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에서 언론 압수수색 이후에 벌어진 일 [편집국장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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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언론사·언론인 압수수색 문제를 다룬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읽다가 지난해 8월 미국에서 일어난 한 사건이 떠올랐다.
'언론 자유를 위한 기자위원회(RCFP)'는 "이번 압수수색은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취재 권한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라며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뉴스타파〉와 같은 내용을 보도한 JTBC, 〈경향신문〉 〈리포액트〉 〈뉴스버스〉 등 다른 언론사 기자들도 압수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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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언론사·언론인 압수수색 문제를 다룬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읽다가 지난해 8월 미국에서 일어난 한 사건이 떠올랐다. 캔자스주의 매리언 카운티에서 벌어진 일이다. 매리언 카운티 경찰이 지역언론 〈더 매리언 카운티 레코드〉 사무실과 편집·발행인 집을 압수수색했다. 직원 7명이 근무하고 4000부가량 발행하는 작은 언론사다. 이 매체가 한 식당 주인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취득했다는 게 압수수색의 이유였다. 이 식당에서 열린 정치 행사 취재를 두고 업주와 매체가 갈등을 겪어 사이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경찰은 이 매체가 한 시의원으로부터 식당 주인의 음주운전 관련 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했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압수수색 다음 날 매체 발행인의 모친(공동소유자·98세)이 쓰러져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압수수색의 배경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이 매체가 매리언 카운티 경찰서장의 성추행 의혹 등을 취재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 신문 발행인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경찰서장을 조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취재한 모든 걸 경찰이 압수해 갔고, 지금은 경찰서장이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름도 생소한 〈더 매리언 카운티 레코드〉 사건은 언론 자유 침해라는 측면에서 전국적 사안이 되었다. ‘언론 자유를 위한 기자위원회(RCFP)’는 “이번 압수수색은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취재 권한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라며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AP, CBS, NBC, CNN, 로이터, 〈블룸버그〉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타임〉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의 주요 언론 34곳이 여기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어떤가. 검찰은 ‘대선 개입 여론조작’을 수사한다며 특별수사팀(부장 강백신)을 꾸렸다. 대선 직전 〈뉴스타파〉가 보도한 ‘신학림-김만배 대화 녹취록’ 보도를 문제 삼고 그 배후를 캐겠다고 했다. 〈뉴스타파〉와 같은 내용을 보도한 JTBC, 〈경향신문〉 〈리포액트〉 〈뉴스버스〉 등 다른 언론사 기자들도 압수수색했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이렇게 여러 언론사 기자 등을 압수수색하는 일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언론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은 언론중재위를 거치거나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여러 언론을 압수수색해 둔감해지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연설 때마다 ‘자유’를 외치는 대통령이 집권한 나라에서 언론 자유가 위태롭다. 연쇄적 언론 압수수색은 분명 비정상이다.
차형석 편집국장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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