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日반응도 혹평도 덤덤…'경성크리처' 박서준

최지윤 기자 2024. 1.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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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준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박서준(35)이 넷플릭스 '경성크리처'를 선택했을 때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일제강점기 시절을 다룬 작품인 만큼 한류스타들은 일본 팬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강은경 작가 역시 "(이런 소재는) 하겠다는 배우가 없었다"며 "일본 내 한류가 시작된 후부터 일제강점기 드라마가 사라졌다"고 할 정도다. 더욱이 박서준은 '이태원 클라쓰'(2020)로 일본에서 인기가 치솟았고, 영화 '더 마블스'(2023)로 할리우드에 진출해 부담감이 컸을 터다. 하지만 '용기있는 선택을 했다'는 세간의 평가에 "여태 인기를 좇아서 살아온 사람은 아니"라며 무덤덤해했다.

"(작품 선택하는데) 두려움이요? 내가 느낄 두려움은, 얼마나 험난한 과정이 있을지 정도였다. 주변에선 내 입장을 생각해 걱정할 수 있는데, 난 그런 걸 생각하지 않았다. 이태원 클라쓰가 사회적인 현상까지 되고, 내가 일본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더라. 근데 작품 선택 기준이 인기는 아니다. 우리가 다 아는 역사 아니냐. 아프고 무거운 역사지, 부끄러운 역사는 아니니까. 엄청난 사명감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K-콘텐츠 힘이 강해져서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선택하는데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지 않을까 싶다."

경성크리처는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다. 박서준은 경성 제일의 정보통 '장태상'을, 한소희는 실종된 사람을 찾는 토두꾼 '윤채옥'을 맡았다. 2년간 이 드라마에만 매달렸는데 "뜨겁게 시작해 안정됐다가 지쳤다가 '다시 한번 잘해보자'까지 모든 (감정의) 순간이 오더라. 이렇게 길게 촬영해본 적이 없어서 솔직히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직장 생활하면 이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출·퇴근하는 기분을 느낄 때도 있었다. 중간에 두 세 달 정도 쉬었지만, 시즌2를 마치지 않은 상황이라서 마음이 뜰 수 없다. 항상 긴장 돼 있었다"고 돌아봤다.

지난달 22일 시즌1 파트1(10부작) 공개 후 나흘 만에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를 찍었다. 이달 5일 시즌1 파트2(7부작)를 공개했으며, 시즌2(파트1·2)도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 넷플릭스 상위권에도 올랐는데, "'어떻게 볼까?' 궁금했다. 반응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주변 일본 친구들은 의미있게 봤더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나 싶다"고 짚었다.


물론 호불호도 갈렸다. 시대극에 크리처를 버무려 신선했지만, 총 제작비 700억원을 투입한 것에 비하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초반에 '장태상을 너무 가볍게 그린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시즌2까지 전체를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 시즌1만 보자면 어쨌든 감정, 상황 등 많은 게 변화하는 걸 보여줘야 했다"며 "앞에 태상의 위트있고 자유로운 모습이 나와야 후반으로 갈수록 변화 폭이 느껴지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첫 촬영이 전기 고문 받는 장면이었다. 유일하게 재촬영한 신"이라며 "고문을 받는다고 하면 막연하게 떠오르는 게 있지 않느냐. 무겁게 다가갔는데, 작가·감독님이 어려운 상황이고 힘든 걸 알지만 태상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때 중심이 잡혔다"고 부연했다.

태상과 채옥 로맨스 개연성 부족도 지적됐다. 너무 갑작스럽게 사랑에 빠져 설득력이 떨어졌다. '두 사람의 얼굴만 보면 납득된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얼굴 보면 당연히 이해될 것"이라며 웃었다. "처음부터 반한 건 아니"라며 "엮이기 시작하면서 감정이 생기지 않았을까. 첫 만남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소희와 멜로가 적어서 아쉽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엔 "초반에는 만날 일이 없었다. 한 달도 못 본 적이 있었다. 서로 나름대로 촬영하고 있었고, 그럴수록 더 기대됐다. 현장에서 모든 게 집중되는 상황에서 마주하는 느낌과 에너지가 좋았다"고 답했다. "한소희씨를 평생 응원할 것"이라며 "좋은 걸 많이 갖고 있다. 분위기도 좋고 앞으로 더 잘될 것 같다"고 극찬했다.

"사람인지라 혹평을 겸허히 받아들일 때도 있지만 상처도 받는다. 그래서 멀리하게 된다. 물론 아쉬운 점은 얘기하지 않아도 안다. 나한테 아쉬운 점을 말했을 때 거부한다는 게 아니라, 그것보다 좋은 말을 좀 더 신경 쓰려고 한다. 내가 무너지지 않기 위함이다. 파트2까지 나눠지는 게 좋은 지점도, 아쉬운 지점도 있는데 모든 게 호불호가 있으니까. 아버지 친구들은 '파트2 나오면 봐야지'라고 하더라. 다양한 선택의 폭을 준 것 같다."


액션 연기에 컴퓨터그래픽(CG) 작업까지 "도전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특히 액션신은 "몸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지만, 감정 때문에도 힘들다. 리허설 때는 감정을 빼고 해서 과해지는 게 없는데, 감정이 들어가면 동작을 놓치는 등 한 번씩 실수가 나온다"며 "10회 엔딩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상황이라서 체력·감정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3일에 걸쳐서 찍었고, 드론 띄우는 샷이 마지막이었다. 동이 트일 무렵에 담으려고 계속 촬영하면서 감정과 체력을 쏟아냈다. 정신력으로 버틴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CG가 많은 들어간 작업도 처음 봤다"며 "확실히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 싶다. 추우면 얼굴이 많이 쪼그라들어서 '식단관리 안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9회에서 '마에다 유키코'(수현)와 독대하는 신을 꼽았다. "마음이 참 무거웠다.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아서 어느 정도 무게감을 느껴야 하나 싶어 긴장했다"며 "'이런 세상이 아니었으면 겪지 않았어도 될 일들이···'가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대사다. 그 사람들이 선택한 게 아니지 않느냐. 한편으로 지금 태어나서 살 수 있는 게 감사하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내가 이렇게 살 수 있구나 싶다. 굉장히 의미있는 장면이었지만, 가장 표현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태상과 같은 얼굴인 '호재'를 향한 궁금증이 크다. 호재는 10회 에필로그에 등장, 창문 밖으로 남산타워를 바라봤다. "시즌2 나올 때까지 '호재는 누구에요?'라는 얘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호재는 호재"라며 "시즌2를 어디까지 얘기할 수 있는지 참 어렵다. '시즌1 속도감이 아쉽다'는 반응을 봤는데, (시즌2는) 확실히 속도감있다. 예상 외의 것들이 있다. 새로운 배우도 출연한다. 굳이 따지면 많이 다른 맛이다. 시즌1이 잘 빌드업 돼야 시즌2의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시즌2가 공개되면 시즌1을 다시 보는 분들도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용띠인데) 내 토종비결이 별로 안 좋더라. 요즘 평범하게 일상을 보내는 게 행복하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작년에 작품을 많이 공개했는데, 그 전에 2~3년이 많이 힘들었다. 좋은 평이건 나쁜 평이건 피드백이 있어야 다시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는데, 계속 작업만 하다 보니···. 그런 시기를 겪다가 작년에 다 공개했을 때 많은 힘이 됐다. 그 전에 자연스러운 일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올해는 제약되는 일 없이 모두 무탈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겠다. 조용히, 열심히 고민하면서 지내겠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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