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 지적에 은행 퇴직금·성과급 반토막… 인사적체 속앓이

이남의 기자 2024. 1. 1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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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역대 최대 실적에도 몸 사리는 은행권②] "올해는 안 나가" 돈 잔치 눈총에 퇴직금 줄하향

[편집자주]국내 4대 금융지주가 올해 역대급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대 우려와 연체율 상승 등 금융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금융지주는 의사소통 효율화를 위해 조직 슬림화를 단행했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들도 이자장사로 돈잔치를 벌였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해 퇴직금과 성과급 규모를 줄이며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KB금융, '5조 클럽' 입성하나… 상생금융 지원에 실적 전망치 하향
'이자장사' 지적에 은행 퇴직금·성과급 반토막… 인사적체 속앓이
③"위기 속 의사결정은 빠르게"… '조직 슬림화'로 내실 경영 나선 금융지주

은행권의 희망퇴직 시즌이 시작됐다. 올해 은행권은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에 '역대급 이익'에도 희망퇴직금 기준을 하향 조정하는 추세다. 고금리 장기화에 국민들의 빚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은행이 '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다.

최근 희망퇴직을 시작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희망퇴직 조건은 최대 월평균 임금의 19개월치가 축소됐다. 올해 은행권의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진 가운데 희망퇴직금 등 일회성 비용을 줄이려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올해 희망퇴직금 덜 준다… 19개월치 축소


NH농협은행은 지난해말 진행한 희망퇴직에서 전 직급 10년 이상 근무, 만 40~56세 직원들이 대상으로 월평균 임금의 20개월 치, 주요 대상인 만 56세에게는 28개월 치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했다. 56세(28개월치 월평균 급여)는 희망퇴직 급여조건이 같지만 40~55세(20~39개월 치 월평균 급여)는 19개월치가 줄었다.

KB국민은행은 이번 희망퇴직에서 신청규모와 퇴직금 조건을 축소했다. 지난해에는 희망퇴직자에게 23~35개월치의 월평균 급여를 지급했지만 올해는 23~31개월치 월평균 급여로 최대치가 4개월 줄었다. 신청 대상은 1972년생까지 한정했다.

하나은행은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특별퇴직금은 월평균 임금의 24~31개월분이다. 최대 수령액이 약 5개월 치 줄었다.

신한은행은 근속 15년 이상 Ma(부지점장·부부장) 이상 직원 중 1965년 이후 출생 직원, 근속 15년 이상 4급 이하 직원 중 1968년 출생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특별퇴직금은 출생 연도에 따라 월평균 임금의 7~31개월분을 지급한다. 지난 8월에 진행한 희망퇴직 요건인 월평균 임금 9~36개월분에서 최소 수령액이 2개월 치, 최대 수령액이 5개월 치 줄었다.

은행연합회가 공개한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5대 은행의 1인당 희망퇴직금 지급액 평균은 3억5548만원으로 집계됐다.

1인당 희망퇴직금은 ▲하나은행(4억794만원) ▲KB국민은행(3억7600만원) ▲우리은행(3억7236만원) ▲NH농협(3억2712만원) ▲신한은행(2억9396만원) 순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하나은행에서는 희망퇴직을 한 관리자급 직원의 퇴직 소득이 일반퇴직금과 특별퇴직금을 더해 11억300만원을 수령하기도 했다.

성과급도 줄이는 분위기다. 농협은행은 최근 임단협에서 성과급을 '통상임금의 200%+300만원'으로 결정했다. 1년 전 '통상임금 400%+200만원'을 지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기본급 대비 성과급 비중이 절반 가량 줄어든 셈이다.

올해 국민은행은 성과급 230%를 지급키로 했다. 성과급 280%에 현금 340만원을 일괄 지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성과급 300%에 우리사주 61%에서 올해 230%에 우리사주 51%로 줄였다. 임단협을 진행 중인 하나은행도 지난해 대비 성과급이 축소될 전망이다. 지난해 하나은행은 350%의 성과급을 지급한 바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이자장사, 돈 잔치 비판에 희망퇴직은 지난해 최대 3년치에서 올해 31개월치로 줄었다"며 "지난해처럼 두둑한 성과급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늙어가는 은행… 우리은행 "10명 중 4명은 관리자"


은행권이 희망퇴직 조건을 축소하면서 인사 적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직원이 많은 인력구조 문제다.

지난해 말 KB금융·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 임직원 8만6700명 중에서 50세 이상 2만700명의 비중은 약 23.87%로 2년 전 2020년 22.32%과 비교해 1.55%포인트 올랐다. 반면 30세 미만 임직원 비율은 9.99%에서 9.85%로 0.14%포인트 감소했다. 영업 일선에서 주임, 계장 등 실무직 보다 차장, 부장 등 관리직이 많은 셈이다.

특히 영업점포가 많은 국민은행과 합병 후 고령층 인력이 많은 우리은행의 인력적체 문제는 심각하다.

KB국민은행의 50세 이상 인력은 ▲2020년 7257명 ▲2021년 7549명 ▲2022년 7949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30세 이상~50세 미만은 ▲2020년 1만8533명 ▲2021년 1만7760명 ▲2022년 1만7368명으로 감소했다. 30세 미만 인력도 ▲2020년 2767명 ▲2021년 2624명 ▲2022년 2520명으로 줄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22년 임직원 1만3918명 중에서 경영진과 부·차장 등 관리자 수는 5426명(38.98%), 과장 및 과장급 이하 직원은 8492명(61.01%)으로 집계됐다. 은행 영업점 직원 10명 중 4명은 임원 등 관리자란 얘기다.

우리은행의 관리자급 비중은 2020년 5629명(37.93%), 2021년 5414명(37.92%)에서 2022년 1%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실무자급 비중은 각각 9208명(62.06%), 8862명(62.07%)으로 제자리걸음했다. 지난 3년간 희망퇴직 대상자를 30대 은행원까지 늘려 젊은 직원들이 은행을 떠난 탓이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은 정규직원 중에서 책임자 수는 증가하는 반면 행원 수는 감소하는 항아리형 인력구조로 비용증가의 원인"이라며 "인력구조를 개편하고 비용 절감뿐만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게 핵심 경영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남의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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