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회의 시대, 프로답게 보이려면 ‘책장·식물’ 배경을
거실 등 집 안 모습 땐 저평가
줌(Zoom)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원격 화상회의를 할 때, 자신을 남들에게 더 유능하게 보이도록 하고 싶다면 화면 배경에 식물이나 책장을 배치하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영리 학술매체 ‘더 컨버세이션’ 등은 최근 영국 더럼대 연구진이 원격 화상회의에서 특정 소품을 화면 배경에 배치해 자신을 더 유능하게 보이도록 하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 실렸다.
원격 화상회의는 대면 접촉이 제한됐던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확산했다. 원격 화상회의는 스마트폰이나 개인 컴퓨터에 내려받은 줌과 같은 앱을 통해 회의 참가자들이 인터넷에 마련된 가상의 방에 모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뒤 스마트폰이나 PC에 있는 카메라와 마이크를 켜 회의를 시작한다. 얼굴을 마주 보고 목소리를 들으며 대화하는 만큼 현실 세계에서 만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코로나19 대유행은 끝났지만, 사람을 만날 때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모든 참가자가 같은 공간에 앉아 진행하는 현실 속 회의와는 달리 원격 화상회의에는 개별 참가자가 직접 자신 뒤의 배경 화면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이나 PC를 원하는 공간에 놓거나 마우스 클릭 몇 번을 통해 특정 사진을 자신의 배경 화면으로 정할 수 있다.
연구진은 배경 화면이 화면 속 사람에 대한 타인의 평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연구진은 영국에 사는 19~68세 사이 성인남녀 167명을 대상으로 원격 화상회의 화면에 등장하는 사람을 보고 능력과 신뢰도를 평가하도록 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참가자들은 화면에 등장하는 사람 뒤편에 식물이나 책장이 놓여 있을 경우 좋은 평가를 내렸다. 연구진이 해당 사례라며 논문에 게재한 사진을 보면 화면에 등장하는 사람 뒤편으로 식물이 심겨진 화분 6개가 나란히 등장한다. 또 다른 사진에는 화면 배경이 되는 벽 전체에 각종 서적이 가득 꽂힌 책장이 보인다.
연구진은 반대로 거실 같은 주거 공간이 그대로 노출됐을 때에는 평가가 좋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제시한 사진을 보면 비교적 깔끔하게 정돈돼 있기는 하지만, 넓은 소파와 카펫 등이 그대로 보이는 거실이 등장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뜬금없는 배경 화면도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연구진은 북극 빙하 위에 물범이 누워 있는 사진을 예로 들었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최근에는 원격 화상회의 앱을 통해 채용 면접을 실시하는 기업도 있다”며 “좋은 인상을 주려면 배경 화면을 설정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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