년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는 해외금리연계 DLF(파생결합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고객들에게 은행이 투자금액의 40∼80%를 배상하라고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다만 전액보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해당 상품이 투자자 승인을 거쳤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이 상품은 예·적금이 아닌 금융투자상품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 “비트코인은 투기자산”…국내 현물 ETF 차단 나선 금융당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난 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승인됐지만 비트코인을 둘러싼 투기자산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국내 금융당국은 비트코인을 투기자산으로 보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비트코인 선물 ETF만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확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 첫날(현지시간 11일) 거래액이 6조원에 달했지만 일부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비트코인을 투기자산으로 보는 입장을 유지하며 현물 ETF 출시에 거리를 뒀다.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를 비롯해 메릴린치, 에드워드존슨, 노스웨스턴뮤추얼 등이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뱅가드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이 주식과 채권, 현금과 같은 자산군에 초점을 맞춘 우리 금융상품 철학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크고 자금세탁, 범죄수익 등에 쓰이는 등 투기자산에 가깝다는 것이다.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 캐피탈 최고경영자(CEO)도 X(옛 트위터)에서 “투기꾼이 베팅할 수 있는 방법이 11개 더 생겼다”며 “비트코인 자체가 금처럼 실생활에 활용도가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와 달리 비트코인의 발행량이 2100만개로 한정돼 있고 국가에 통제를 받지 않는 탈중앙화 자산이라는 점에서 이번 ETF 출시로 비트코인이 제2의 금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이어지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리서치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이번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은 20년 전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금 현물 ETF인 GLD와 비교 가능하다”며 “금과 비트코인 모두 채무 기반 자산이 아닌, 자체적으로 가치 저장 기능을 수행하는 통화 자산이며 ETF를 통해 제도권 자금의 투자 접근성이 높아진 경우”라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당국은 이날 참고자료를 통해 증권사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국은 우리나라와 법체계 등이 달라 미국사례를 우리가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이 문제는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 만큼 이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증권사에서 중개해 거래되고 있는 해외 비트코인 선물 ETF의 경우 따로 규제하지 않기로 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현물 ETF 승인 직후 요동치고 있다. 지난 11일 4만8969달러(업비트 기준 6677만원)로 2021년 12월 이후 최고가를 찍은 비트코인은 지난 13일 오전 7시쯤 4만1941달러(5820만원)로 떨어지며 14% 급락했다. 이후 이날 오전 3시 기준 4만2000달러(5800만원)선을 유지했다.

사진=뉴시스
◆ 금감원, 540억원 규모 무차입 공매도 추가 적발 

금융감독원은 글로벌 투자은행(IB) 두 곳이 국내에서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를 한 사실을 추가 적발했다고 14일 밝혔다.

금감원은 글로벌 투자은행 상대 불법 공매도 조사와 관련, A·B사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약 540억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HSBC와 BNP파리바의 국내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한 이후 국내 투자 글로벌 투자은행 상위 10곳을 상대로 불법 공매도 여부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A사는 2022년 3월부터 6월까지 석 달 동안 2개 종목에서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중복으로 입력된 차입 내용을 바탕으로 매도 주문을 내거나 이미 담보로 잡혀 있어 처분이 제한되는 주식을 매도 주문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매매거래 익일(T+1)에 결제 수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자 사후 차입을 통해 결제를 완료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B사는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3개 종목에서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냈다. 부서끼리 주식을 빌리거나 매매하는 과정에서 소유 주식을 중복으로 계산해 실제보다 많이 표시된 잔고를 기초로 매도 주문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B사는 또 잔고관리시스템에 수기로 주식 대차 내역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수량을 잘못 입력하거나, 주식 차입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기도 했다.

금감원은 유사한 주문이 반복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상 기간과 종목을 넓혀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증권사들에 대한 제재 절차도 신속히 착수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다른 투자은행을 상대로 한 조사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와의 협력 강화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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