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이자 환급, 왜 은행마다 제각각일까요?

조해영 기자 2024. 1. 1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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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금융 2조 대부분 ‘이자 환급’
3대은행·부산·경남은행 등 확정
4일 서울 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권이 지난해 말 약속한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프로그램’의 세부 방안이 새해 들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상생금융 프로그램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자 캐시백(환급)’은 2~3월 내 지급이 진행될 예정이다. 대부분 은행들은 환급 대상액의 90% 감면율을 적용해 캐시백할 예정이지만 순이익이 적은 경우 등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곳은 감면율이 이보다 적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지급 방안을 밝히지 않은 곳이 여기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캐시백 규모 속속 확정

14일 현재 케이비(KB)국민·하나·신한·우리·엔에이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중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뺀 3곳은 모두 이자 캐시백 프로그램을 확정한 상황이다. 이들 3곳의 캐시백 총규모는 6227억원이다. 구체적으로 하나은행 2194억원, 우리 1885억원, 농협 2148억원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전체 상생금융 지원 규모만 공개한 상태인데 각 3721억원, 3067억원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중엔 카카오뱅크만 캐시백 규모(172억원)를 공개했으며, 지방은행 중에는 부산(525억원)·경남은행(307억원)이 캐시백 규모를 확정·발표했다. 금융회사별로 캐시백 규모가 다른 이유는 거래 고객수와 대출 규모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속하는 금융회사와 거래한 이들 중 지난해 12월20일 기준으로 대출이 있는 영세자영업자·소상공인(부동산임대업 제외)들은 대출금 2억원 한도에서 연 4%가 넘는 이자분의 90%(감면율)를 내달부터 순차적으로 돌려받게 된다. 최대 캐시백 한도는 1인당 300만원이다. 은행권은 1인당 평균 캐시백은 85만원으로 추산한다.

캐시백 적거나 한 푼도 못 주는 은행도 있을 듯

아직까지 캐시백 규모를 확정하지 못한 곳은 남모를 속사정 때문이다. 이번 캐시백 프로그램으로 이미 받은 이자 중 환급 대상액의 90%를 내어주게 될 경우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확정·발표한 곳보다 낮은 감면율을 적용해 캐시백 해줄 예정인데 적정 감면율을 산출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뜻이다. 거래 상대방인 영세자영업자·소상공인 입장에선 같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았더라도 거래 금융회사에 따라 캐시백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박진우 은행연합회 전략기획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은행권 전체의 총 상생금융(캐시백 프로그램 포함) 규모인 2조원은 전체 은행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10%를 기준으로 추산했다. 또 은행별 상생금융 규모는 개별 은행의 당기순이익의 10%이며, 이에 해당하는 재원 중 캐시백 프로그램에 쓰고 남은 돈은 자율 프로그램에 쓰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환급 대상액이 많더라도 이를 지급할 여력이 부족한 금융회사는 자율 프로그램에 재원을 할당하지 못하고, 나아가 1인당 지급 캐시백도 그 액수가 준다는 뜻이다. 다만 많은 은행이 은행연합회가 제시하는 이자 캐시백 가이드라인 비율(90%)을 대체로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는 이달 중에 각 은행별 캐시백 지급 예상 규모 등을 모두 종합해 공개할 예정이다.

캐시백 남는 돈은 어디에 쓰나?

이익을 많이 내어 캐시백을 해준 뒤에도 재원(당기순이익의 10%)이 남은 금융회사는 자율 프로그램에 쓴다. 현재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그 내용을 공개한 상태다. 우리은행은 대출 보증기관·서민금융진흥원에 530억원을 출연하고, 학자금 대출에도 233억원을 캐시백할 예정이다. 또 소상공인 대상으로 스마트 결제기기 지원에도 남은 재원을 쓰기로 했다. 세부 지원 기준은 이달 중 확정 발표한다. 하나은행은 자체 선정한 ‘금융 취약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동절기 한파를 대비해 약 300억원 규모로 에너지 생활비를 지원한다. 금융 취약 자영업자는 업황이 좋지 않은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과 중저신용자 대상의 대출이 있는 이들로 정해진다. 에너지 생활비를 포함한 전체 자율 프로그램의 총 규모는 약 1363억원이다.

5대 은행 중 국민·신한·농협은행은 아직 자율프로그램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재원 규모는 당기순이익의 10% 중 캐시백 프로그램에 쓰고 남은 돈인 터라 사실상 확정적이지만 세부 지원 방안을 좀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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