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축산농장을 가다] ⑥"유럽 선진기술 배워 적용했어요"

김호천 2024. 1. 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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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 분야 1호 환경친화축산농장' 제주 봉영농장
나노필터·역삼투압 설비로 액비를 먹는 물 수준까지 정화
돼지 2천300여마리 사육…고봉석·고영미 부부 "전국에서 최고 각오로"

[※ 편집자 주 = 품질 좋고 안전한 고기를 국민 식탁에 올리기 위해 우리나라 축산농가들은 매일 현장에서 위생적인 가축 관리에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이상 기후 등 급변하는 환경문제는 우리나라 축산업계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가축분뇨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악취 문제와 환경에 미치는 부담을 덜고, 더 깨끗한 사육환경에서 가축을 키워내려는 농가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문홍길 축산환경관리원장 인터뷰를 시작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주민들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 중인 축산농업 현장,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환경관리원이 이른바 '명품 농장'으로 인증한 환경친화축산농장을 매주 한 차례 소개합니다.]

제주 봉영농장 고영미 대표와 남편인 고봉석 해썹팀장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환경친화축산농장인 제주 봉영농장 고영미(왼쪽) 대표와 남편인 고봉석 해썹팀장이 11일 오전 농장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유럽의 선진 기술을 배워 현장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나노필터와 역삼투압(RO) 설비까지 설치해 액비를 먹는 물 수준으로 정화해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에서 봉영농장을 운영하는 고봉석(54) 씨는 지난 11일 오전 농장을 찾은 연합뉴스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대한한돈협회 서귀포지부장인 그는 "앞으로 지역 주민과 상생하지 않고 양돈을 계속하기 힘들다"며 "양돈장 악취를 최소화하려면 반드시 액비 순환 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씨는 1996년 제주대학교 축산학과를 졸업하면서 곧바로 농과대학 일반대학원에 입학해 축산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부터 제주양돈농협에 다니다 2000년에 한 조합원이 내놓은 총사육두수 500마리 규모의 양돈장을 부인도 모르게 덜컥 인수했다.

비닐하우스에 검은색 천막을 씌운 작은 돈사 하나만 있는 재래식 양돈장이었다.

곧바로 사표를 냈으나 조합장의 만류로 직장을 더 다니게 됐고, 2002년에야 부인 고영미(55) 씨의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했다.

그는 다음 해 퇴직해 양돈업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양돈장을 조금씩 증개축하며 현대식 돈사 7동을 짓고, 분뇨처리시설도 도입했다.

돈사 바닥 아래에 분뇨를 모으는 슬러리(slurry) 피트를 만들고, 그곳에 고인 분뇨를 미생물로 발효해 액비를 만들어 저장하는 저장조를 설치한 것이다.

액비는 미리 토지주들과 협의해 확보해 둔 200㏊의 농경지와 초지에 살포했다.

퇴비사와 퇴비 저장조도 따로 만들어 필요한 농민들에게 제공했다.

미생물 발효된 돼지 분뇨 액비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환경친화축산농장인 제주 봉영농장 고봉석 해썹팀장이 11일 오전 농장에 설치된 돼지 분뇨 미생물 발효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07년에는 네덜란드에 있는 세계적인 현장 중심 농업기술 교육기관인 피티씨플러스(PTC+: Practical Training Center Plus)에서 3개월간 교육을 받았다.

이후 친환경 선진 기술을 양돈장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양돈장 시스템 중 하나인 채널 환기 시스템을 갖춘 분만사를 지었다. 3.3㎡당 공사비가 400만원이 넘었으니 당시 웬만한 아파트 공사비보다 많이 들었다.

다른 돈사들의 창문은 모두 막아 무창(無窓) 돈사로 만들었다.

또 돼지 1마리당 나무 1그루 심는다는 생각으로 양돈장 곳곳에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심으며 조경에도 힘썼다. 인공폭포와 수조를 만들어 금붕어도 키웠다.

이 같은 노력으로 2009년 3월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환경친화축산농장'이 됐다.

환경친화축산농장은 2007년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2009년에 처음 지정됐는데 파스퇴르유업 계열 농장에 이어 두 번째로 지정된 것이다.

양돈 분야에서는 국내 1호 환경친화축산농장인 셈이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해 5월 부인 고영미 씨와 함께 다시 네덜란드 피티씨플러스를 찾았고, 부인은 1주일간 연수를 받았다.

농장 대표인 부인 고 씨는 2010년에 제주대학교에서 시행한 제주농업마이스터대학 양돈 전공을 수료하기도 했다.

이 부부는 이후에도 계속해서 친환경 설비를 늘려갔다.

분뇨 액비화 시설을 추가하고, 악취 저감을 위해 새로 액비 순환 시스템과 바이오 커튼을 설치했다.

2008년에는 액비를 정화하기 위해 나노필터를 이용하는 CK-EPM 처리 설비와 역삼투압(RO) 설비를 설치했다.

돼지 분뇨 액비 최종 처리 역삼투압 설비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환경친화축산농장인 제주 봉영농장 고봉석 해썹팀장이 11일 오전 농장에 설치된 돼지 분뇨 액비를 먹는 물 수준으로 처리하는 역삼투압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2년부터 역삼투압 설비를 증설해 1차 역삼투압 설비에서 나온 물을 다시 걸러 먹는 물 수준의 물을 생산하고 있다.

이전에는 액비로 돈사를 세척했으나 현재는 여기서 나오는 깨끗한 물로 돈사를 세척한다.

양돈장 악취의 요인인 암모니아나 황화수소 중 암모니아는 물청소만 잘해도 70∼80%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분만사에는 온도와 환기를 휴대전화로 제어할 수 있는 네덜란드 팬콤사의 시스템까지 설치했다.

봉영농장은 지난해 9월 축산환경관리원이 시행한 환경친화축산농장 현장 재심사를 무난히 통과했다.

심사는 가축 관리, 환경 보전 및 자원 순환, 경관 조화, 기록 보존, 교육, 민원 발생, 탄소 중립 분야 등의 수십 가지 항목에 대해 이루어진다.

봉영농장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고봉석 씨는 "축산학과를 나오고 양돈농협도 다닌 내가 다른 사람과 똑같이 하면 안 된다. 전국에서 최고가 되자는 생각으로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돈사를 지은 뒤에 환기를 생각하는데 유럽에서는 돈사를 짓기 전에 환기 시스템을 먼저 생각한다"며 "환경을 중시하는 선진 시스템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양돈을 대충 하다가 그만두겠다는 분을 만나면 '회원님 때문에 다른 농가까지 도매금으로 피해를 보고 있으니 제대로 하지 않을 거면 빨리 접으셔야 한다'고 서슴없이 충고하며 환경의 중요성을 전파한다"고 말했다.

먹는 물 수준 액비 정화수로 돈사 세척 (제주=연합뉴스) 환경친화축산농장인 제주 봉영농장 고영미 대표가 11일 돼지 분뇨 액비를 역삼투압 설비를 통해 먹는 물 수준으로 정화 처리하고 그 물로 돈사 내부를 세척하고 있다. [봉영농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봉영농장은 환경뿐만 아니라 생산 부문에서도 전국 최고의 농장으로 손꼽힌다.

양돈 분야 전국 축산물 품질 평가에서 2009년부터 3년 연속 대상을 받았고, 계속해서 최상급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2007년 농식품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으로부터 HACCP 적용 작업장으로 지정받은 데 이어 2010년 제주도지사에게서 '최고와 달인 지정서'를 받기도 했다.

현재 부지와 축사 면적은 각각 1만370㎡, 2천114㎡이다. 총사육두수는 2천300여마리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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