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피크 차이나’ 논란을 바라보는 시선
출구전략 필요하지만 객관적 검토 우선해야
지방부채·부동산 부실 과대 해석 경계 필요
섣부른 논쟁으로 中시장만 잃는 상황 피해야[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달러 전후를 기록할 무렵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질 것이라는 논란이 분분했다. 그러나 중국의 1인당 GDP가 2022년 1만3000달러에 근접하면서 논란은 다소 약화하였다.
피크 차이나의 근거로 거론되는 요인을 보면 10여 년 전부터 언급되던 것과 최근 나온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방정부 부채, 그림자 금융 등은 오래전부터 중국의 리스크 요인으로 언급돼 온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정부 부채가 심각하여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한다. 부동산 침체로 인해 토지사용권 매각 수입이 감소하면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다만, 반대로 부동산 경기가 안정되면 지방정부 부채도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그림자 금융은 금융기관의 부실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러나 중국 금융의 주력인 은행이 상당히 안정되어 있어 은행 위기를 유발할 정도는 아니다. 부동산 침체로 중국 자산운용사인 중즈(中植)그룹이 파산 신청을 하는 등 파장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중국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최근 나온 요인으로는 부동산 부실과 높은 청년실업률, 저출산, 미·중 경제전쟁 등을 들 수 있다. 부동산 부실이나 높은 청년실업률은 비교적 단기적인 현상이고, 저출산이나 미·중 경제전쟁은 상대적으로 장기적 요인이다. 부동산 부실은 중국 정부가 어떤 강도로 부양책을 시행하느냐에 따라 안정 시기가 달라질 것이다. 중국 청년(16~24세)실업률은 공교롭게도 코로나 종식 후 커지고 있는데, 코로나 시기에는 택배 일자리가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양호하였다. 청년실업률이 높다는 것은 전체 실업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은데, 중국 일자리 문제는 구인난과 구직난이 혼재하는 일자리 불균형(job mismatching)의 성격이 강하다. 또한 자동화, 전자화, 기계화, 스마트화 등으로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어 경기침체로 인한 실업률 상승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저출산이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려면 인구 감소를 유발해야 한다. 중국은 2022년 위드 코로나 전환 과정에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고 저출산까지 겹치며 인구 감소를 유발하였다. 그러나 코로나 종식 후 특별히 노인 인구가 대폭 감소하지는 않고 있으며, 노인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즉 저출산이 중국 경제에 타격을 주기에는 10여 년 정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미·중 경제전쟁은 중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지만, 아직 그 결과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일부 분야에서는 미국의 중국 견제로 오히려 중국의 자립도가 상승하는 역설적인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요인을 고려했을 때 중국이 일본과 같이 저성장에 접어들 것이라는 주장은 다소 이른 감이 있다. 중국 경제는 여전히 4~5% 정도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경제가 ‘러-우 전쟁’과 ‘이-팔레스타인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전쟁이 종결된 후에는 중국 경제가 회복될 수도 있다.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록하지는 못하지만, 과거와 달리 소비 중심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물가수준을 감안한 구매력 기준으로 중국 소비시장이 미국을 넘어선 지 이미 10년이 되었으며, 해마다 엄청난 규모가 신규 소비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섣부른 피크 차이나 논쟁이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고 대체 시장도 찾지 못하는 어설픈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신중해야 할 것이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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