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되찾은 신한투자증권 [2023 하반기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2024. 1. 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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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1440명의 펀드매니저가 뽑은 2023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윤창용 센터장(뒷줄 왼쪽 두 번째)과 신한투자증권 리서치 애널리스트 및 팀원들. 사진=서범세 기자
‘2023 하반기 한경비즈니스 베스트 증권사’ 조사에서 신한투자증권이 4년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했다. 2019년 상반기 이후 9회 만의 성과다.

이변은 또 있다. KB증권이 조사 이래 처음으로 톱2에 올랐다. 상반기 4위에서 수직 상승이다. NH투자증권은 3위를 유지했으며, 상반기 1위였던 하나증권은 리서치 부문 평가 1위에도 불구하고 법인영업 부문에서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으며 4위로 하락했다. 2016년 첫 1위를 차지한 이후 7년간 톱3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하나증권으로선 아쉬운 성적표다.

반도체부터 ESG까지 총 35개 부문에서 우수 애널리스트를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평가에서는 7명의 ‘샛별’이 등장했다. 신한투자증권의 지인해(엔터테인먼트·레저), 메리츠증권의 김정욱(유통), 문경원(유틸리티), 최설화(글로벌 투자전략-중국·신흥국), 하나증권의 김상만(신용분석), 전규연(원자재), 최정욱(지주회사)이 각 부문에서 처음으로 맨 윗자리에 올랐다.

한경비즈니스는 1998년부터 국내 연기금·자산운용사·은행·보험사 등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베스트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설문에는 펀드매니저 1440명이 참여했다. 상반기(1432명)보다 많은 수의 참여로, 최다 규모다.

정채희·김정우·김영은 기자 

 

이번 평가는 이변과 이변의 연속이었다. 최고의 증권사를 뽑은 이번 조사에서 톱2의 순위가 모두 바뀌었다. 불변일 것 같았던 1위 증권사는 4위에, 오래도록 4위에 머문 증권사는 2위로 올라섰다. 탈환과 최초 그리고 후퇴의 ‘2023 하반기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평가를 공개한다.

 4년의 절치부심 

한국의 대표 리서치 평가로 자리 잡은 한경비즈니스의 ‘2023 하반기 베스트 증권사’ 설문 조사에서 신한투자증권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다. 2019년 상반기 이후 4년 만에, 반기별로는 9회 만에 1위 탈환이다.

베스트 증권사는 ‘증권사의 두뇌’ 역할을 하는 리서치 본부, 이들과 협업하는 법인영업 본부의 점수를 합산한 총점으로 결정한다. 펀드매니저들이 하반기 가장 우수한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생각한 리서치 팀과 주문 및 매매 체결, 고객관리, 정보 제공, 펀드 수익률 기여 등 4개 항목에서 가장 뛰어났다고 생각한 법인영업 팀을 추천하면 그 점수의 합이 곧 베스트 증권사가 된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평가에서 리서치 부문과 법인영업 부문 모두 우수한 성적을 받아 대상에 올랐다. 리서치 부문은 11.41점으로 2위를, 법인영업 부문은 11.39점을 받아 총합 22.80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어디 하나 뺄 수 없는 두 조직의 조화가 이번 평가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종합 1위 탈환을 도왔다.

신한투자증권의 1위 역사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한금융그룹은 비은행 부문을 키우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다.

이 중 증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 시도한 방법이 리서치센터의 강화다. 당시 리서치센터 명가였던 대우증권의 양기인 전 센터장을 스카우트하면서 신한의 시대가 열린다. 불과 6개월 만에 10위권 밖에 있던 신한투자증권의 순위를 2위로 끌어올렸다.

이 무렵부터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의 1, 2위 싸움이 오랜 기간 지속됐다. 2019년 상반기 신한투자증권이 1위를 기록한 이후 지난 상반기까지는 하나증권의 독주가 이어졌다. NH투자증권에 2위를 내준 날도 많았다. 2021년 하반기에는 KB증권에 3위 자리마저 내어주며 톱3 밖으로 밀렸다. 4년 만에, 반기로는 9회 만의 1위 탈환은 리서치 명가 신한의 컴백을 알리는 신호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한경비즈니스

중심에는 윤창용 센터장이 있다. 2020년부터 리서치센터를 이끈 윤 센터장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신구 애널리스트들의 조화를 이끌었다. 윤창용 체제하에서 신한은 젊은 애널리스트들을 다수 육성하며 강석오(인터넷 부문 1위), 지인해(2관왕) 등 역량 있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했다.

팀전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의 압승이다. 베스트 애널리스트 평가 중 2개의 팀전인 ‘스몰캡’과 ‘ESG’ 부문에서 신한투자증권의 혁신성장팀과 리서치본부가 각각 1위를 차지하며 베스트 증권사의 저력을 과시했다.

신한투자증권의 이번 성적은 박석중 애널리스트의 섹터 이동 및 최도연·최형우 등 간판 애널리스트들의 이탈에도 이룬 성과라 의미가 있다.


KB증권 김상훈 리서치본부장(앞줄 왼쪽에서 여섯번째) 과 리서치 애널리스트 및 팀원들. 사진=이승재 한경매거진 기자

2위(최우수상)는 KB증권, 역시 이변의 주인공이다. 직전 조사에서 4위를 기록했던 KB증권은 하반기 2단계 올라서며 2위로 수직 상승했다. KB증권은 2002년 현대증권 시절에 베스트 리서치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영광을 안았지만 거의 10여 년간 기업의 인수합병 등으로 베스트 증권사 조사에서 큰 힘을 쓰지 못했다. 2021년 베스트 증권사 3위에 자리하며 새판을 주도하는 듯했지만 이후 3회 연속 4위에 머물며 톱3의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안직현 액티브영업본부장(위에서 다섯째)과 KB증권 액티브영업본부 팀원들. 사진=한경매거진 이승재 기자
이번엔 달랐다. 하반기 평가에서 KB증권의 법인영업 팀인 액티브영업본부는 11.55점을 받으며 종합 2위로 밀어 올리는 주요한 역할을 했다. 법인영업 부문의 점수는 설문에 참여한 증권사 27개사 법인영업 팀 중 최고점이자 2, 3위와의 격차도 컸다. 특히 고객관리와 펀드 수익률 기여 부문에서 큰 점수로 타 증권사의 법인영업팀을 따돌리며 펀드매니저로부터 호평을 샀다.

리서치본부의 맨파워도 탄탄했다. 전기전자·가전에 반도체·디스플레이까지 2관왕을 거머쥔 김동원 센터장을 주축으로 강승건(증권·보험·기타 금융), 장문준(건설·건자재), 이은택(투자전략), 하인환(데일리 시황) 등 6개 섹터에서 5명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했다.

오태동 리서치본부장(위에서 셋째)과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애널리스트 및 팀원들. 사진=이승재 한경매거진 기자

3위(우수상)는 NH투자증권이다. 2021년 하반기 조사에서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의 양강구도를 깨고 1위에 올랐던 NH투자증권은 이후 2위 자리에서 탈환을 엿봤으나 2023년 상·하반기 모두 3위를 기록하며 톱3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절대 강점이었던 법인영업 평가에서 11.14점을 받아 부문 3위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독주’라고 평가받을 만큼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하나증권은 4위를 기록했다. 하나증권은 리서치 부문에서 11.88점의 높은 점수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법인영업 부문에서 9.94점을 받아 총점 21.82점으로 4위에 자리했다. 2016년 첫 1위를 차지한 이후 7년간 톱3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하나증권으로선 아쉬운 성적표다.


황승택 리서치센터장(아래에서 셋째)과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및 팀원들. 사진=이승재 기자

종합 순위는 놓쳤지만 리서치 부문에서는 1위를 차지하며 ‘베스트 리서치상’과 ‘베스트 리서치 혁신상’을 따냈다. 개개인의 성적도 우수하다.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에선 35개 부문 중 10개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며 참여 증권사 중 최다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했다.

직전 조사에서 13개 부문을 석권한 것에 비하면 3개 부문을 내줬지만 여전히 우수한 기록이다. 김록호, 최정욱, 윤재성, 박성봉, 이재만, 김상훈 등 관록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들과 김현수, 김상만, 하재석, 전규연 등 신예 베스트 애널리스트들이 이룬 성과다.


 영파워 SK증권…‘여풍’ 부는 증권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주요 인사들이 사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우호 수석연구원, 김선우 팀장, 김준성 팀장, 이경수 센터장. 사진=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5위는 메리츠증권이다. 메리츠증권은 1~4위를 차지한 증권사에 비하면 중형 증권사이지만 맨파워만큼은 강력하다.

이번 조사에서도 8명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올려 하나증권에 이어 가장 많은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했다. ‘베테랑’ 정지수, 김준성, 김정욱, 하누리, 이승훈 애널리스트에 이어 문경원, 최설화 애널리스트가 최초로 베스트 딱지를 달았다. 이 같은 우수 인재 양성을 바탕으로 리서치센터의 경쟁력을 강화한 메리츠증권에 ‘프런티어상’이 돌아갔다.


최도연 리서치센터장(아래에서 셋째)과 SK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및 팀원들. 사진=이승재 한경매거진 기자
빠르게 도약하는 증권사에 수여하는 ‘골든불상’은 SK증권이 차지했다. 상반기에 7계단 상승하며 11위에 올랐던 SK증권은 하반기에도 2계단 상승하며 9위에 자리했다. 성장이 빠른 SK증권의 저력은 젊은 애널리스트들에게서 나온다. 2022년 말 신한투자증권에서 SK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최도연 센터장을 필두로 총 22명의 애널리스트가 활동하고 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13명이 1990년대생이다. 5년 차 이내 애널리스트를 기준으로 톱10에 최초 진입한 ‘다크호스’들도 SK증권에서 3명을 배출했다. 27개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성적이다.

방일남 미디어전략팀장(위에서 첫째)과 삼성증권 미디어전략 팀원들. 사진=삼성증권 제공
‘디지털 이노베이션’상은 삼성증권이 수상했다. 삼성증권은 기관투자가뿐만 아니라 증시의 주축으로 떠오른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자산관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3년 하반기에는 삼성증권의 공식 유튜브 채널 ‘삼성 팝’의 구독자 수가 업계 최초로 170만 명을 돌파하며 늘어나는 디지털 채널의 고객들을 정조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2023 하반기 설문 조사의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여성 애널리스트들의 약진이다. 증권업계는 다른 곳보다 유난히 금녀의 벽이 높게 느껴진 곳 중 하나다. 애널리스트 출신 여성 리서치센터장은 2011년 당시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센터장이 유일했고, 베스트 애널리스트는 5명 이상을 배출하지 못했다. 직전 조사에서는 단 1명의 여성 애널리스트가 선정됐을 뿐이다. 

2023 하반기에는 총 6개 섹터에서 5명(2관왕 포함)의 여성 애널리스트가 나왔다. 1998년 조사 이래 가장 많다. 신한투자증권의 지인해(엔터테인먼트·레저, 미디어·광고), 키움증권의 허혜민(제약·바이오), 메리츠증권의 하누리(생활소비재(화장품, 의류 등)·교육), 최설화(글로벌 투자전략-중국·신흥국), 하나증권의 전규연(원자재) 애널리스트가 그 주인공이다.



[조사 방법]
‘2023 하반기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조사는 리서치 평가와 법인 평가로 나눠 진행됐다. 리서치 평가와 부문별 애널리스트 평가는 △신뢰도 및 정확성 △리포트의 적시성 △프레젠테이션 △마케팅 능력 등 4개 항목으로 평가했다. 법인영업 분야는 △주문 및 매매 체결 △고객 관리 △정보 제공 △펀드 수익률 기여 등 4개 항목을 반영했다.

설문지 배포 및 수거, 조사 결과 분석은 마케팅 전문 조사 기관인 글로벌리서치가 진행했다. 글로벌리서치는 한경비즈니스가 제공한 금융사와 투자 기관의 펀드매니저 현황 리스트를 기준으로 응답자가 특정 금융사나 투자 기관의 펀드매니저에게 몰리지 않도록 고루 배포, 수거했다.

응답자는 총 1440명이었다. 베스트 법인영업팀 및 베스트 리서치팀, 채권을 제외한 분야별 애널리스트 평가는 998명, 채권부문 애널리스트 평가는 239명, 글로벌 자산 배분은 203명이 응답했다.

[분야별 조사 방법]

베스트 리서치
2023년 하반기 종합적으로 가장 우수한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생각하는 5개사를 순서에 상관없이 추천하게 했다. 각각 추천한 증권사 리서치팀별로 리포트의 신뢰도 및 정확성, 적시성, 프레젠테이션, 마케팅 능력에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점수는 5점 척도로 평가하도록 했고 받은 점수의 총합을 구해 가장 높은 곳을 베스트 리서치팀으로 선정했다.

베스트 법인영업
2023년 하반기 4개 항목을 기준으로 가장 뛰어났다고 생각한 법인영업팀을 순서에 상관없이 3개사씩 추천하도록 했다. 추천 횟수가 많은 증권사를 베스트 법인영업팀으로 선정했다.

베스트 증권사
리서치와 법인영업의 평가 점수를 백분율로 환산한 후 합산해 선정했다.

부문별 베스트 애널리스트
총 35개 부문별 애널리스트(스몰캡은 팀, ESG는 리서치센터)의 명단을 각 증권사에서 받아 설문 항목의 ‘보기’로 제시했다. 응답자는 설문에 제시된 보기를 통해 2023년 하반기 가장 우수했다고 생각하는 애널리스트를 순서에 상관없이 2명씩 추천하도록 했다. 추천한 애널리스트를 4개 항목에 대해 5점 척도로 각각 평가한 후 이를 합산해 선정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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