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자율"…무전공 선발 확대 정책에 대학들 '고심'
"자율적 혁신 아닌, 또 다른 '규제'"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교육당국이 2025학년도부터 수도권 대학과 거점국립대의 무전공(자유전공) 입학생 선발 확대를 추진하면서 구체적인 시행 방식을 놓고 대학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자율적인 혁신을 독려하고 있지만, 학생 선발방식을 재정지원과 연계하면서 사실상 '강제성'을 띤 혁신을 밀어붙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정책연구를 통해 '국립대학 육성사업 개편안'(국립대 대상)과 '대학혁신지원사업 개편안'(사립대 대상) 시안을 마련하고 대학 등 관계기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시안의 핵심은 수도권 대학과 거점 국립대·국가 중심 국립대의 경우 무전공 선발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대해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각 대학은 두 가지 유형을 택할 수 있는데, 유형1은 자유전공학부처럼 신입생이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 후 의대·사범대 등을 제외하고 모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다.
유형2는 계열·학부 등 광역단위로 모집한 뒤 광역단위 내 모든 전공을 택하거나, 광역단위 내 학과별 정원의 150% 범위에서 전공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비수도권 대학의 경우 정책연구가 진행되기 이전부터 이미 무전공 확대를 검토해 왔다.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가파르게 줄면서 이미 충원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를 통해 학생들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교육부가 비수도권 대학 30곳을 선정해 5년간 각 1천억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사업에서는 학교들이 앞다퉈 무전공 입학생 확대를 과제로 내세웠다.
사업 첫해였던 지난해 108개 학교가 자율적 혁신 과제를 담아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87개 대학이 무전공 모집이나 모집 단위 광역화 등 '학문·학과 간 벽 허물기'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수도권 대학들의 속내는 다소 복잡하다.
상당수 대학이 이미 지난 2009년에 비슷한 정책을 시행했지만, 큰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확대하지 않거나 폐지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상경계열이나 컴퓨터공학과 등 이른바 취업에 유리한 '인기 학과'로 학생들이 쏠리는 현상을 막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유전공 입학생을 모집하는 서울지역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정확한 숫자를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경영대로 (자유전공 학생들의 전공 선택이) 쏠리는 것은 맞다"며 "그래서 지금까지는 (자유전공을) 더 확대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무전공 입학생 확대를 재정지원과 연계한 만큼, 오랜 기간 등록금을 동결해 온 대학들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쫓아갈 수밖에 없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총사업비는 올해 8천852억원, 국립대학육성사업비는 5천722억원이다.
대학들은 전공 배정 방식과 지역, 국·사립대 등 유형에 따라 5∼30% 이상의 학생을 무전공으로 선발할 경우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인센티브까지 고려하면 수도권 대학은 한 곳당 평균 76억원, 국립대는 한 곳당 155억원을 받을 수 있다.
대학들로서는 교육부의 '당근'을 외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이 때문에 대학가에서는 현 정부가 '자율적 혁신'을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또 다른 '규제'를 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전공 선발을 검토 중인 수도권의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학교 안에서도 학과별로 입장이 많이 다른 사안"이라며 "일단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에 정말 자율적으로 '하겠다', '안 하겠다'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무전공 선발을 사실상 '강제'하는 상황인데, 여러모로 교육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무전공 선발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일부 대학은 어차피 무전공 신입생들이 경영대나 공대 등 인기학과로 몰리는 만큼, 경영대나 공대 정원을 다소 줄여서 무전공 정원을 만드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방안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학생이 전공을 선택할 권리를 확대하고,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학과 간 벽을 허물고 자율전공선택제를 확대하는 대학에 지원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며 "충분한 대학 의견 수렴을 거쳐 사업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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